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정 공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창범 Jun 14. 2017

안아주기

85


십여년이 다 되갑니다. 5월 어느 날 인수봉 암벽등반을 할 때였죠. 선등자 바로 뒤에서 빌레이(belay, 확보)를 봐주는 역할을 하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였습니다. 해가 있는 날인데도 그랬어요. 잠깐씩이라도 햇볕에 데워진 따뜻한 바위에 최대한 몸을 밀착하고 그 온기를 받아들여야만 했습니다. 내가 실수하면 선등자의 목숨이 위험하기 때문이었죠. 

오늘 영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데 동행한 사람이 소나무를 끌어안고 기운을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바위든 나무든 사람이든 에너지를 내는 쪽이 있고 받아들이는 쪽이 있습니다. 당신은 주는 사람인가요? 받는 사람인가요?

5시경, 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나오는데 그 늦은 시간에 걸어내려가는 사람들이 있었죠. 차를 세워 태우고 터미널까지 모셔다 주었습니다. 안아주어야 할 사람들은 눈에 드러납니다. 보고도 지나치면 그 누군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특히 감정을 다친 사람을 보면 안아주세요. 안아주는 것.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의지(依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