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클럽을 하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에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어떤 계기로 책을 쓰게 되었냐는 것입니다. 스스로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책을 내기로 마음먹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그럴듯한 건 ‘내 안에 쌓여있는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좀 더 있을 것 같다 ‘는 희미한 믿음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대학원에서 적은 수의 학생과 시간을 보내다 보니 더욱 그랬습니다.
책이 나오고 두 달 넘게 지났는데, 가끔씩 생각도 못하던 이들에게서 디엠이며 카톡이 오곤 합니다. 후배 뮤지션들은 위로가 되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나만 지치는 게 아니었네, 역시나 그런 거였어 ‘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감정의 정화를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트레바리는 꽤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책 덕분에 클럽을 하나 이끌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중에게 재즈를 알리는 역할을 막 하고 싶어 한 건 아닙니다. 하나로 뭉뚱그려진 재즈가 아닌, 나의 음악을 듣고자 찾아오는 관객을 원했습니다. 음악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은 놓지 않았습니다. 이상은 높고 성취는 더딘 편이라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어놓지 못했을 뿐이죠.
하지만 제가 제법 잘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란 생각은 합니다. 재즈를 듣고, 재즈에 관해 읽고 이야기하는 것 말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도전이기도 합니다. 전공자가 아닌 이들에게 재즈라는 화두를 들고 접근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책상에는 새로 읽을 책과 볼 영화며 디큐멘터리가 쌓여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마 제가 제일 많이 성장할 것입니다. 가장 많이 읽고, 고민할 게 분명합니다. 함께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