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기 위해 더하는 것들

시 / 소금빵

by 제이비

"언제 행복을 느껴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내 대답은 늘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때요"


나는 그 순간을 얼려놓았다가 다시 꺼내 먹어보는 상상을 종종 한다.


여름휴가 후 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온 몸에 잔뜩 붙이고 왔다.

낯선 숫자를 보여주는 체중계.


운동하면 곧 빠지겠지.. 했지만, 아침마다 체중계는 조롱하듯 같은 숫자를 보여준다.

운동도 했고, 식사량도 줄였고, 감자칩도 안먹었는데 말이다.

억울한 맘이 들었지만, 내 신체기관에 하소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식단을 하기로 했다. 유튜브로 '다이어트 식단'을 검색했다.

몇 가지 요리법에 좋아요를 누르고

가지,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오이, 요거트, 렌틸콩, 단호박, 채소믹스를 구입했다.


아침은 계란하나만 삶아 먹고 운동을 다녀왔고

점심은 가지와 닭가슴살에 소금만 뿌리고 올리브유를 뿌려 굽는다

오이는 슴슴히 양념한다

저녁은 단호박과 삶은 계란 언니가 사 온 트러플 소금빵을 반개 먹는다.


(난 트러플 소금빵을 참는 사람과 친해질 수 없을 것 같다)


방금 렌틸콩을 삶았다. 물이 끓으면 거품을 제거해 주고, 불을 조절하면서 물을 더 부어주고, 채에 담아 식힌 후 밀폐용기에 소분해서 냉장, 냉동실에 보관했다.

그 전에 밀폐용기에서 김치 냄새가 나서 물을 붓고 전자렌지에 돌려 냄새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평소에 부모님 댁(바로 옆동이다)으로 달려가 '한끼줍쇼'로 식사하는 나로써는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매 끼니 요리를 하고 주방을 정리하고 치우고...

그리고 매일 밤 배가 고파서 또 '다이어트 맛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식재료를 장바구니에 담는다.

매일 아침 현관문에서 날 기다리는 쿠팡 프레시백.


살을 빼겠다고 냉장고를 채우고, 카드값을 늘리고, 주방을 어지럽히는 중이다.

그 사이 나의 무기력은 잠잠해졌다.


나를 위한 목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내 자신에게 다하는 정성

이렇게 연습 하다보면, 나는 무기력의 감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오겠지


조금 더 버티면, 미래의 나는 트러플 소금빵 한 개를 다 먹을 수도 있겠다.




소금빵


잠깐만 이렇게 달라붙어 있을게

식기 전엔 누구나 말랑하니까


네 코 끝에 떨어지는 이 눈송이처럼

부드럽게 사라질게


자주 옥상에 올라가는 너를 위해

나는 조금 더 폭신해질게


건전지에 혀끝을 대어 보는 너를 위해

어둠에도 빛나는 결정이 되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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