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웨스떼른 발리 몬떼 브리사스 내추럴
저는 봄 저녁을 좋아합니다. 해가 지고 나서 연보랏빛으로 어둑어둑 물든 하늘과 그 아래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좋습니다. 긴 겨울의 추웠던 공기가 부드럽게 옷 사이로 느껴지는 것도, 거리에 부쩍 사람들이 늘어나 생긴 활기라거나 어떤 기대감도 좋습니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무척이나 짧게 주어지는, 너무나 짧아서 마치 커튼 사이로 순간적으로 비춘 빛 같아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여름 밤은 봄 저녁과 사뭇 다릅니다. 여름 밤의 가장 큰 특징은 확연히 밝아진 밤하늘의 조도입니다. 시계를 확인하지 않으면 시간 감각이 불분명할 만큼 해가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공기는 뜨겁고 끈적끈적해집니다. 열대야가 아니라면 장맛비가 있습니다. 긴 밤 내내 장대 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는 여름 밤에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여하간 활동하기에 쾌적한 조건들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여름 밤은 특별합니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길게 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입니다. 여름 방학이 있고, 여름 휴가가 있습니다. 바캉스라고도 하고, 혹서기 하계 휴무라고도 합니다. 모두가 쉬는 시간, 이라는 점이 모두를 들뜨게 합니다. 후덥지근한 공기도, 장마도 방해하지 못합니다. 활력 200%입니다.
한낮 내내 웃고 떠들고 움직였다면 저녁 시간부터는 달콤하게 그 여운을 즐기는 순서입니다. 편한 장소에서 편한 사람들과 가벼운 식사와 음료를 곁들이면서 말입니다. 굳이 무거운 주제나 심란하게 만드는 대화가 아니어도 됩니다. 시시한 대화일수록, 아무 부담이 없는 내용일수록 여름 밤엔 각광받습니다. 체어 뒤에 몸을 한껏 눕히고, 밤에도 벗지 않은 선글라스 너머로 어두컴컴하게 빛나는 불빛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쉽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듯합니다.
그런 여름 밤에 어울리는 커피는 어떤 걸까요.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도, 화려한 컵 노트의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커피도 아닙니다. 헐렁한 셔츠 차림으로 건성건성 내린 드립커피를, 얼음을 잔뜩 채운 유리잔에 붓고 대충 휘저은 다음 마시는 아이스 커피가 여름 밤에 제격입니다. 야외의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유리잔이 만나면서 송골송골 맺는 물이 테이블 위에 뚝뚝 떨어지는, 그런 아이스 커피여야 합니다. 혀를 굴려가며 향미를 음미하는 ‘커핑’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호쾌하게 목 뒤로 넘겨버립시다. 여름 밤은 그런 게 어울립니다.
코스타리카 서쪽 계곡 지역의 가족 농장 “몬떼 브리사스(Monte Brisas)”에서 재배한 내추럴 가공 방식의 이 원두는 여름 밤의 여운을 더욱 멋스럽게 장식할 만합니다. 첫 모금의 고소한 풍미와 마우스필로 느껴지는 물기 많은 과즙의 쥬이시한 질감, 그리고 후미에 은은하게 남는 쓴귤과의 향미는 존재감을 마구 과시하기보다 손목이나 목덜미에 뿌려져 지나가는 바람결에 희미하게 남은 향수 같은 흔적으로 그 매력을 말합니다.
휴양지도 좋고, 캠핑지도 좋습니다. 집앞 뜰이나 창문 밖이 훤히 보이는 거실의 의자 위도 좋습니다. 일과와 구별되는 장소에서, 휴가 혹은 쉼이란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낼 때 코스타리카 웨스떼른 발리 커피와 함께 해보세요. 여름 밤이 더욱 특별해진답니다. 물론, 밤잠을 설치지 않을 만큼 카페인에 강하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