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도 꿈결> _노래 가을방학 / 작사 정바비 / 작곡 정바비
_ <속아도 꿈결>
노래 가을방학 작사 정바비 작곡 정바비
누군가와 긍정적으로 어떤 ‘관계’가 되어버린다는 건 말이야.
산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해.
가벼운 생각으로 나섰다가 그저 좋은 느낌에 이끌려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일과 같다고.
걸어가며 계절을 만나고 수많은 타인의 표정을 만나고
쉬어갈 곳과 지나쳐야 할 곳을
구분해가면서 밤이든 낮이든 자유롭게 말이야
그 과정은 마치 인생과 닮아 있어서 가벼울수록,
얽매이지 않을수록, 더 욕심내지 않을수록 행복하게
끝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흙을 툭툭 차면서 작은 풀들을 지르밟으면서
꽃들을 꺾지 않으면서 이따금 바람에게 마음을 붙잡히면서.
그저 자유롭게, 그것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그 사람과의 관계는 산책처럼 시작되어 그렇게 끝이 났어.
어쨌든 우리 둘은 마음 가는 대로 걸어야 했고,
각자 쉬고 싶은 타임에서 쉬었다가 우연치 않게 함께 걷고 싶은
순간이 오면 다시 만나 걷곤 하다 이내 각자의 쉴 자리로 돌아간 거야.
함께 걷는 동안엔 같은 것을, 헤어져 걷는 동안엔 각자의 것들을
바라보며 무엇에게도 서운하지 않은 채로.
우리는 늘 알맞은 만큼의 불안과 우울이 필요했고
가슴에 꽂히는 문장들에 늘 목이 말랐고
매혹당할 수 있는 선율이 늘 고팠고,
그것이 꿈속에 있다면 당장 현실을 버리고
그 말도 안 되는 꿈속으로
당장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었지.
이별을 하면서도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저 그 노랫말로 내 마음을 표현하고 홀연히 돌아서는 사이.
사랑이란 말보다 왠지 다른 말을 더 찾고 싶은 사이.
다만 한동안 함께 산책을 해온 사이.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발길을 돌렸던 사이였어.
그렇다고 그 헤어짐이 슬프지 않았던 건 아니야.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았을 만큼,
혹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할 만큼
나는 지금도 많이 아프거든.
때로, 너무 많이 사랑한 사이에선 이별이 너무 쉽기도 해.
그 사랑이 참 많이도 어려웠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