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zzyhyun Sep 29. 2022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35마디

Joshua Redman, Brad Mehldau..<LongGone>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한계로 모든 아티스트의 이름과 타이틀을 아래 항목에서 기재한다.



Artist  : Christian McBride, Joshua Redman, Brian Blade&Brad Mehldau


Title : Long Gone


Recording Date : September 10, 2019 - September 12, 2019


Release Date : September 9, 2022


Label : Nonesuch




Personnel


Christian McBride - Bass


Joshua Redman - Tenor Saxophone, Soprano Saxophone


Brian Blade - Drum


Brad Mehldau - Piano





Track Listing


1. Long Gone


  Sam Rivers의 스탠더드 ‘Beatrice'를 떠올리게 하는 심플한 멜로디와 정교한 코드웍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러나 도입 부분에서부터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흡입력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네 명의 연주자가 가지고 있는 내공의 합이라고 밖에는 달리 납득할 이유가 없다. 아주 작은 느슨함이나 나태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리듬의 합이 편안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경지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매 순간마다 최적의 보이싱과 음을 선택해 내는 선구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솔로잉을 맡은 조슈아 레드맨이나 브래드 멜다우는 자신의 개인 앨범이나 프로젝트에서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기량을 자랑하는 대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탄탄한 서사를 들려주는 데에 집중한다. 



2. Disco Ears


 쉴 새 없이 16분 음표로 쪼개지는 멜로디와 리듬을 스트레이트로 연주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빨라서 어렵기도 하지만 스윙이나 라틴처럼 비트의 강세나 다이나믹의 조절이 명확한 음악에 비해서 스트레이트 비트에 가까운 리듬으로 쉴 새 없이, 그러나 흔들림 없이 연주하는 것은 단거리 연주자에게 장거리 경주를 요구하는 것에 버금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어려운 일을 흠 없이 매끄럽게 해내는 네 사람의 연주가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이다.


 완벽하게 스트레이트라고 하기에는 미묘한 스윙감을 중간중간 섞기 때문에 이 곡을 살리는데 가장 큰일을 하는 사람은 브라이언 블레이드일 테다. 어떤 곡을 연주하더라도 브라이언 블레이드다!라고 연주할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완급조절과 감각적인 톤으로 모든 드러머들의 드러머로서 자리매김한 그는 이 곡에서도 상기한 자신의 매력 요소들을 절대적인 타이밍으로 흩뿌린다. 그 위에 얹히는 조슈아 레드맨과 브래드 멜다우의 아름다운 솔로는 섬세한 코드 진행 위에서 빛을 발한다. 


 본 곡의 테마는 키를 바꾸어 두 번 반복되는 특이한 진행을 가지고 있고 솔로잉 역시 전조 되는 코드 체인지를 반복하고 있다. 아래에 조슈아 레드맨과 브래드 멜다우의 솔로 채보 파일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vFCrfJ7-Ah4





3. Statuesque


 조슈아 레드맨과 브래드 멜다우가 마치 대위 선율과 같은 멜로디를 풀어놓으면 크리스찬 맥브라이드가 아르코로 하나의 숨을 보태고 뒤이어 브라이언 블레이드까지 합세하면서 다소 성긴 느낌의 화성적 구조물을 쌓아올린다. 앞선 두 곡이 치밀하고 빽빽한 질감의 조직을 떠올리게 한다면 본 곡은 풀어헤친 실타래와 같다. 


 조슈아가 차분하며 느린 속도로 서사를 풀어나가는 동안 브래드 멜다우의 컴핑은 충직한 보조를 담당하는데, 언제나 전면에 나서는데 익숙한 그가 보조자로서 컴핑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낯선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의 컴핑은 다른 연주자들의 그것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솔로를 할 때 드러나는 건조한 톤이 컴핑에서도 유지되며, 솔로이스트의 연주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자 하는 듯한 의도도 감지된다. 어쩌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걸 자제하는 데에서 발현되는 특성일 수도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분석과 취향일 뿐이니 이견이 충분히 있을 만하다. 그러나 앨범을 통틀어 그의 컴핑은 철저히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다.



4. Kite Song


 기본적인 7박의 그루브에 충실하며,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베이스가 리듬의 맥을 확실하게 잡아주는 것을 주목해서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처음 솔로이스트로 나서는 멜다우의 솔로는 그의 개인 앨범에서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오른손과 왼손의 대위 연주를 즐길 수 있는 구간이며 이어지는 레드맨의 숨이 넘어갈 듯한 긴 연주 또한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Kite Song' 뿐만 아니라 앨범에 수록된 곡들 모두 화성적으로 비슷하거나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지나치게 난해하거나 어렵지는 않지만 전통적인 모던재즈에 근간을 두되 전복적인 포인트를 적용하는 일부분에서 같은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5. Ship to Shore


 나른한 3/4 박의 박동에 모티브가 되는 멜로디를 구간마다 적절하게 사용했다. 화성적으로나 가락적으로나 멀리 떠나가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든든한 구석을 만들어 놓은 셈이다.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솔로잉이 반갑다. 현란한 테크닉도 여전하거니와 블루지한 느낌을 군데군데마다 살려놓으면서 뒤이어지는 멜다우의 솔로가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입맛을 살려놓는 시야가 놀랍다. 멜다우의 솔로는 길지 않으며 오히려 테마의 블루지함을 살리는데 연주의 전체적인 집중력이 사용되지 않았나 한다.



6. Rejoice


 까다로운 싱코페이션 리듬으로 A 파트의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려 놓은 뒤 해소감이 느껴지는 B 파트로 연결된다. 그러나 B 파트 역시 리듬적으로 현란한 테크닉을 자랑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네 연주자의 압도적인 연주력과 세밀한 해석이 가득 들어차 있어서 잠시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전혀 다른 맥락에 부딪히게 된다. 


 라이브 연주의 실감이 살아있는 본 트랙은 리프를 유지하면서도 솔로이스트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인터플레이가 돋보이며 전반부에서 몸집을 웅크리고 있던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점점 크기를 부풀리며 절정을 향해 움직이는 완급조절 또한 완숙함을 들려준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레드맨과 멜다우의 주고받는 테마 연주는 인터벌이 강조되는 멜로디며, 이후에 이어지는 레드맨의 솔로는 리듬 섹션의 보조를 통해 남다른 긴장감을 유지해 나간다. 모티브를 통해 이지적이고 논리적인 연주를 할 때는 소니 롤린스가, 음정을 이용한 연주를 펼칠 때는 콜트레인이 간혹 떠오를 만큼 그의 즉흥 연주는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며, 이어지는 멜다우의 솔로는 특유의 건조함을 유지한 채 Bb의 페달 포인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아웃 사운드(조성을 벗어나는 느낌)를 멋지게 만들어낸다. 업템포에서 이 정도의 편안함을 유지한 채 남들이 따라 하기도 어려운 그루핑과 폴리리듬, 리하모니를 유용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경악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런 멜다우의 뒤를 맥브라이드가 여유 있게 인터플레이로 받아치고 있으니, 어떻게 감탄스럽지 않은 연주이겠는가.



#ChristianMcBride #JoshuaRedman #BradMehldau #BrianBlade #LongGone #DiscoEars #Nonesuch #Jazz #JazzReview #JazzTranscription #재즈리뷰 #재즈 #재즈악보


이전 03화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34마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