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되고
교탁으로 달려 나간 네가
연필 잘 깍는 사람
외쳤을 때
나는 처음 손을 들었고
처음으로 연필을 깍았다
커터칼의 모서리가 사각사각
연필을 스칠때마다
울퉁불퉁한 결이 돋았고
내 얼굴엔 피가 돌았다
너의 시선은 연필심 끝에 두었는지
내 얼굴 위로 두었는지
감추어 둔 마음이 자꾸 깍여나갔다
연필심이 계속 부러지고
나는 계속 붉어졌다
커터칼이 내 살갗을 스치는 순간
앗! 하는 소리는
네 목소리였고
너와 눈이 마주치고
네 눈동자에 연필심이 박혔다고 생각했다
연필심 안으로 붉은 얼굴 한 방울
흐르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