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짧은 이야기
샌드페이퍼의 운명이란 아이러니하다. 그 자신 가장 까칠까칠한 존재이면서 세상의 거친 표면을 매끈하게 해 주는 것이 그 삶의 본질이란 점에서 그렇단 말이다. 나무 표면이 매끈하게 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쯤이면 샌드페이퍼도 어느 정도 닳아 매끈해지려 한다. 어떤 것은 매끈해지면 좋고, 또 다른 어떤 것 -예를 들어 샌드페이퍼- 은 매끈해지면 버려야 한다.
"그건 꼭 사막 같잖아."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그가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샌드페이퍼라고 모래 가득한 사막 생각이 나는 거야?"
조금 유치해지는 걸, 하고 그는 생각할 때쯤 그녀가 말을 이었다.
"모두들 사막에 가서는 자신이 외롭다고, 외롭다고 한탄하고는 돌아서잖아. 그 누구도 사막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외로운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가슴에 담아주는 지극히 외로운 존재,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