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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Oct 12. 2022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36마디

Art Pepper - <Art Pepper Meets The..>



*이번 회차는 소제목의 글자 수 한계로 정확한 타이틀을 아래에 기재한다.



Artist - Art Pepper



Title : Art Pepper Meets The Rhythm Section


Record Date : January 19, 1957


Release Date : 1957


Label : Contemporary/Original Jazz Classics



Personnel


Art Pepper - Alto Saxophone


Red Garland - Piano


Paul Chambers - Bass


Philly Joe Jones - Drum



Track Listing



1.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


 필리 조 존스의 산뜻하고 경쾌한 드러밍 위에서 시작되는 아트 페퍼의 알토 색소폰 소리는 찰리 파커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한다. 같은 비밥일지라도, 웨스트 코스트 연주자-이것 자체가 편견일 수는 있어도-특유의 널찍하면서도 공간의 뒤편으로 스며드는 뉘앙스가 그렇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1기 멤버들인 레드 갈랜드, 폴 체임버스, 필리 조 존스의 동부 연주자 라인업에 아트 페퍼 홀로 서부의 느낌을 얹어낸 이 조합은 70년이 가까이 지난 세월 동안 그 성공을 꾸준히 유지해 오는 중이다. 동부니 서부니 하는 것은 어쩌면 부수적인 요인일지도 모른다. 각기 뛰어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의 조합이 실패로 이어지는 것은 드물지 않지만, 그래도 그만한 성공 방식이 없는 것이다.



2. Red Pepper Blues


 레드 갈랜드의 이름과 아트 페퍼의 성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듯한 곡의 이름이다. 아트와 레드의 즉흥연주는 재즈와 비밥의 언어, 공간의 활용에 있어 아주 뛰어나며 더군다나 'F' Major 키의 블루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가 될 법하다.


 폴 체임버스는 5번 트랙인 ‘Straight Life' 와 함께 이 곡에서 'Arco(활로 현을 켜며 연주하는 것)'로 즉흥연주하기 때문에 귀 기울여 듣기 좋다. 늘 피치카토로 솔로 하는 것이 흔한 베이스 주자들에게 권장될만한 미덕인데, 하나의 악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전략적 자산이다. 폴 체임버스는 아르코 연주에도 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Imagination


 느린 템포의 스윙이나 발라드 즉흥연주에서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쉬는 공간을 견디지 못하고 마구 음을 내지르는 일이다. 템포가 느릴수록 음표 하나에 부과된 시간이 길기 때문에 늘 공간을 채우는 데에 익숙했던 연주자들은 길어진 시간을 쉼표로 둔 채 흘려보내는 것을 종종 힘들어한다. 물론 키스 재럿처럼 쏟아지는 음들로 황홀하게 빈틈없이 공간을 채우는 일도 있지만, 그건 키스 재럿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하튼, 아트 페퍼는 아주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의 간격을 조율하는데, 테마를 패러프레이즈 하는 것, 즉흥연주가 처음부터 테마와 멀어져 버리지 않도록 자제하는 것, 다양한 노트 밸류-8분 음표와 16분 음표를 반복적으로 교체하며 사용하기 등-를 사용하기 등으로 지루함과 불안함 모두를 제거하며 안정적인 멜로디를 구축해 나간다.



4. Waltz Me Blues


 다소 빠른 템포의 3/4 블루스로 3분 남짓의 짧은 길이 안에 네 명 모두의 즉흥연주가 들어가 있는 독특한 방식의 곡이다. 한 명의 즉흥연주가 한 코러스를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마치 12마디 짜리 트레이드(연주자끼리 ‘정해진 길이만큼 연주하기’를 주고받는 것)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진지하기보다는 일종의 가벼운 유희처럼 느껴진다.



5. Straight Life


 이미 유명했던 스탠더드 ‘After You've Gone'의 콘트라팩트(기존의 코드 진행 위에 새로운 멜로디와 편곡을 붙여 만들어진 곡)로 매우 빠른 업템포에서 네 명의 연주자가 안정적인 기량을 선보이는 트랙이다. ‘After You've Gone’의 코드 길이를 유지한 채 처음부터 끝까지 더블 타임으로 연주하는 식인데, 어디 하나 흐트러짐 없이 코드 진행과 리듬, 템포를 소화해 내는 구성원들의 실력이 인상적이며 멜로디로서의 비밥 언어와 리듬으로서의 비밥 언어가 모두 실현된, 극도의 성취를 이루어낸 트랙이다. 아래에 아트 페퍼와 레드 갈랜드, 폴 체임버스의 솔로 채보 악보와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VOm0Ipsv3w





6. Jazz Me Blues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미덕 중의 하나는 모든 트랙에 걸쳐서 모든 파트의 즉흥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것을 앨범을 다소 지루하게 만든다,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즉흥연주라면 어디까지나 늘어져도 상관없을 정도이다. 그야말로 스윙 리듬의 달인 중에서도 달인들만이 모인 세션 멤버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 트랙은 그런 멤버들의 즉흥연주를 고루고루, 그러나 길게 즐길 수 있는 순서이다. 


 이 앨범을 만들기 전의 아트 페퍼는 잘못된 악기 수리와 약물 문제로 인해 꽤나 굉장한 심리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 동안 악기를 잡지도 못했을 정도라고 하는데, 정작 앨범에서 보여주는 솜씨가 너무나 뛰어나 그런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어쩌면 아트에게 있어서 세 명의 든든한 멤버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리적 위안을 가져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7. Tin Tin Deo


 라틴 리듬과 스윙이 적절히 혼합된 ‘Tin Tin Deo'는 이미 유명하며 익숙한 스탠더드인데, 이 트랙에서는 레드 갈랜드와 필리 조 존스의 합이 매력적이다. 탐을 이용해 다양한 사운드를 내고 2박 3연음을 이용해 메트릭 모듈레이션(동일한 길이의 박자를 다양한 덩어리로 분할하는 것)을 시도하고 라틴의 느낌을 내는 것, 순간적으로 더블 타임에 진입하는 등 필리 조 존스의 센스는 레드뿐만 아니라 아트 페퍼의 연주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뽐낸다. 


 레드 갈랜드는 특유의 맑고 선명한 톤으로 멜로디컬하고 직관적인 선율을 만들어 내며 16분 음표를 이용한 속주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른 앨범에 비해 그의 피아노 톤이 다소 두텁고 어둡게 들린다는 점이다. 



8. Star Eyes


 다른 곡들에 비해 여리고 섬세한 톤으로 멜로디의 두께를 덜어낸 아트 페퍼의 헤드 연주가 인상적이다. 즉흥 연주야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어떻게 이토록 전형적이고 정석적인 느낌을 매 프레이즈마다 집어넣을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9. Birk's Works


 디지 길레스피의 곡으로 마이너 블루스의 형식을 띄고 있다. 초기의 모던 재즈나 하드밥 앨범일수록 블루스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접근을 맛볼 수 있는데 예전에 소개했었던 Oliver Nelson의 ‘The Blues and the Abstract Truth'도 그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아트 페퍼도 총 9개의 수록곡 중 3개를(Jazz Me Blues는 전형적인 블루스 구성이라고 보기 어렵다) 블루스로 편성하면서 이에 대한 자신만의 접근법을 보여주는 중이며 그중에서도 Birk's Works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클로저 역할을 하는 중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아트 페퍼의 톤 변조가 흥미롭기도 한 대목이다.


 추가적인 정보를 언급하고 싶은데, 본래 앨범의 레이블이 컨템포러리였다가 이후에 사라지게 되고 오리지널 재즈 클래식에서 재발매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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