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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Dec 16. 2015

탈것



  음악이란 소리에 무엇을 담아 듣는 이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소리 자체가 주는 자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에 반응하는 이들이란 훈련된 귀를 가진 극히 소수의 사람들-아마도 그들 스스로 음악을 하고 있는- 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리에 담긴 그 무엇, 정서라고 하거나 음악적인 감정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이름 붙이기 어려운 그 어떤 것에 반응한다고 믿는다.


  학생들에게는 종종 음악의 진리를 다 깨우친 사람인 양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음악이란 소리에 그 어떤 것을 담는 것이라고. 소리에 담겨진 그것을 음악적인 감정이나 정서 혹은 그 어떤 것이라 부르더라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것 같아 석연치는 않지만 말이다.


  택배 이야기를 예로 들고는 한다. 가장 기분 좋은 날이 언제냐고, 나는 택배 오는 날이라고 시답잖은 농담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하루 이틀 전 주문한 물건이 드디어 배송되는 중이란 문자를 받고는 빨리 집에 돌아가 박스 포장을 뜯고 싶어 하는 설렘을 말하면, 마흔 넘은 선생이나 갓 스물을 지나는 학생들이나 각자의 기억 속으로 달려가 흐뭇한 미소를 짓기 마련이다. 그때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은 그 택배를 배달하는 트럭이 깨끗한지, 반짝반짝하는 새 차인지, 화물을 실을 공간이 충분한지가 중요한가요? 요즘 지하철 택배라고, 노인분들이 지하철을 타고 손으로 들고 배달하는 택배도 있다고 하던데, 그게 상관이 있나요? 우리의 관심사는 그저 상자 안의 내용물 아니던가요? 커다란 트럭이건 오토바이건 제때에 물건이 안전하게 도착하기만 하고 나면 탈것이란 아무  상관없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는 음악의 기술적인 면이란 탈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악기를 다루는 솜씨며 화성을 쓰는 방식이며 편곡을 하는 그 모든 것들은 탈것에 해당한다고 말이다. 듣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 어떤 감정이나 메시지 따위-지극히 추상적인 형태일 수도 있는- 가 그 탈것에 담긴 택배 박스라고 말이다. 나는 무엇을 담았는가, 나는 소리에 담아 전달하고자 하는 그 어떤 것이 있어 소리를 내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탈것 역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도서산간지역에 배송을 무사히 마치려면 튼튼한 트럭이 필요하겠죠. 음악을 그저 흘려 듣는 이들에서부터 잘 아는 이들까지 모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갖출 건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담겨있는 것이 없다면....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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