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면장애가 있다. 언니와 단둘이 살게 된 이후로 더 예민해졌고, 지금은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어야 잠들 수 있다.
언니는 오래도록 우울증을 앓고 있다. 아침이 오는 걸 저주처럼 여기며, 제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언니가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한 지도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었다.
요즘은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입에 올리진 않지만, 나는 여전히 두려워 그 마음을 묻지 않는다.
항우울제의 부작용인지, 한동안 언니는 밤마다 냉장고를 뒤졌다. 마치 그 안에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있는 것처럼.
아침이 되면 냉장고 아래엔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와 흘러내린 소스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언니는 기억하지 못했고, 나는 그 흔적들 앞에서 잠을 잃어갔다.
잊혀지지 않는 밤이 있다. 그 날도 나는 자다 말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 거실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언니가 쪼그려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선뜻 불을 켜지 못했다. 언니의 시선은 허공에 멈춰 있었고, 낮은 조도의 불을 켜자 손에는 까맣게 탄 식빵이 들려 있었다. 언니는 그걸 천천히, 아무 말 없이 씹고 있었다.
죽어가는 한 사람이 경건하게 마지막 한 끼를 먹는 것처럼.
그 순간, 언니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직 죽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어떤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언니가 무너진 채로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렵고 슬픈 장면이었지만, 까만 식빵을 천천히 씹고 있는 모습이 그 밤, 언니가 살아 있으려 애쓰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 언니는 약을 몇 차례 바꾸었고, 냉장고를 뒤지는 일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젠 무언가 먹고 싶을 때면, 약에 취한 채 내 방으로 와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언니는 여전히 밤에 무언가를 먹지만, 나는 이제 그 모습을 조금 더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