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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10. 2016

백서향 그윽한 곶자왈로 가라

2월 제주, 향기에 취해 길을 잃는다

천리향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는 꽃나무. 꽃향기가 얼마나 강해야만 천리(千里) 즉,  400km까지 향이 퍼질 수 있을까? 그 주인공은 서향(瑞香) 중에서도 꽃 색깔이 백색인 백서향(白瑞香)이다. 유래 없는 한파에 시달린 제주에도 봄은 이미 성큼 제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이고 그 전령으로 백서향을 꽃 피워냈으니 꽃향기 맡으러 곶자왈로 가보기를 추천한다. 


각각 숲과 자갈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자왈'이 합쳐진 곶자왈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백서향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으로, 제주의 봄은 곶자왈에 번지는 그윽한 백서향의 향기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백서향은 곶자왈이라는 숲에 잘 보존된 채로 제대로 피어 있어야  '꿈속의 사랑'이라는 꽃말처럼 맑은 듯하면서도 강하고, 은은한 듯 싶으면서도 깊고 그윽하며, 달콤한  듯하면서도 시원한 향기에 사람을 취하게 만들 수 있다. 


곶자왈(Gotjawal)이란 "화산분출시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암괴로 쪼개지면서 분출되어 요철(凹凸)지형을 이루며 쌓여있기 때문에 개간을 해서 농지나 초지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지하수 함양은 물론, 보온·보습효과를 일으켜 열대식물이 북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식물이 남쪽 한계지점에 자라는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독특한 숲"을 말한다.



백서향은 일본 규슈지방과 거제도, 남해안 일부 그리고 제주에서 자생한다. 그런데 제주 백서향은 꽃받침 통과 꽃잎이 펼쳐진 부분에 털이 없고 긴 타원형 잎을 가지며 제주 중산간 지역 즉 곶자왈에서만 볼 수 있어서 둘은 다른 종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렇다면 제주 백서향은 우리나라 고유의 식물, 제주도 곶자왈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특산 식물인 셈이다. 하나의 가지 끝에 수십 송이씩 달리는 제주 백서향은 처음 한 두 송이 피기 시작해  만개하기까지는 한 달이 넘게 걸린다. 


동쪽으로는 동백동산으로 유명한 선흘 곶자왈과 김녕 곶자왈, 서쪽으로는 저지 곶자왈, 무릉 곶자왈, 안덕 곶자왈 일대가 대표적인 자생지로 알려 있다. 백서향이 자생하는 곶자왈은 2월 내내, 아마 늦은 3월까지 긴 기간 찾아오는 이의 오감을 행복하게 만드는 힐링의 숲이 될 것이다.   


사족) 제주 백서향은 안타깝게도 불법 채취에 시달려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다는 소식이다. 제발 몰지각한 사람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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