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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창 Apr 03. 2018

Exit Music(For a Film)

Brad Mehldau, [The Art Of The Trio 4]




  한 학생과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나는 드럼 연주에 관해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리듬 패턴 더하기 필인으로 생각하지 말고, 프레이즈를 리니어 하게 이어가 보라구, 뻔히 보이는 자리에 릴리즈하지 말고' 하며 설교하듯 말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허비 행콕 뒤에서 연주하던 마이크 클락을 이야기했다. 마이크 클락의 라이드 심벌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며 재즈와 펑크라는 두 세계를 촘촘하게 바느질해 냈다. [Thrust]며 [Flood] 같은 음반을 들으면 그저 경이로울 뿐인데, 감탄을 계속하다 보면 자괴감이 끼어들 만한 틈도 주지 않는다. 마이크 클락과 폴 잭슨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 친구였다는데, 폴 잭슨의 추천으로 마이크 클락도 헤드헌터스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 얘기를 듣고 있자면 오클랜드는 어떤 동네인가 새삼 궁금해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나오는 도시라고 하던데. 


  그리고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연주, <Exit Music>에서 끊임없이 이어갔던 홀헤이 로씨의 라이드 심벌 소리를 기억해 냈다. 멜로디가 진행되는 동안 베이스 드럼이며 다른 북소리는 하나 끼어들지 않고 오로지 심벌 연주만 이어지는 그 곡 말이다. 정말 끈질기게 이어지는 심벌소리를 듣다 보면 바닷가의 파도 소리나 창가를 때리는 빗소리가 연상된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삶과 죽음을 생각한다. 거대한 물은 언제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며칠 전, 그러니까 그저께 밤에 뜬금없이 운동을 하겠다고 양재천으로 나섰다. 늘 그렇듯이 운전하며 지나치는 거리의 풍경은 걸으며 보게 되는 모습과 다르다. 물론 음악도 그렇다. 차 안에서 듣는 것과 걸으며 듣는 것은 다르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브래드 멜다우를 들었다. 


  이제 브래드 멜다우는 제법 많은 음반을 낸 아티스트이고 나는 그의 디스코그라피를 다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굳이 애써 따라가고 있지 않는 중이다. 내게 브래드 멜다우 트리오의 드러머는 홀헤이지 제프 발라드가 아니다. 제프는 너무도 훌륭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얘기로- 홀헤이가 아니고, 홀헤이의 라이드 심벌이 들리지 않으면 브래드는 다른 연주자가 된다. 갑자기 열 살쯤 나이가 들어버리는 느낌이다. 


  '청춘의 송가로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주를 할 당시의 브래드 멜다우는 젊었고, 홀헤이 역시 한껏 젊었다. 생각해 보면 이 연주의 원곡인 라디오헤드의 버전이 담긴 [Romeo + Juliet] 역시 젊음이 가득한 영화였다. 그때는 1996년이니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무척이나 젊었다, 아름답다고 해도 좋을 만큼.


  라디오헤드의 원곡은 브래드 멜다우에게 어떤 울림을 준 모양이다. 아마도 그들은 이 곡을 연주하며 스스로 감격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연주가 어떻게 가능하게 된 것인지 그들조차 다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자신과 그 옆의 두 뮤지션들을 통해 세상에 발현되고 있는 음악 그 자체, 그 소리 뒤의 거대한 세계 같은 걸 경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젊음이 담겨있는 연주가 있다. 연주에 젊음이 거침없이 담기려면 그 젊음의 시기에 음악이 마음껏 펼쳐져야 한다. 고작 음악의 ABC가 해결되지 않아 끙끙대고 있던 그 시절 나의 연주에는 찬란함이 차마 담기지 않았다. 음악을 조금 알 것 같은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으며, 나의 음악에는 상처와 회한이 가득 담겨버렸다. 







너무도 거침없는 청춘의 송가, <Exit Music>.

Provided to YouTube by Warner Jazz




젊은 시절 톰 요크의 목소리에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Provided to YouTube by Beggars Group Digital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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