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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입 Sep 15. 2021

01. 빛을 발하는 엔지니어들

엔지니어 성장로드맵 첫 번째 이야기

 고지식한 엔지니어

필자는 대체로 신중하게 말을 하는 편이다. 스스로 납득 갈만한 논리가 세워져야 의견을 어필하고, 그렇지 않으면 말을 아끼는 습성이 있다. 회의나 토론 자리에서는 2-3겹의 백업 논리를 구상하느냐 골똘히 생각하는 스스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한다. 어쩌면 허술한 논리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취하는 신중한 태도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분야라면 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알지 못하는 부분을 채운 후에야 조금씩 의견을 덧붙여 나만의 논리를 만들어 간다. 반면에, 나름의 논리 도출이 끝난 주제라면, 이에 애착을 갖고 완고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논리에 반하는 의견을 서슴없이 맞받아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름의 정답을 도출한 탓일까? 다른 것을 틀렸다고 오인할 때도 있음을 고백한다.

이렇게 논리를 세우기 전 말을 아끼거나, 논리가 세워진 후 완고한 입장을 내비치는 태도는 누군가에게 답답하고 고지식한 느낌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도 가끔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다른 사람이면 더욱 그렇게 느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간을 들여 논리를 세웠더라도 허술한 점이나 비약이 있음이 밝혀질 때를 대비해 논리를 수정할 여력은 남겨 둔다는 것이다. 논리는 피드백을 받아 금이가고 깨질 때 점차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런 생각 패턴은 그렇게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왜 그런 것일까?”라는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질문을 이어가다 보니, 엔지니어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던 때부터 고민한 문제와 이슈들을 통해 어느 정도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소수점 3-4자리까지 정확히 계산해야 정답으로 인정해주던 공학수학, 실험을 통해 얻어낸 데이터 안에서 최대한 귀납적인 논리를 도출해 내야 했던 실험과목들, 거기에 계산기와 프로그래밍으로 길들여진 순차적 논리구조에 익숙해왔다. 그리고 현업에서도 이 문제 해결 과정은 더하면 더했지 유해 지지 않았다. 이런 배움 속에서 연차가 쌓일수록 치밀함과 논리성, 과학적 사고방식이 생각패턴으로 굳어버렸다. 싫은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가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필자를 포함한 주변 엔지니어분들도 자신의 논리에 완고한 입장을 가진 분들이 많다. 예의 없이 자신의 논리를 들이민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의 논리를 존중하면서, 부딪히지 않는 중점에서 원만히 대화만 이어나가는 느낌이랄까.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논의 자리에서조차,  아주 날카로운 반대의견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굳건하게 속마음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필자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논리적인 것이 꼭 엔지니어들의 산물은 아니지만, 특히 더 수학/과학적으로 논리적이기 때문에 미소한 차이도 용납을 못하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이런 특징이 심하게 발현되는 분들은 그냥 웃고 넘어갈 재치 있는 장난도 논리적이지 못하면 죽자고 달려드는 분들도 계신다. 드디어 수학공식 그 자체가 된 건가?)



 빛을 내는 엔지니어들

여기서 설명을 멈춘다면 엔지니어들은 너드(nerd, 사회성 부족한 범생이) 그 자체이어야 하지만, 다행히도 그 틈새 사이 빛을 내는 분들이 계시다. 빛을 낸다는 말은 공학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분야의 지식을 종합해 논리를 도출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럼 어둠이라 함은 공학적 논리만을 고집한다는 말이다. 수학과학적 논리만 고집하는 엔지니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혁신에 목을 매게 되고, 현실성 떨어지는 논리를 세워 고집한다(연구자들이나 과학자들이 할일이지!). 실제로 공학자들의 논리만으로 산업화되는 경우는 많이 없고, 모든 분야가 어우러져 최적의 제품이 생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말은 즉슨, 공학자들이 종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다면 오히려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2 전공 혹은 자신만의 특기를 갖춰, 종합적 사고가 가능한 엔지니어 되어야 한다.  주변이 좋다거나, 다방면의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미적 감각, 혹은 공감 능력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말이다. 설사 내로라할 특기 없이 엔지니어의 정도만을 걷는다 하더라도,  관리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이 따라야 시니어 엔지니어로 인정받을 수가 있다. , 빛을 내려면 차가운 숫자로 이뤄진 공학자 세계관에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문사회학적 세계관이 합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나 구글, 페이스북  대다수의 IT기업들을 일군 일류 공학자들처럼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공감할  있어야 하고, 일론 머스크처럼 “사람들의 어그로를  끄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특기나 전공 외 관심분야를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면 요즘 시대에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반문하겠지만, 여기서 절대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있다. 빛을 내는 엔지니어들이 가진 차별점은 위 나열된 능력과 같은 전공 외 분야의 지식을 엔지니어의 영역으로 불러들였다는 것이다. 아무리 입담이 좋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할지라도 기술 설명에서만은 말을 더듬는다면, 입담으로는 엔지니어로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또, 미적 감각이 뛰어나긴 한데 하필이면 설계도를 추상화로 그린다면, 엔지니어로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재능이다. 차라리, 평소 말을 잘 못하더라도 피티만은 잘하거나, 인물화는 못 그려도 명확한 설계도를 그려내는 게 낫다. 여타 다른 분야를 그냥 잘해서는 두 개의 직업을 가질 수는 있겠으나 “빛이 나는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빛이 나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는, 자신이 이미 빛을 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필 필요가 있다. 어려서부터 인지하고 있던 성격이나 특기, 강점이 전문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가 확인하는 것이다. 필자를 예로 들자면,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세부분야로 유체역학을 전공했다. 아주 연관 없어 보이지만, 현재 유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제 손으로 직접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고민하고 타이핑하고, 원하는 데로 프로그램이 움직일 때 오는 그 희열이 어렸을 적 만들기 하던 기분과 같다. 아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좋아했거나 익숙한 방법이 지금의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러니 누구라도 몇 분만 투자해서 생각하면, 정말 많은 부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발현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어야 의식적으로 더 개발할 수 있고, 엔지니어로서 강점으로 키워낼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전공분야와 아직 시너지를 내지 못한 또 다른 특기나 재능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시간을 들여 타 분야의 실력을 개발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전공과 엮는 방법만 고민하면 된다. 예를 들어 평소 정리에 쾌감을 느끼는 개발자라면, 클린코드-리팩토링을 좀 더 공부해 깔끔한 코드를 짜는데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의 생활패턴이 업무에서도 드러나면 주변인들에게 더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혹여나 자신의 특기가 아무리 생각해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생뚱맞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럼 전공에 필요한 특기를 지금부터라도 개발하기 시작하면 된다. 특기가 없고 있어도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정성이라면, 어떤 분야를 배워야 자신의 전공과 연관되어 강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필자가 노력하고 있는 것은, 엔지니어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제 강점으로 만들어 빛을 내고 싶기에 성장하는 엔지니어들을 찾아 그들의 특징을 공부하고 있고, 필자의 성장기도 기록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


 이 장을 마무리하며

이미 시너지를 내었든 그렇지 않든, 빛을 내는 엔지니어로 성장하려면 스스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몸에서 빛이 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래야 빛이 나도록 성장할 수 있다. 그래야 어떤 색의 빛을 낼지 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알려주는 어떤 매뉴얼 따위를 바라지 않았으면 한다. 그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야 나라는 사람이 엔지니어로서 빛을 낼지를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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