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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Sep 12. 2022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34마디

Gerald Clayton-Bells On Sand



Artist - Gerald Clayton


Title : Bells On Sand


Release Date : April 1, 2022


​Label : Blue Note


​​​​​


Personnel

Gerald Clayton - Piano

John Clayton - Bass​


Justin Brown - Drum

Maro - Vocal​


Charles Lloyd - Tenor Saxophone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한 하나의 글로 갈음한다.



Track Listing

1. Water's Edge


2. Elegia


3. Damunt de tu Només les flors


4. My Ideal 1


5. That Roy


6. Rip


7. Just a Dream


8. My Ideal 2


9. Peace Invocation


10. There Is Music Where You're Going My Friends



 1984년생이라는 젊은 나이에 이미 6회나 그래미 노미네이트라는 실적을 쌓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제럴드 클레이튼의 2022년 앨범 'Bells On Sand'. 그가 지난 시기 동안 발표해온 앨범들은 스윙에 기반한 모던, 컨템포러리 재즈와 네오소울, R&B 등 다양한 장르의 복합체들로 보였다. 몽크 컴피티션에서 2등으로 입상할 만큼 연주력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고, 찰스 로이드, 로이 하그로브 등 재즈계의 대선배들과도 무대와 녹음을 함께 하며 더할 나위 없는 커리어를 쌓아온 그였기에 이번 앨범의 발매 역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나 역시 그 중에 하나였지만 정작 앨범을 감상하기 전의 예상은 '제럴드 클레이튼' 스러울 것이라는 긍정적 선입견에 입각해 있었다. 더군다나 블루노트라는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다는 사실 역시 그의 새 음악을 스윙과 섬세함을 고루 갖춘 고급스러운 모던 재즈일 것이라 예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틀렸다.



 그의 새 음악에는 즐겁게 난무하는 즉흥연주와 인터플레이 대신 대가들과 함께 하는 심사숙고, 신중한 편곡, 새로운 뮤지션과의 조심스러운 조우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 존 클레이튼의 아르코 연주로 시작하는 1번 트랙은 뒤이은 곡들이 어떤 사운드로 귀결될 것인가에 대한 예고편이다. 존 클레이튼의 보잉은 마치 첼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베이스 특유의 풍성함이 더해져 묵직한 울음처럼 들리고, 이 연주는 뒤 이은 2번 트랙 'Elegia'에서도 들을 수 있다. 'Elegia'는 3번 트랙인 'Damunt de tu Només les flors'의 멜로디를 피아노로 그대로 연주한 것이다. 바로 이 'Damunt de tu Només les flors'가 이 앨범의 제목인 'Bells On Sand'에 대한 힌트가 된다. 이 곡은 제럴드 클레이튼의 오리지널이 아니라 카탈루냐 작곡가인 페데리코 몸포우의 곡으로 그의 특징인 민속적이고 친근한 선율을 담고 있다. 몸포우는 종 제작가인 외가의 영향을 받았으며 종 소리를 오스티나토-같은 음형을 같은 높이에서 반복하는 것-를 통해 묘사하는 기법을 사용해왔는데, 제럴드 클레이튼은 바로 이 종에서 앨범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래는 블루 노트를 통해 발췌한 그의 인터뷰를 의역한 것이다.



''종을 사람의 목소리처럼 다루는 걸 좋아해요. 그건 우리 안에 있는 노래이기도 하고 그 노래 뒤에 있는 느낌과 감정의 메시지죠. 모래는 계속해서 변하는 풍경이자 인간이 서 있는 변화무쌍한 자연의 땅입니다.   그 모래가 우리 아래에서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종을 울리고 노래를 부릅니다. 사람은 언제나 변화 속에 있고 해와 달, 물과 바람같은 자연의 요소들에 의해 형태를 갖춰갑니다.''



 그의 인터뷰를 통해 유추하자면 모래 위의 종은 인간의 '인생' 혹은 '삶'이리라. 어느덧 중년을 바라보는 그의 음악적 인생은 경쾌함과 힙한 스타일로만 채워지지 않은 듯 하고, 아마 그 이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으로 불길한 느낌을 그득 채워가는 세계의 그르렁거림도 있었을테다.



 꽤 오랜 기간동안 몸포우에 의해 영향을 받은 듯한 제럴드 클레이튼의 새로운 스타일은 카탈루냐 지방의 서글픈 역사의 흔적을 담아낸 듯 조용히 흐느끼는 사운드를 견실하게 구축해냈다. 여기에 새로운 얼굴인 보컬리스트 마로의 목소리가 몸포우의 곡을 새로우면서도 전통적으로 해석해내고, 찰스 로이드의 피처링은 앨범의 마무리를 환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중간에 섞여 있는 4번, 8번 트랙인 'My Ideal 1과 'My Ideal 2'는 제럴드 클레이튼의 피아노 음색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도록 돕는데 기존의 부드럽고 산뜻한 색채에 진중하고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듯 하다. 나는 이러한 소리가 어쩐지 그의 아버지 존 클레이튼의 아르코 연주와 닮았다고 느끼는데 각자 다른 악기를 다루지만 같은 톤을 공유한다는 점이 그렇다.



 제럴드 클레이튼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 앨범의 특별함은 화려한 피처링이나 컨셉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느낌을 '연속적으로' 변하는 풍경을 통해 제공한다는 데 있다. 관현악이면서도 실내악적인 사운드를 구축하는 데는 보편적 밴드 구성을 과감하게 내던지고 효율과 효과만을 노린 지향성이 큰 역할을 했고, 신구의 조화 역시 자신의 음악에 성숙함을 더하는데 단단히 몫을 해냈다. 자신의 삼촌 제프 클레이튼의 아름다운 발라드 'There Is Music Where You're Going My Friends'로 끝을 맺는 일련의 음악들을 듣고 있노라면, 음악가가 성숙한 인간으로서 삶을 고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또한 그러한 고찰이 음악으로 열매 맺는 것은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귀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음악이 있는 곳에 삶이 있고 삶이 있는 곳에 음악이 있다는 상호보완적 사실은 신비하면서도 필연적인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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