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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Jun 15. 2017

관조(觀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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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찍을 때 돌담과 메밀꽃이 배우였고 나는 관객(觀客)이었습니다. 관조란 끊임없는 관찰 훈련의 산물이죠. 그런데 내가 관조에 빠지면 신기한 일을 경험합니다. 나는 돌담이고 메밀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에요. 이해가 되시나요?

배우는 관객과 자신의 몰입을 돕기 위해 얼굴을 어떤 물건으로 가립니다. 이 물건을 ‘가면’이라고 부르죠. 가면을 라틴어로 ‘페르소나’라고 부르며, 인간이란 영어단어 person이 이 단어에서 파생했습니다. 


배우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극 중 인물을 표현합니다. 배우가 무아 상태에 진입하면 역시 신기한 일이 일어납니다. 관객들도 한순간에 극 중 배우가 되어, 배우의 희로애락을 동시에 느끼게 된답니다. 결국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비극적인 상황에서 헤매고 있는 자기 자신들을 관조하고 있는 셈이지요.

덧 1) 좋은 사진은 결국 찍은 대상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덧 2) 감정이입이 되는 대상인 줄 알았는데 아닐 것 같다는 의심이 들 때가 제일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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