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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창범 Feb 20. 2016

서귀포, 매화꽃 필 무렵

매화와 그림 그리고 원앙도 곁들인 풍성한 상춘 탐방

2월 중순이면 매화꽃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서귀포가 가장 빠르다. 보통은 2월 마지막 주에 매화축제가 몰린다. 지금 매화를 보고 싶다면 천지연폭포와 가까운 칠십리공원이나 걸매 생태공원에 가 보시라. 둘 다 거의 인접해 있으므로 두 공원을 다 둘러보는 것도 좋으며 그 사이에 있는 기당미술관을 들려 변시지 화백의 상설전과 기획전 '촉각적 회화'(3월 27일까지)를 감상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게다가 걸매 생태공원에서는 겨울철의 진객 원앙을 만날 수도 있다. 단순히 매화꽃만 보고 가지 말고 매화와 그림 그리고 원앙도 곁들인 풍성한 상춘 탐방을 해 보시길 바란다.


칠십리공원에서는 한라산 조망이 근사하며 천지연폭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도 있다. 물론 매화 향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곳이니 3월 초까지는 매화꽃 꿀 따러 벌들이 분주할 것이다.


 변시지(1926-2013) 화백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오랫동안 변방의 화가로 살았기 때문이다. 우성(宇城) 변시지 화백, 그의 화폭에는 늘 제주의 바람이 분다. 그의 그림 앞에 서면 폭풍이 몰아친다. 그래서 그는 '폭풍의 화가'로 불린다. 변화백의 생존 당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는 생존하는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변화백의 그림 두 점을 상설 전시했다. 1997년에는 한국 화가로는 유일하게 검색 포털 '야후'에 의해 고흐나 피카소와 함께 세계 100대 화가에 선정되기도 했다. 제주에 살며 오로지 제주만을 그려온 변 화백의 그림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였다. 한국 화단의 중심부가 그를 제주의 향토화가 정도로 애써 무시하는데 급급할 때 세계적인 박물관 디렉터는 그의 진가를 알아봤고 그는 변방의 화가에서 일약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제주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여전히 변시지 화백의 그림을 접하고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제주여행의 시작이 올레길이라면 그 끝은 변시지 화백이라고 생각한다. 매화 보러 가는 길에 기당미술관은 꼭 한번 들러보기 바란다.


칠십리 공원의 매화보다 걸매 생태공원의 매화나무들이 더 오래되었다. 수세가 더 커서인지 꽃의 품격도 좀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꽃도 걸매 쪽에서 먼저 핀다. 꽃받침이 붉고 꽃잎이 하얀 것은 백매화. 꽃받침과 새로 나온 가지가 녹색이라  푸른빛이 돈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청매화 두 종류의 매화를 만날 수 있다. 간혹 관상수로 심어진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척척 늘어진 능수매를 볼 수 도 있다.  


 

생태공원 한쪽에는 야생조류를 관찰할 수 있는 개천이 있다. 매화꽃 필 무렵이면 제주에서 월동을 하던 원앙들이 떠날 채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컷들의 색깔은 지금도 화려하지만 2달 뒤 본격적인 짝짓기 시즌이 다가오면 더 화사해진다. 지금 잘 먹어둬야 번식지로 가는 길과 그 이후 구애활동에 지장이 없다. 가급적 탐조는 조용조용 새들이 놀라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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