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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혁 강사 May 12. 2023

자동차를 팔아보자!

신차판매와 손실회피 심리 (Loss aversion)

1989년 중학교 3학년이었던 필자는 수학여행을 가서 허름한 여관방에 10여명이 같이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때 한친구가 갑자기 '포커'라는 카드게임을 하자고 저를 꼬드겼습니다. 초짜였던 저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속이며 밤새도록 그 '타짜'친구는 저의 수학여행 용돈이었던 5천원을 다 따갔습니다. 창밖으로 설악산에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며 절망에 빠졌었죠. 수학여행 마지막 날 제 머릿속엔 포커에서 잃은 5천원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5천원이면 기념품도 살 수 있고, 좋아하던 아카데미 과학의 탱크 프라모델도 살 수 있었는데... 너무너무 아쉽고, 저를 꼬득였던 친구는 증오스러웠습니다. 20년이 지난 2009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했고 몇달만에 팔아서 300만원의 이익을 챙겼죠. 아내와 외식을 하며 첫 투자성공을 자축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제가 팔았던 주식은 상한가를 찍었고, 그날 팔았으면 1,300만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일이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처음 당구장에서 4구를 친 날의 밤처럼, 처음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했던 날 밤처럼, 머릿속에는 주식생각밖에 없었죠. 점심시간에 운전하고 나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필자 : 아버지, 주식으로 300만원 벌긴했는데, 하루만 기다렸으면 1,300만원 벌었을 겁니다.

부친 : 그래, 첫 투자로 300만원 잘 했네.

필자 : 지금 제 머리엔 1,300만원이 둥둥 떠다니며 없어지지 않네요.

부친 : 그돈은 니돈이 아니다.

필자 : 네...


아버지께서 "그돈은 니돈이 아니다." 라고 하셨던 말씀이 귀에 꽃혔습니다. 난 내돈이 아닌 돈을 마치 내것처럼 생각해서 잃어버렸다고 느꼈구나! 그랬습니다. 300만원 이익본 것보다 하루만 기다렸으면 내것이 되었을 1,300만원 때문에 마치 1,000만원을 손해본 것 처럼 느꼈던 거죠. 이 일이 있었던 이후에도 주식투자를 계속해서 총액으로 중형승용차 한대값 정도를 날렸습니다. 차트의 파란색, 빨간색에 일희일비하면서 본업에 집중 못하고 물타기 까지 했었습니다. 그때 저의 뇌는 이익은 당연히 원래 나의 것으로 인식했고, 조금의 손해라도 생기면 며칠동안 자책하며 굉장히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손실회피 심리 (Loss Aversion)' 입니다. 처음엔 심리학에서 출발했는데 지금은 행동경제학의 이론으로도 확실하게 자리잡은 이론이죠.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출신의 심리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만 (Daniel Kahneman)교수가 실험을 통해 입증했습니다. 인간은 이득을 취하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손실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다는 것 입니다.


[ 사례 #1 ]

첫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만원을 줍니다. 받으시겠습니까? 아무런 조건이 없다고 합니다.

받으시겠죠? 그러면 같이 게임을 하자고 합니다. 안해도 된다고 합니다. 게임의 룰은...


동전게임입니다. 500원짜리를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여러분이 받았던 만원을 다시 돌려줘야 하구요.

뒷면이 나오면 여러분이 2만원을 더 받는 것 입니다. 처음에 받았던 만원과 합치면 도합 3만원 입니다.

게임을 시작하시겠습니까? 필자가 강의할때마다 테스트를 해보면 이 게임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10%미만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게임 시작전에 받은 1만원은 받는 순간 이미 자신의 돈으로 느껴졌을 겁니다. 50%의 확률로 자신의 만원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 게임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겠죠? 조금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돈이 아니었던 1만원의 존재때문에...


[ 사례 #2 ]

두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에 큰맘 먹고 새로운 TV를 장만하게 되었습니다. 이 65인치 LG TV에 지불한 금액은 200만원입니다.

2주일뒤 친구A가 똑같은 모델의 TV를 전자제품 매장에서 샀는데 220만원에 샀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여러분들의 기분은 어떠할까요? 살짝 안스럽긴 하겠지만 자신이 더 현명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자부심에 기분이 좋아지겠죠. 3주일뒤 친구B가 똑같은 모델의 TV를 직구로 구매했는데 180만원에 샀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 여러분들의 기분은 어떠할까요? 나쁠겁니다. 처음엔 그런 방법을 몰랐던 자신에게 화가 나고,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런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친구B에게 화가 나고 나중엔 20만원이면 무엇을 사거나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또 화가 날겁니다.

20만원 비싸게 산 친구때문에 느꼈던 기쁨 (Gain)보다 20만원 싸게 산 친구때문에 느꼈던 분노 (Pain)이 훨씬 더 클겁니다.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훨씬 더 크게 평가하는 심리 '손실회피 심리 (Loss Aversion)' 때문입니다.


[ 사례 #3 ]

세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퇴근 길에 집앞 과일가게를 지나가게 됩니다. 랩으로 포장된 수반 반통은 12,000원이고 온전한 수박1통은 20,000원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수박을 선택해서 구매하시겠습니까? 온전한 수박 1통을 사는게 훨씬 이익이죠. 원래라면 24,000원이어야 하는 가격이 20,000원이니 17%정도 저렴한 겁니다. 그럼에도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면 과일가게 주인이 회심의 일격을 날릴 수 있습니다. "20개 한정입니다. 지금 안사면 '손해'입니다." 이 방법은 FOMO (Fear of Missiong Out)입니다. 지금 이순간의 흐름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20개 한정판매', '오늘만 이 가격', '매진입박'등이 이런 심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 사례 #4 ]

네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주말에 출근했다가 퇴근 길에 버스 정류장앞에 있던 로또 판매점에서 로또 5게임을 자동으로 5천원에 구입합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로또 추첨방송을 봤는데 10만원에 당첨되었죠.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넌지시 건내주는 교통위반 범칙금 용지의 벌금 10만원을 보는 순간 기분이 어떨까요? 로또 당첨으로 +10만원, 교통위반 범칙금으로 -10만원 하면 0원이네요. 이론적으로는 바로 평정심을 찾으면 될 것 같은데 기분은 0원이 아닙니다. 훨씬 더 나쁜 기분이 들면서 어디서 위반했는지를 보게되고, 그렇게 운전했던 자신에 대해서 자책하게 되고, 10만원이면 가족들과 즐겁게 맛있는 음익을 먹으며 외식도 할 수 있었다는 생각까지 들겠죠?


[ 사례 #5 ]

다섯번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현대자동차 대리점의 영업사원입니다. 고객 한분이 매장을 찾아왔고 그분은 아내 혹은 남편의 자동차를 구매하려고 하십니다. 구매하려는 차종은 소나타입니다. 소나타의 옵션이 없는 깡통은 2,500만원 이고, 풀옵션은 3,000만원입니다. 가격을 알려드려야 합니다. 깡통인 2,500만원부터 시작해서 옵션을 하나씩 붙여가며 그 가격을 알려주는 Bottom Up방식을 쓰시겠습니까? 아니면 풀옵션가인 3,000만원부터 시작해서 옵션을 하나씩 빼가며 그 가격을 알려주는 Top down 방식을 쓰시겠습니까?

독자 여러분들은 신차를 구매해보신 경험이 있습니까? 필자는 계속 중고차를 구입하거나 렌터카를 사용다가사 2015년 처음으로 기아 카니발을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풀옵션 가격부터 보고 이왕 사는김에 옵션을 계속 추가하는 제 모습에 깜짝놀라 다시 깡통 가격을 확인한 후 자동문등 최소한의 옵션만 추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깡통인 2,500만원부터 시작해서 옵션을 하나씩 붙여가며 그 가격을 알려주는 Bottom Up방식을 쓰면 2,500만원 이라는 금액이 '앵커 (Anchor)'가 됩니다. 배가 정박할 때 내리는 닻처럼 상대방의 마음에 꽂히겠죠. 내비 150만원, 프리미엄 사운드 100만원, 자동 시트 100만원등의 옵션이 꼭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겁니다. 이 방식을 쓰면 2,500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계약을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반면세 풀옵션가인 3,000만원부터 시작해서 옵션을 하나씩 빼가며 그 가격을 알려주는 Top down 방식을 쓰면 3,000만원 이라는 금액이 '앵커 (Anchor)'가 됩니다. 150만원짜리 오토드라이브와 HUD, 100만원 짜리 자동시트, 100만원짜리 프리미엄 사운드를 빼면서 견적을 점검하면 굉장히 가슴이 아플겁니다. 신차를 사는 김에 좋은 옵션으로 구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 지를수도 있죠. 여기서 PAD 마케팅 심리를 쓸 수 있죠. PAD는 Pennies - A - Day 입니다.  소나타를 풀옵션으로 구매하면 깡통보다 500만원이 비싸지만 36개월 할부로 하면 14만원 정도가 추가되고 이를 1일 기준으로 나눠보면 4,700원 정도로 딱 담배 한갑정도의 가격이다. '이참에 금연을 하시거나 담배를 좀 줄인다고 생각하시면 좋지 않겠습니까? 자동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그만큼 만족도는 올라갈 것입니다.'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겠죠?


 '손실회피 심리 (Loss Aversion)' 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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