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로망스

by 제이비

새학기가 시작되고

교탁으로 달려 나간 네가

연필 잘 깍는 사람

외쳤을 때

나는 처음 손을 들었고

처음으로 연필을 깍았다

커터칼의 모서리가 사각사각

연필을 스칠때마다


울퉁불퉁한 결이 돋았고

내 얼굴엔 피가 돌았다

너의 시선은 연필심 끝에 두었는지

내 얼굴 위로 두었는지


감추어 둔 마음이 자꾸 깍여나갔다

연필심이 계속 부러지고

나는 계속 붉어졌다

커터칼이 내 살갗을 스치는 순간

앗! 하는 소리는

네 목소리였고

너와 눈이 마주치고


네 눈동자에 연필심이 박혔다고 생각했다

연필심 안으로 붉은 얼굴 한 방울

흐르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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