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혁 강사 Nov 07. 2023

B2B 세일즈맨, 영업담당

역할과 핵심능력, 커리어 패스

필자가 MBA(경영전문대학원)에서 공부했을때인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마케팅 과정은 있긴 했지만 B2B마케팅, B2B세일즈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학습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세일즈, 영업은 시중에 나와있는 도서도 보험, 금융, 자동차, 제약, IT영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생 자체가 세일즈의 연속이지만 산업과 적용분야별로 역할과 필요한 능력에도 차이가 있는데 딱 맞게 학습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보편적인 B2B 세일즈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업'의 이미지

< 직접 그린 삽화 >

'영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자동차, 보험, 정수기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머리에 떠오르시나요? 술많이 먹고, 골초에, 아부하고, 머리에 넥타이 두른 모습으로 노래하고, 빨간 소화기를 ENG카메라처럼 어깨에 메고 춤추는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8~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도 꾸준한 방문과 접대가 주요한 영업의 방식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도 많이 바뀌고 행태도 변해가고 있죠? 시간이 갈수록 데이터 분석과 예측,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에 인간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유지하는 아날로그 감성을 더하는 하이브리드 영업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2) B2B 영업담당의 명칭

필자가 반도체용 정밀공구 제조사의 대만 지사장으로 근무하던 2007년, 2022년 기준으로 14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화학회사로 연간 56조 매출에 5천억의 영업이익을 자랑하는 캐봇(Cabot)사의 HR임원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2007년 당시 아시아 시장의 반도체용 무기화학물질과 패드류 점유율 확대를 시도하던 중 저에 대한 정보를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을 위시한 190여개 업체에 위치한 신주 사이언스파크 근처의 호텔 카페에서 인터뷰를 겸한 미팅도 했었습니다. 활달한 성격의 화교계 여성임원은 저에게 "대만, 중국의 반도체 제조사를 담당할 Account Manager를 찾고 있는데 John Kim(필자의 영어이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면 웃으며 의중을 물어봤습니다. 그때 저는 엄청 당황했었습니다. 영업담당이라면 당연히 영어로 'Sales' 라는 말이 나와야 하는데 'Account'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Account Manager'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전에서 의미를 찾지 않은 상태에서 뭐가 연상되시나요? 저는 'Accountant' 회계사, 회계담당이 떠올랐죠. 굉장히 아쉬워하면서 "아쉽게도 저는 회계담당이 아닙니다. 영업담당이죠." 라고 하는 말에 캐봇(Cabot)사의 HR임원은 살짝 웃으며 "아! Account Manager는 특정 고객사 (Account)를 담당해서 영업행위를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영업담당과 같은 말이죠." 라며 'Account Manager'의 의미를 설명해줬습니다. 당시 연봉의 3배를 준다는 제안을 받았는데 재직하던 회사의 프로젝트를 완료해야 한다면서 거절했었습니다. 16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싱가포르에서 일했으면 지금 어떻게 변해있을까 하며 궁금하기도 합니다. 영업직무에 대한 명칭은 8개 이상으로 다양하게 있지만 필자는 B2B 해외영업 현장에서 자주 지칭되던 3개로 줄여 설명해보겠습니다. 'Sales rep. (세일즈 랩)', 'Account Manager(어카운트 매니저)', 'Key Account Manager (KAM 키 어카운트 매니저)' 입니다.


첫번째, 'Sales Representative'부터 알아보겠습니다. 'Representative'의 사전적인 의미는 '대표'입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영업대표'라고 칭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Sales rep. (세일즈 랩)'이라고 합니다. 필자가 처음 'Sales rep. (세일즈 랩)'이라는 말을 외국 고객과 대화중에 들었을 땐 'Sales lab. (laboratory) (세일즈 연구소?)'로 듣고 '영업 연구담당'은 뭔지 혼자 궁금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Sales rep. (세일즈 랩)'의 업무는 내부에선 전화,이메일로 고객과 소통을 하고 외부에서는 회사를 '대표'해서 직접 고객사 담당자와 대면하여 소통하며 세일즈 행위를 하는 것 입니다. 회사의 규모에 따라 업무의 범위가 마케팅에서 필드 영업담당의 역할까지 통합되거나 세부적으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두번째는 'Account Manager' 입니다. 특정 고객(어카운트)를 담당해서 세일즈 행위를 하는 사람입니다. B2B는 고객의 수가 B2C대비 적지만 각각의 고객별로 산업과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고 대응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납품하는 제품의 Repeat Order(반복 오더) 관리, 새롭게 시장진입을 시도하는 제품에 대한 테스트 및 고객 담당자들과의 관계관리등이 주요한 업무입니다. 고객사의 중요도와 매출규모에 따라 담당하는 고객사의 수는 적어지거나 많아질수 있습니다. 유통경로에 따라서는 '직판'담당과 '총판(대리점)' 담당으로 나눠지기도 합니다. '직판'담당은 본사차원에서 직접 고객사에게 판매하는 것이고, '총판(대리점)'담당은 여러 대리점들을 지역 혹은 산업으로 분류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영업담당이 대리점주들을 대상으로 협상하고 판촉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Key Account Manager' 입니다. 

기업에서 영업을 경험해보신 분들은 '파레토 법칙'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파레토 법칙'이란 20%의 원인이 80%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특히 B2B영업에서 보면 정말 잘 맞아떨어지는 이론입니다. B2B벤더사 입장에서도 보면 자동차 산업이라면 '현대,기아자동차', 전자산업은 '삼성전자', 검색포탈은 '네이버', 유통은 이마트와 쿠팡등 주요 1개사의 매출이 전체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특히 대형 그룹사의 자회사의 경우는 모 그룹향 매출 점유비가 90%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죠. 이러한 주요 고객사 (Key Account)는 공급물량의 변화가 공급사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대기업의 전문적인 인력이 카운트 파트(상대방 Counter Part)이기 때문에 공급사의 고참 영업담당이 쥬니어 영업담당과 함께 팀을 이뤄 밀착마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영업담당을 'Key Account Manager (KAM)'라고 합니다.


3) B2B 영업담당의 역할

영업담당이 열심히 일하고 매출실적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겠죠? 남다른 영업담당이 되려면 꾸준히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 더 좋은 고객 후보군을 발굴하여 확보해야 합니다. 기존고객과 신규고객 담당자들의 이슈와 문제를 찾아내면 쌍방에게 윈윈효과를 가져다 주는 솔루션을 만들어야 하고, 고객사와 당사의 여러조직사이에서 메신저 역할 하며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합니다. 시장동향과 자사의 좋은 정보는 고객사에게, 고객사의 정보와 요구사항은 자사의 연구조직과 생산조직에게 전달하여 정보의 흐름에 막힘이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고객 만족도를 좋게 유지해서 기존고객의 이탈을 막는 동시에 점유율도 높여야 하고, 신규고객향 제품의 테스트를 위해 자사 내부의 도전(예: 생산조직)을 극복하는 맷집도 필요합니다. 


시장환경분석과 경쟁사의 전략파악, 고객의 경쟁상황 예측을 통해 자사의 전략을 주도해서 이끌어가야 합니다. 점점 직급이 올라가면 영업팀의 구성과 목표설정, 성과평가등의 역할비중도 높아지겠죠. 고객과의 주요한 가격협상을 이끌어 합의에 도달시켜 계약을 성사시키고, 빠르게 변하는 CRM(Cutomer Relationship Management)프로그램같은 세일즈도구를 활용해 영업팀의 판매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실적을 측정,분석하는 능력과 안목도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 보면 B2B영업담당은 공급사와 고객사를 연결하는 살아 움직이는 채널이라고 볼 수 있곘습니다. 스마트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B2B영업조직은 회사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4) B2B 세일즈맨의 능력


① 경청력 : 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영업현장에서 일을 해본 경험으로 보면 실적이 좋은 영업사원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습니다. 화려하고 세련되고 말을 잘 하는 영업담당이 실적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객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능력이 탁월한 영업담당이 대체로 실적이 좋았습니다. 심리학자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경청'기법을 통해 상대방이 무의식중에 행하는 표정,태도,말투등의 습관과 방어기제(防禦機制)의 패턴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② 질문력 : 필자가 첫 해외출장을 갈때 고참이 다 준비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일정,예약,정장,노트북,발표자료등 다 준비했다고 하니 '질문'도 준비했냐고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고객사 담당자에게 대충 질문을 던지면 "그런 질문은 인터넷에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혹은 "그런 질문은 대외비라서 함부로 말해줄 수 없습니다." 같은 대답이 나옵니다. 세심한 질문력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구매 예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후, 고객에게 와닿을 솔루션을 적절한 시점에 던져야 합니다.   


③ 공감력 : 영업담당의 입장이 아니라 고객사 담당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오롯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의 개인적인 상황과 조직원으로서의 고민과 문제를 찾아내고 가치관과 목표,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를 조사하고 감정상태를 예상해야 합니다. 조직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그에 대한 상대방의 이익과 손해을 계산하여 메시지를 조절하고 피드백을 받아야 합니다.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머리로 생각하고, 그들의 심장으로 느껴야 합니다.   


④ 관계력 :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주 연락하고 만나야 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 링크드인, 유튜브등을 통해 어디서 본듯한 익숙함을 주고, 이메일, 문자, 카톡, 전화로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며 그들의 관심사와 우선순위를 파악해야 합니다. 고향과 출신학교, 취미등을 파악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겠죠? 기념일과 이벤트를 챙기고, 편안한 시선과 미소, 세련된 칭찬과 위로로 진실한 자신을 보여줘서 친밀한 관계를 장기적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⑤ 협상력 : B2B세일즈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입니다. 짧지만 집중적인 협상력 학습과 훈련으로 영업현장에서 퍼포먼스를 빠르게 개선할 수도 있습니다. 협상 목표설정과 정보수집, 옵션개발로 준비하고, 이슈별 대응전술로 주도권을 가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심리와 감정을 활용해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영업팀원들간의 역할을 나누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합니다. 영업협상은 한번에 끝나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길게 이어지는 관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전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⑥ 기획력 : 영업담당이 고객과 소통을 할때 사용하는 도구를 생각해봅시다. 주로 메일,엑셀,PPT,워드파일을 통해 소통하고 미팅시에는 한국어 또는 영어로 만들어진 PPT자료를 프로젝터로 스크린에 투사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겁니다.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한 논리와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이것을 차트와 다이어그램, 이미지와 글로 표현하여 완성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어울리는 스피치와 자세, 제스쳐, 동선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⑦ 실행력 : 필자가 현업에 있을때 귀찮고 힘든 고객사의 요청이 팩스로 오면 때때로 처리를 미루고 책상밑에 쌓아뒀습니다.그러다보면 감당못할 정도로 그 양이 많아져 대처하기에 굉장히 힘든 지경으로 갔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미루지 않고,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대로 움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면 고객과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빠르게 찾아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하면 실적은 당연히 좋아지겠죠. 실적이 좋아지면 조직은 그 영업담당에게 더 큰 책임과 경험,기회를 부여하게 될 것이고 레벨과 커리어패스를 순탄하게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5) B2B세일즈맨의 레벨과 커리어패스

'B2B영업'이란 직무를 처음 맡게된 신입사원 이거나 기술지원 엔지니어 직무에서 'B2B영업'직무로 옮겼거나 혹은 이직을 통해 다른 회사에서 'B2B영업'직무를 하게되었다면 제일 낮은 레벨에서 출발해야 되겠죠? 


제일 첫번째 레벨은 '자사 (Company)' 입니다. 자기 회사의 조직, 인원, 역사, 위치, 역사, 정보, 시스템등 가장 기본되는 정보에 대해서 탄탄하게 학습해야 내부적인 소통과 외부 정보제공에 문제가 없겠요? 


두번째 레벨은 '제품 (Product)'입니다. 자기가 팔아야 할 제품에 대해서 잘 모르면 고객사 미팅에서 굉장히 부끄러워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조현장에도 자주 가서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제품이 고객사 현장에서는 어떻게 구동이 되는지 매우 상세하게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제품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났으면 경쟁사 제품에 대해서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제품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단계는 '고객 (Account)'입니다. 방문전에는 인수인계 받은 자료와 인터넷 검색, 선배들로부터 들은 히스토리로 학습하고 방문해서 미팅을 하고 관계관리를 하다보면 고객사의 조직, 담당자, 경영상황등 여러 측면에서 정량적인 정보와 정성적인 정보들이 쌓여갈 겁니다. 영업 실적이 좋으면 영업인으로서의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할 겁니다.


네번째 단계는 '산업 (Industry)' 입니다. 고객사가 속해있는 산업의 현황, 경쟁상황, 기술로드맵등이 보이고, 어플리케이션(적용 분야)의 변화에도 눈이 조금씩 떠질 것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도 감이 잡히기 시작할 겁니다. 이 정도 레벨까지 오면 영업조직 관리와 세일즈 리더십에 대한 고민도 따라올겁니다. 


마지막 단계는 '가치사슬 (Value Chain)'입니다. 고객사 제품의 전후방 산업과 가치사슬이 보이면 관련 전시회에서 그 가치사슬에 있는 회사와의 협조관계 및 인맥도 확장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가 되면 회사에서 영업만 담당하는 것은 답답해질 수 있고, 해당 가치사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은 단계까지 갈겁니다. 이때 많은 영업담당들이 국내 혹은 국외에서 유통 대리점이나 부품, 용역 제공의 역할도 수행하면서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이전글 B2B 고객의 특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