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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Sep 30. 2023

The Shape Of Jazz To Come

Ornette Coleman




  지난주에 학생들과 함께 [The Shape Of Jazz To Come]을 들었다. 처음부터 오넷 콜맨, 아방가르드, 프리재즈, 이런 얘기를 하면 아주 조금 남아있던 수업에 대한 관심도 사라질 판이다. 그래서 슬쩍 물어본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이제는 사라져서 아쉬운 것이 생각나는 게 있을까요?" 


  누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대답을 듣고 난 다음 대화를 적당히 끌고 가면 된다. 그 정도는 잘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하지만 질문이 너무 진부했던 모양이다. 내 마음속에 갖고 있던 답이 한 학생의 입에서 대번에 튀어나왔다.


  "시디플레이어요, 음반 한 장을 들고 다니면서 무한히 반복해서 듣던 게 이제와 돌아보면 참 좋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저도 동의해요. 그렇다면 우리, 오늘은 각자의 핸드폰을 엎어놓고 한 시간 만이라도 예전처럼 방해받지 않고 음악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설령 이 음악이 내 취향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이해할 수 있나를 따지지 말고 뭔가 느껴지는 게 있는지에만 집중해서요." 


  물론 이건 오넷 콜맨의 [The Shape Of Jazz To Come]을 듣게 만들 요량이었다. 평범한 현대인이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음악은 바로 건너뛸 수 있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굳이 참고 들어봐야 할 필요가 없는 음악일 것이다. 굳이 들어야 한다고 해도 스마트폰 화면 위의 무언가를 바라보며 반쯤은 흘려들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음악에 무언가가 있다면, 어떤 힘이 담겨 있다면 조금 집중해서 들을 마음의 자세를 갖춘 이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반응이 일어날 것이라 믿었다. 사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대단히 아방가르드하지조차 않다. 재즈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이런 정도의 낯섦 정도는 익숙하다. 음악이 들려오고 시간이 가면서 프리재즈라는 용어에 지레 겁을 먹은 듯하던 학생들은 이내 '생각보다 들을 만 한데'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몇몇은 꾸벅꾸벅 낮잠에 빠져든다. <Lonely Woman>으로 시작한 음반은 이미 <Congeniality>를 지난다. 




  찰리 헤이든은 오넷을 처음 만나 이렇게 말한다. 


  “당신, 진짜 멋진 연주예요.”


  그러자 오넷이 답한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요.” 


  오넷의 외로움을 다시 한번 상상해 본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리는 음악의 모양에 진실하다 보니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던 그였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찰리 헤이든을 만났고 그들은 다가올 재즈의 모양을 함께 그려내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가올 재즈의 모습]이라니 너무 확신에 찬 선언 아닌가 싶지만, <Lonely Woman>을 듣고 있으면 그렇게 믿을 법도 했을 것 같다. 

Provided to YouTube by Rhino Atlantic



<Congeniality>는 '친근함'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오넷 콜맨에게 있어 다가올 재즈의 모습은 친근한 프리재즈였을까.

Provided to YouTube by Rhino Atlan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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