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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모아 한 곳을 똑바로 바라봅니다. 그런데 그 시선을 이루고 있는 것은 비어 있는 원형 프레임이고, 그 시선의 끝자락엔 빛나는 뭔가가 있습니다. 어쩌다 고개를 돌리니 눈에 들어온 것이죠.
응시는 '봄'과 '보임'의 중간에 있습니다. 사람의 관계로 풀자면 보는 사람과 그 대상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응시가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응시가 사라지면 관계도 소멸됩니다. 자신 안에 뭔가로 가득 차 있으면 대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비워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똑바로 보든 물끄러미 보든 응시를 지속하고 있다면 어느 순간 명확해집니다.
"아! 나를 마중 나온 초저녁 반달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