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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Last Cry

Brian McKnight

by 최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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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음악을 다시 한번 들어보게 하는 것에 있어서는 유튜브의 연관 동영상 추천이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진다. 이러저러한 폐해가 있다고들 해도, 유튜브를 떠나기는커녕 점점 더 빨려 들어가게 되는 중요한 이유이다. 최소한 내게는 그렇다.


내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초반은 김현철의 음악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이다. 처음 가 본 콘서트도 김현철이었다. 63 빌딩 컨벤션 센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첫 곡을 연주하다가 어깨가 빠져서 잠시 멈추고는 백스테이지에서 어깨를 끼워 맞추고는 다시 무대에 올랐었다. 그 사이에 어색한 상황은 밴드가 연주로 채웠었다. 당시는 재즈가 우리나라에 막 유행처럼 퍼져가던 때라, 밴드에는 색소폰 주자가 있었고 적당히 이런저런 솔로를 하면서 시간을 때우듯 하다가 다시 가수가 무대에 올라 원래의 공연을 지속했던 것까지 기억에 선명하다.


<동네>를 통해서 김현철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이건 고등학생 시절 하교길의 버스에서 처음 들었던 노래였다. 몇 정류장 거리의 짧은 시간 동안 우연히 듣게 된 그 곡에 멍하니 홀려버렸지만, 곡 제목은 알 길이 없었다. 라디오 DJ의 멘트는 아마도 내가 버스에 올라타기 이전에 지나갔던 모양이다. 그 곡의 끝부분에 "... 오래전에 처음 내린 비"하는 가사가 인상적으로 남아서 나는 그게 곡 제목일 것이라고 믿고는 기억해 두었었다. '이런 곡이라면 곧 인기를 얻을 텐데'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한두 해쯤 지나서 김현철의 음반을 사서 듣고는 '그때 그 노래!' 하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던 곡이다.


<동네> by 김현철


이 곡이 써지던 시절의 젊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현철을 통해서 펼쳐지는 음악에 주변의 음악인들이 제법 놀라워하는 것이 녹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그 시대의 한계라고 할까, 곡 자체가 가진 내용에 비해 편곡과 연주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시의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들려줄 수 있던 사운드가 있었고, 이 음반은 그걸 또 한참 뛰어넘은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는 표절 시비도 많은 작곡가인데, 사실 얼마간 이해되는 면과 '이건 선을 너무 쎄게 넘었는데'하는 면이 공존한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세상에 나온 훌륭한 곡도 많다. 1집과 2집에 담긴 여러 곡들, 그리고 그 시절에 다른 가수들에 의해 불린 곡들 말이다.



<춘천 가는 기차> by 김현철



<그런대로> by 김현철



<까만 치마를 입고> by 김현철



<그대 안의 블루> by 김현철/이소라



내가 김현철의 음악을 얼마나 좋아했는가 하는 것과는 별개로, 노래를 아주 잘하는 가수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하지만 자기가 쓴 곡을 부를 때면 그 곡과 가수가 분리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받아들여지는 면이 있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는 면이 있다. 그렇게 따지면 존 레논이며 밥 딜런은 노래를 잘하는 가수일까? 하지만 그들의 노래와 그들의 목소리는 떨어지지 않는 그 어떤 일체감이 있고, 젊은 시절의 김현철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스티비 원더 같은 이가 존재한다. <Superstition>, <Sir Duke>, <Isn't She Lovely?>, <Lately>, < Overjoyed> 등등 훌륭한 곡을 수없이 써왔고, 심지어 대부분의 악기를 직접 연주해서 녹음했으며, 노래는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사람 말이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브라이언 맥나잇의 <One Last Cry>라면 아마도 1990년대의 어떤 음악 방송에 김현철이 나와 불렀던 것을 통해 알게 된 노래일 것이다. 아니면 적당히 알고 있던 가수의 곡이 내 마음속에 파고든 계기였었을 수도 있는데, 벌써 삼십 년쯤 지난 일이라 기억이 흐릿해졌다.


<One Last Cry> by Brian McKnight


듣자마자 '이 노래는 뭐지?' 하는 생각으로 음반을 사서 들었다. 지금 들어도 감동의 크기가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데, 그 시절의 팝 음악에서 들을 법 한 편곡과 악기 소리가 촌스럽기는커녕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로부터도 한참 뒤, 브라이언은 희끗해진 수염 가득한 얼굴로 그때 그 시절의 히트곡을 노래한다. 아주 약간 두꺼워진 듯도 한 목소리지만, 이 정도면 세월을 비껴갔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여전히 녹슬지 않은 노래와 연주 실력이 가득하다. 감히 내가 이런 아티스트를 평가하는 게 맞나 하는 죄책감이 들긴 하는데, 젊은 시절에는 재능과 영감이 그를 통해 표출되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깊이와 두께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삼십 년 전에는 그 자체로 훌륭했으며 지금은 그와 다른 어떤 것이 더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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