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살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창범 Jan 26. 2016

겨울, 목관아 - 관덕정

최악의 한파가 몰려왔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제주지역의 한파는 대규모 항공기 결항사태를 일으키고 수많은 한파 난민을 양산했죠. 제주 시내에는 좀처럼 10cm 이상의 눈이 쌓이지 않는데 이번 폭설은 거의 32년 만의 기록이라는군요. 1월 중 최저 기온도 기상관측이래 최초라 하니 이번 한파가 얼마나 큰 충격으로 제주를 덮쳤는지;; 수도가 얼거나 동파되고 발 묶인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이삼일 째 노숙하는 풍경도 있지만 아주 짧은 순간 눈으로 만들어지는 아름다움도 있었지요. 바로 제주 원도심에 위치한 제주목 관아와 관덕정 설경입니다.


제주목 관아는 조선시대 제주지방 통치의 중심지로 이미 탐라국 시대부터 성주청 등 주요 관아시설이 있었던 곳이죠. 일제가 다 파괴했던 것을 1991년부터 1998년까지 4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했고, 그 결과 탐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여러 문화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고대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199년부터 복원을 시작해 2002년에 복원을 완료했죠. 


제주시 삼도1동, 제주시의 중심가에 자리한 관덕정()은 제주에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이중 기단 위에 세운 정면 5칸에 측면 4칸인 단층의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세종 30년인 1448년에 제주목사인 신숙청()이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지은 관덕정은 성종 11년인 1480년에 중수되었고, 그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관덕정은 “평소 마음을 바르게 하고 훌륭한 덕을 닦는다”는 뜻으로 ‘사자소이관성덕야(, 활을 쏘는 것은 높고 훌륭한 덕을 보는 것이다)’에서 지은 이름이죠. 이 건물은 창건 이후 제주의 역사를 말없이 지켜보았습니다. 1901년에 일어났던 신축교난 당시 지도자였던 이재수가 관덕정 광장에서 효수되었죠. 1947년 2월 10일에는 제주 시내의 중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양과자를 먹지 말자”고 외쳤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세의 역사에서는 4ㆍ3 항쟁 당시 무장 유격대 사령관이었던 이덕구의 시신이 며칠이나 내걸려 있었던 비운의 현장이기도 했고요.  


이제 한파는 수그러들고 눈도 많이 녹았지만 오늘도 관덕정과 목관아는 제주에서 흔치 않게 보는 설경에 어우러지는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용눈이오름의 겨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