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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08. 2016

160208 여행스케치

1100고지-이시돌목장-금능해변-송악산-사계해변-단산

입춘이 지났으니 바야흐로 봄은 성큼 더 가까이 온 셈이다.  겨울 볕과 봄 볕은 그 색감부터 다르다. 햇살에서 따스함이 더 느껴진다. 겨울은 이제 더 이상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명절날 제주에 놀러 온 게스트하우스의 손님들과 제주의 서쪽 나들이를 떠났다.


1100 고지 눈꽃 구경에 도전을 했지만 역시나 눈은 다 녹아 있었으니 올 겨울, 눈과 눈 마주치는 경사는 안 이루어질 듯하다. 다음 찾아간 곳은 이시돌 목장. 이 목장 안에는 독특한 건물이 한 채 있다. 테쉬폰이라는 다소 이국적인 이름.  이라크 바그다드 가까운 곳에 테쉬폰(Ctechphon)이라 불리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서 이런 건축물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해서 지명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이다. 제주에는 이런 테쉬폰이 13채 정도 남아 있다. 그나마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이 이시돌목장의 테쉬폰.


웨딩사진이나 별 사진을 찍기에도 좋은 곳이어서 늘 사람들이 붐빈다. 이 건물에 어떤 기능을 부여해서 새롭게 살려내기 보다는 그냥 그 자체의 폐허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금능해변과 협재해변을 이어주는 해안사구. 주로 해안에 발달한 사구는 해류 ·하안류에 의하여 운반된 모래가 파랑으로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바람의 작용을 받아,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지형을 말한다. 사구 위로는 제주올레 코스가 있다. 앞서 소개한 테쉬폰과 마찬가지로 손대지 말고 그냥 보존만 해 줘야 하는 중요한 장치다. 해안사구는 바다모래가 더 이상 날아들지 않게 보호하는 장치이며 해안지역으로 식용 가능한 맑은 물이 용출되는 용천수의 저장 기능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로 해안사구가 다 사라져가는 대표적인 지역이 월정리. 사구가 있던 자리에 지금은 카페들이 즐비해 있다.   


가까이 다가서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다로 흘러들던 용암이 일정하게 분리되면서 수로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이 더 빠졌더라면 수로가 아니라 계곡처럼 보였을 것이니 간만조의 어느 순간에만 보이는 풍경인 셈이다. 제주 바다에는 이런 독특함이 도처에 숨겨져 있다. 보물 찾기 하듯 찾아다녀 보시라.

 

조만간 여기 사진을 직은 이 장소에도 중국인이 투자한 호텔이 들어설 것이다. 이 들판에 뛰놀던 말들은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할 것이고 산방산과 형제섬 그리고 멀리 대평리의 박수기정이 보이는 이 멋진 송악산 아랫자락은 무참하게 깎여지고 파헤쳐질 것이다. 경관은 사유화될 것이고 지금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옛 기억에서만 가물가물 할 것이다.


사계 해변의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까지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겨울에는 빼고;; 사계 해변은 걷기에 아주 좋은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다. 다 걷고 나서 차도로 올라서면 스테이 위드 커피 또는 씨엔블루라는 제대로 내려주는 드립 커피 전문점들을 만날 수 있다.   


단산 너머로 고단한 하루 해가 넘어가며 붉게 주변을 물들이고 있었다. 산의 형태가 독특한 이 단산은 바굼지 오름이란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박쥐가 연상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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