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해보이지만 시큼한 것?
독자 여러분들은 인생의 첫차가 기억나시나요? 최근에 필자는 9년간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니발이(올뉴카니발)를 보내고 팰리세이드를 새로운 동료로 받아들였습니다. 자동차는 차주와 가족에게 많은 추억을 선사하는 존재같습니다. 여러분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함께했던 첫차 기억나시나요? 전 2003년 스쿠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교를 다녔었는데 오르막길을 잘 못올라가고, 소리는 '부다다다'하며 너무 시끄러웠으며, 가장 결정적으로 여자친구와 어딜 함께 가기힘들어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직 인터넷으로 중고차 매매가 활성화되지 전이라 막연히 택시를 타고 기사님에게 물어봤죠. "기사님, 중고차사려면 어디로 가야될까요?" 그랬더니 "서울에서 중고차면 장안평이죠. 그쪽으로 갈까요?" 그렇게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에 가게 되었고, 스포츠머리를 한 달변의 영업사원에게 내리자마자 바로 끌려들어갔습니다.
그가 처음 보여준 차는 1996년 출시된 스포츠카였던 (돈없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현대 티뷰론' 이었습니다. 2001년 출시되었던 현대 '투스카니'가 드림카였지만 신차가격이 최소 1,500만원 정도였던 넘사벽 수준이었고, 당시 중고차 가격도 천만원 가까이 했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티뷰론'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500만원. 2023년 50세 입장에서의 500만원과 2003년 30세 입장에서의 500만원은 그 느낌이 천지차이 일겁니다. 과외등 몇몇 아르바이트로 벌었던 월170만원 정도의 수입에서 500만원이라는 거금은 꿈도 못꿀 정도의 금액이었죠. 당시 필자의 주저하는 눈빛을 빠르게 간파했던 중고차 영업사원은 다른 옵션을 추천해줬습니다. 대우자동차의 '라노스'였습니다. 96년 출시되었던 자동차이니 8년이 된 차였는데 판매가가 250만원이라고 했죠. 적당한 가격대 같아서 네고도 없이 바로 사겠다고 했죠. 250만원만 나갈 줄 알았던 것은 착각! 자동차 가격에 세금, 보험료등이 추가가 되었고, 영업사원은 소개료라고 30만원 떼가고, 3백 몇십만원이 훅 빠져나가버려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천에서 직장생활할때까지 잘 타고 다니다가 2006년 정도부터 지금 아내인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는 게 부끄러워 다른 좋은 차로 렌트해서 드라이브 다니고, 이차는 기숙사 주차장에 방치했었습니다. 나중에 처분하려니 미납된 세금이 쌓여 차량금액보다 더 지출이 많았던 필자의 젊은 시절 흑역사였습니다.
첫번째 중고차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 필자는 몇년간 많은 해외출장과 주재원 업무덕분에 자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주로 도요타나 혼다 렌트카를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초, 한국으로 들어오니 해외영업 사원이었기 때문에 국내영업 사원들처럼 회사차량을 제공받지 못했기에 자차를 구입해야 했었는데, 이때는 인터넷으로 중고차를 1주일 정도 검색했었습니다. 지금은 차량이름도 기억안나지만 파격적인 금액에 혹해 전화한후 택시를 타고 중고차 매매상을 찾아갔었습니다. 막상 도착후 그 차량은 큰 결함이 있어 싸게 올려놓은 매물이라며 더 좋은 매물이 있는데 볼거냐며 물어봤습니다. 해가 진뒤라 어두컴컴했었는데 헤드라이트를 켜놓은 2-3년된 쌔끈한 아반떼HD가 있었습니다. 자동으로 열리는 선루프에 큰 화면의 내비게이션, 스피커에서 울리는 좋은 음악소리, 좋은 냄새, 가죽의 푹신함등이 저에게 어마어마한 뽐뿌를 선사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가격인 1천만원에 계약해서 바로 끌고 나와 뿌듯해했죠. 5년간 출퇴근, 출장, 여행에 잘 쓰고 처남에게 넘기며 자동차 검사를 해보니 앞부분 섀시에 큰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구입당시 훨씬 싸게 구매할 수 있었죠. 결론적으로 보면 신차를 사기전 필자가 구입했던 중고차는 두차례 다 좋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저렴한 경차 신차를 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겁니다. 중고차는 예나 지금이나 아무래도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구입을 할텐데 그들이 구입하려는 중고차에 대해서 제대로된 정보를 얻기란 굉장히 힘들겁니다.
2023년 개봉한 '범죄도시 3' 보셨나요? 꽉 끼는 검은색 명품셔츠와 주황색 반바지를 입고, 험악한 인상에 명품 클러치 백을 든 인천 중고차 매매단지의 중고차 업자인 '초롱이' 캐릭터. 많은 관객들이 공감했을 겁니다. 허위 미끼매물에 침수차, 사고차 매물,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판매가격 설정등에 협박과 감금, 강제대출등 중고차 판매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스크린을 압도하게 만든 캐릭터였죠. 이러한 이미지때문에 중고차 구매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일반 소비자들은 2023년부터 시작되는 현대자동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매우 환영하고 있을 겁니다. 2020년 10월 중고자동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3년만입니다. 5년이내 출고된 차량중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인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하여 200개의 품질검증 시험을 통과한 '신차급 중고차량'만을 엄선하여 판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초롱이' 같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허위 미끼매출과, 불명확한 판매가격, 거짓정보등에 지친 필자를 포함한 일반 소비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겠죠.
독자 여러분들은 처음으로 레몬을 맛봤을때가 기억나시나요? 필자는 확실하게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맛있어 보이는 레몬의 노란색을 보며 귤처럼 상큼하고 달콤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어마무시하게 신 맛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레몬은 겉과 속이 다른 불량품을 의미하는 속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961년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 '비틀'을 광고하며 레몬 (불량품)이라고 했던 광고 캠페인은 유명합니다.
이 자동차는 조수석 글로브박스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미세한 흠집이 생겨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루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당사는 3,389명의 검사원들을 통해 생산공정의 모든 단계를 철저하게 검수하고 있습니다.
라며 광고했습니다. 반어법이었죠? 우리는 이러한 사소한 결함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어법으로 보여주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과시했습니다.
1960년대말 '조지 애컬로프'라는 경제학자가 정보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자동차 품질이 천차만별인 중고차 시장을 연구했습니다. 판매업자는 사고유무, 관리유무, 하자유무등 중고차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고 알고 있는 반면 구매자는 구입해서 일정기간 사용해보지 않는다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알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렇게 상품의 품질에 대한 정보의 양과 질이 판매자와 구매자간에 일지하지 않는 상황을 '정보비대칭성'이라고 합니다. 중고 자동차의 품질을 양품(Peach)과 불량품(Lemon) 2가지로 구분하고, 그 비율을 50:50이라고 가정합니다. 중고차 판매상은 양품은 최소 1천만원, 불량품은 최소 6백만원에 판매하려고 하고, 중고차 구매자는 양품은 1천1백만원, 불량품은 7백만원정도 지불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매자는 중고차가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제대로 구분하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50%인 확률로 양품을 선택할 수 있기에 지불하려는 가격을 1천1백만원과 7백만원의 중간값인 9백만원으로 제시하게 되는 겁니다. 1천만원의 판매가격을 원했던 양품(Peach)판매자는 그 중고차 시장을 떠나게 되고, 불량품(Lemon) 판매상은 6백만원만 받아도 될 중고차를 9백만원에 팔게되어 예상가의 50%나 더 받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그 중고차 시장에서 양품은 점차 없어지고 불량품인 Lemon만 남게 되는 거죠. 이 사례처럼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을 '감춰진 특성 (Hidden Characteristic)이 존재한다.'고 하며 이것으로 인하여 시장에 Lemon만 남게 되는 문제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합니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역선택을 막기위해서는 정보의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기전에 대출자의 신용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하여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느지 확인하고, 생명보험사는 계약을 진행하기전에 건강검진을 요구하기도 하죠. 최근 중고차시장을 보면 매물의 사고여부, 부위, 보험이력등을 제공하고 일정시간 품질보증도 제공합니다. 레몬만이 존재하는 시장이 되어 전체적으로 붕괴되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겁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