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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18. 2016

한라산 눈꽃 산행

영실코스

눈 덮인 한라산은 자주 볼 수 있지만 쉽사리 오름을 허락하지는 않습니다. 눈 때문에 도로가 통제되거나 입산을 금지하기 일쑤이고 날씨가 도와주지 않을 때도 많지요.  하지만 어떤 날은 파란 하늘에 봄날 같은 포근함을 허락하기도 한답니다. 지난번엔 며칠 간 폭설이 내려 기대감을 고조시키더니 또 며칠은 비만 주야장천 내려 멋진 설경을 다 지워버리기도 하던 한라산이 드디어 멋진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다음번 한라산 눈꽃 산행은 기상예보대로라면 다음 추 초에 오는 눈을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영실매표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이 채 못됩니다. 차를 가지고 간다면 매표소 주차장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그 입구 언저리에 차를 주차시켜야 할 거예요. 여기서부터 어떻게 걸어가냐고 따져 물으면 택시를 이용하시란 대답을 합니다. 영실 매표소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택시 요금은 1만 원. 일행이 좀 있다면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지만 혼자나 둘이라면 좀 그렇긴 하죠. 급조된 친구를 좀 사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암튼 그렇게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면 눈꽃 세상이 사람을 긴장시킵니다. 눈꽃이 제대로 피어 있더군요. 그런데 눈꽃 산행이지만 사실은 영실 코스의 핵심은 병풍바위와 영실기암 그리고 선작지왓에서 보이는 백록담의 자태가 더 끌리는 것이라  할만합니다. 왜냐고요? 일단 따라와 보세요.


숲길을 헤치고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펼쳐지는 영실기암과 병풍바위. 그리고 나타나는 구상나무 군락. 눈길을 다른 데로 돌리기 힘들죠. 게다가 제주에 내려와 산지 5년 여가 넘어가지만 이런 날은 정말 드물었답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 한 점 없으며 체감온도는 봄날처럼 포근한 그런 날씨. 등산객들은 이구동성으로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고 한 마디씩 합니다.


 

마침내 드러난 백록담의 위용. 성판악으로 올라가서 백록담 분화구를 내려다보는 맛도 일품이지만 저는 사실 겨울산행에서 선작지왓에서 보는 한라산 백록담의 장관을 더 좋아라 합니다. 다가섰을 때 구름에 쌓여 있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한 20~30여분 기다려보세요. 언제 그랬냐 싶게 다시 맑은 자태를 드러내니까요. 올라가는 길에 만나는 윗세오름 전망대는 하산길에 이용하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다만 백록담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면 먼저 전망대를 이용하고 구름에 가려져 있다면 패스했다가 하산 시 다시 도전해 보라는 것이죠.


영실코스 오르고 내리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선작지왓에서 보는 백록담, 오르고 내리는 길에 보이는 병풍바위와 영실기암 오백장군 그리고 까마귀가 인상적인 코스입니다. 겨울 산행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이제 5월을 기다려봅니다. 5월은 한라산이 철쭉으로 덮이는 시기죠. 제주조릿대가 너무 번져서 철쭉밭을 잠식해 버렸지만 그래도 핑크빛으로 물들 선작지왓을 기대해 봅니다. 이제 몇 달 남지 않았군요. 시내로 돌아나오는 길 동영상을 하나 첨부합니다. 오가는 길까지 아름다운 한라산 눈꽃산행이었습니다.


선작지왓 : 선작지왓은 한라산 고원의 초원 지대 중 영실기암 상부에서 윗세 오름에 이르는 곳에 위치한 산상의 평원 지대. ‘작지’는 ‘조금 작은 돌’을 말하고, ‘왓’은 ‘벌판(또는 밭)’을 의미하는 제주 방언이다. 따라서 선작지왓은 ‘작은 돌들이 서있는 드넓은 벌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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