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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제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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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11. 2016

신성한 오름, 금오름

서부중산간 지역의 대표적인 오름

북촌 돌하르방공원의 김남흥 원장이 그린 이 그림은 어느 오름을 그린 것일까? 오름 정상의 분화구에는 물이 고여 있고, 말들이 물을 마시거나 풀을 뜯고 있다. 오름의 형세나 크기, 오름 바깥의 흐릿하게 보이는 해안 풍광으로 봐서는 금오름이 확실하다. 고조선 시대부터 쓰여 온 검·감·곰·금 등은 신(神)이라는 의미를 가진 곰과 뜻이 서로 통하기 때문에 금오름은 신을 의미하는 오름으로 예로부터 신성시되어 왔다. 한자로는 금을악(琴乙岳, 金乙岳)·흑악(黑岳)·금악(今岳, 琴岳) 등 다양하게 표기한다.

지금은 소나무들이 더 들어섰고 왼쪽으로 보이는 높은 등성이에는 송신탑으로 빼곡하다. 오른쪽은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시설이 들어서 있고;;; 물론 가끔은 큰 비를 만났을 때 저렇게 하늘을 비춰줄 만한 물을 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날들은 말라 있거나 작은 웅덩이처럼 보인다.   


예전의 금오름은 분명히 그림처럼 저런 풍광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몇 년 전에 찍어둔 금오름 사진을 찾아보니 역시 비슷하다. 지금도 아름답지만 변하기 전이 더 아름답다. 개발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제주가 그렇다. 제주는 지금 변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집값 땅값은 미친 듯이 고공 상승 중이다. 


예전의 제주가 더 아름다웠다.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어가고 있고 또 어떤 이들에게는 다른 곳으로 떠나 볼까 하게 만든다. 미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으며 태어난 땅 제주로 돌아올 때 처음에는 막연했으나 점차 이 땅에서 살고 또 뼈를 묻겠다는 확신이 늘어났었다. 지금은 모르겠다. 다시 막연해진 느낌. 


며칠 전 한라산을 등반하고 쉼 없이 며칠 동안 계속 걸어 다녔더니 오른쪽 고관절이 탈이 나버렸다. 걸을 때마다 시큰거리는 게 사는 낙을 반쯤 앗아가 버렸다.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상념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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