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여름 장난
현관벨이 울린다
배달 음식을 시킨 적이 없는데
모니터 화면에 흑백사진처럼 서 있는 누군가.
"소독입니다"
낯선 사람에게선 용건을 먼저 들어야 안심이 된다.
문을 열자마자
황급한 말이 맨발과 함께 들어온다
"제가 맨발이라서 죄송합니다" "
나는 그녀의 맨발이 죄송한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 답을 놓친다.
몇 초간의 정적을 깨고 그녀가 다시 말한다.
"비가 와서 양말까지 다 젖었거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벗었어요"
"아 괜찮습니다"
나는 그녀의 하얀 발을 본다
맨발의 여인은 종종 걸음으로 화장실로 가서 배수구에 소독액을 뿌린다
소독액이 배수구로 흘러가는 동안
나는 어제 새로 산 양말들 중 연두색 양말을 고른다 .
양말을 한쪽 뒤로 숨기고 말을 고른다
"괜찮으시면 새 양말이 있는데 하나 드릴까요?"
차트를 들여다보던 그녀도 답을 고르듯
"아 ...그러면 좋죠.." 천천히 말한다.
그녀는 노란 나의 소파에 앉아 연두색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조금 높아진 톤으로 했던 말을 반복한다.
"비가 너무 많이 왔어요. 양말이 다 젖어서 벗었는데, 맨발로 다니면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계속 들어갈 때마다 말하면서 다녔는데..."
왜 맨발로 다니면 싫어할까요? 되묻고 싶었지만, 말을 삼킨다
그녀가 양말을 다 신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제 말 안하셔도 되겠네요" 라고 말한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연두색 양말이 걸어나가고
내 영혼이 조금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여름 장난
모래가 현관까지 따라왔다
젖은 발자국이 거실을 지나 희미해진다
겁 많은 사람들은 냉기를 품고
너는 혀끝으로 얼음을 녹이지
창문을 열자
빗방울들이 소파 다리를 적시고
우린 웃음을 참은 채 발끝으로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