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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연정 Apr 28. 2017

청춘은 아직그곳에

<옥상달빛> _노래 옥상달빛 / 작사 김윤주 / 작곡 김윤주

옥상에 올라가 그 밤을

옥상에 누워 그 달빛을


랄라라

황홀한 이 밤

랄라라


그대와 여기서 노래를

그대와 여기서 청춘을


랄라라

황홀한 이 곳

랄라라


사랑하는 사람들아

이곳에 모여 앉아

사랑을 노래하자

청춘을 우리를 오늘을


_ <옥상달빛>

노래 옥상달빛 작사 김윤주 작곡 김윤주

옥상으로부터의 청춘.


그녀의 시는 작고 아담한 상수동의 5층 끝 옥탑방에서 흘러나왔다.

아침이면 작은 나무상자에 심어놓은 나팔꽃 줄기를 타고,

저녁이면 한강 쪽을 향해 부는 바람을 따라 흐르는 담배연기를 타고.


옥상의 녹색 방수페인트가 칠해진 바닥이 잔디처럼 푸르렀던 시절.

우리는 거의 매일 약속도 없이 모였다.

낮에는 대체적으로 기운이 없었기 때문에 각자 좋아하는 작가에게

빠져들거나 멀리 흘러가는 화력발전소의 연기를 보다

낮잠에 빠지곤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하늘에 노을이 끝나고 보랏빛 밤이 다가오기 시작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준비해온 각자 몫의

술과 음식과 음악을 꺼내놓았다.


오선지 위에 그려지는 컬러풀한 악상들처럼,

술로 나른해진 두 눈 위 밤하늘엔

포르테와 피아노를 닮은 별들이 반짝였고,

우리는 자발적 방황을 시작했다.

모두들 자신만의 청춘의 무게 때문에 휘청거리던 때였다.

그러다 누군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집주인인 그녀는 기타를 가지고 나와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소리와 연주는 누구라도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눈물로 부력을 만들어가듯, 우는 사이

점점 우울의 수면 위로 떠오르던 우리.


어느덧 슬프던 분위기가 흘러가고,

눈물이 밤공기에 차게 식어갈 무렵 누군가 우리 이러지 말자며

왈츠풍의 음악을 틀기 시작하면 우리는 손을 잡고 춤을 추었다.

손을 맞잡고 신이 난 소녀들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우린 지금 왈츠를 추는 거라며 웃었다.

우리의 웃음소리는 옥타브를 넘나들며 오르락내리락거렸다.


“이렇게 노래하고, 음악을 듣고, 울고, 때론 이렇게 왈츠를 추면서 살아가는 거야.

인생은, 누구에게나 두렵고, 두렵지만 시시하고, 시시하지만 즐거운 거야.

말이 안 되지만 이미 말이 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야. 지금의 우리처럼.”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밤의 옥상은 예쁜 빛으로 어지럽고,

춤을 추던 우리는, 노래를 하던 우리는,

그렇게 웃던 우리는 조금 슬픈 기분으로

밤의 옥탑방에 나란히 누워 잠이 들었다.


우리가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 웃음들, 눈물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기억은 자꾸만 흐려져가지만

그때의 옥상, 그녀의 기타 소리와 흰 손가락,

끄트머리가 깨져 있던 기타 피크,

주변의 공기와 저 멀리 지고 있던 노을의 빛깔은 늘 선명하다.

내가 그 순간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눈물 나도록 좋아했는지……

결국 그녀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들과 청춘의 한때를 부족하지 않게 보낸 나는 이제 안다


행복했던 우리도, 언젠가 모두 혼자가 된다는 사실,

현실은 그 진짜 빛을 알게 됨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사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 되고, 미래는 과거의 연속이며

그렇기에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결국 하나의 시간일 뿐이라는 사실.

언제나 우리들의 행복은, 조금 슬프게 끝이 난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결핍으로부터 완성은 시작된다는 사실도.


옥상에서의 시간들, 그 달빛 아래에서의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

그리고 이윽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녀의 시가 피어나던 나팔꽃 화분과

지금보다 한가롭던 그 시절 상수동의 풍경들.

그 풍경들을 통과해 이제 나는 청춘이란 말을 붙이기

조금 부끄러운 나이가 되었지만,

우리의 청춘은 아직 그곳에 있다.


그 옥상 위에, 옥상 위의 노오란 달빛 아래.

돌아보면 바로 닿을 것 같은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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