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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05. 2016

나를 붙잡고 있는 것들에 대해

신경 덜 쓰고 살아라

월정리 해변 ⓒ신창범


과거가 나의 발목을 붙잡는다? 붙잡고 있는 것은 나의 관념일 뿐이다. 과거는 그냥 과거일 뿐이다. 바람이 모래사장에 결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 모양이 영원할 수는 없다. 또 다른 바람이 새로운 결을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더 보드라운 결이 될 수도 또는 더 거친 결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무한 반복되는 모래에게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함덕 바닷가의 가로등 ⓒ신창범
난 사실 날 줄 몰라요. 진짜 갈매기도 아니고 드론도 아니니까요. 난 가로등이죠.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밑에 받쳐주는 쇠기둥을 포토샵으로 지워서 그런 거예요. 하지만 기분은 그럴듯하네요. 정말 내가 날아가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난 정말 날고 싶어요.


누구나 자신을 붙잡는 족쇄 같은 것이 있다. 없앨 수만 있다면 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족쇄 마저도 자신을 구성하는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북촌돌하르방 공원의 동자석 ⓒ신창범

이 동자석들은 무덤가를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볕 좋은 담벼락에 모여 서서 지나가는 여행자들에게 보여주려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러니 사실은 들려줄 이야기가 별로 없다. 만든 이의 노고는 있을지 몰라도;;;. 하지만 지금이라도 무덤으로 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망자에 대한  미주알고주알을 주워섬겨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이야기는 풍부해지고 동자석은 제대로 된 쓰임을 받게 될 것이다.


북촌돌하르방공원의 돌코냉이 ⓒ신창범

그러니 지금 어디 서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 쓰임에 맞는 자리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 자리를 찾기 위해 과거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이제 풀어주어라. 하지만 그 과거를 버리고 갈 수는 없다. 그것을 당신은 하나의 경험이라는 것으로 받아들여라. 단 그 경험을 오해나 선입견이라는 것으로 채색을 하지는 말라. 그저 경험으로만 남겨두길. 또 어거지로 기억을 더듬지 마라. 잊혀질만한 것들은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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