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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입 Jan 19. 2022

5. 수동적 피보팅(Passively Pivoting)

엔지니어 성장로드맵 다섯 번째 이야기

피보팅?

농구에는 드리블을 하다가 공을 두 손으로 잡으면, 마지막에 디딘 한 발만 움직일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 즉, 이동은 불가하고 제자리를 돌며 방향 전환만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이 동작을 바로 피보팅이라고 부른다. 명확히 정의하자면, 한 발을 축으로 삼아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아주 심플한 기술이지만, 공수에 아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해서 필수적으로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기술 중 하나이다.

처음 농구을 즐기기 시작한 초보자들이 보통 피보팅을 자주한다. 자신이 피보팅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말이다. 드리블이 익숙하지 않아 공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튀거나 상대팀을 만나게 되면 반사적으로 공을  손으로 잡게 되는데, 이때 피보팅 동작을 하게 . 공을 잡고  뒤에는 몸의 중심을 잡거나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나머지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최선인데, 급작스러운 상황에 몸을 움직이다 보니 동작이 어설퍼 보일지 모르지만 피보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초보자 입장을 생각해보자면, 이런 피보팅 마저도 익숙하지 않기에 공을 지키는데만 혈안이 되어 정신없을 것이다. 거기에 다시 드리블을 한다거나  발을 모두 움직이다가 반칙으로 턴이 넘어가기도 하는데도, 반사적으로  손으로 공을 잡을  밖에 없다. 이런 반칙이 반복되야지만 아주 수동적이고 수비적인 수단으로써 피보팅이 익숙해지게 되고, 그제야 골대 방향이나 팀원의 위치를 파악할 여유가 생겨 공을 던져 상황을 마무리할  있다.


엔지니어의 피보팅

자기 계발 성장과정에서도 똑같이 피보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성장과정에서 모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순발력 있고 즉각적인 전환으로 대응하는 기술 혹은 전략을 뜻한다. 좀 더 자기 계발 분야에 맞게 설명을 하자면, 현 위치에 축을 고정한 체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최종 목표를 향해 다시 한번 방향을 재정비하는 전략이다. 이 글에서는 엔지니어 성장과정에서의 피보팅을 알아볼 것이며, 특히  주니어 엔지니어들의 피보팅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주니어 엔지니어의 피보팅

앞서 설명한 농구를 처음 배우는 초보자들의 피보팅과 마찬가지로, 주니어 엔지니어들 또한 외부 자극에 의한 수동적인 수비 전략으로 피보팅을 사용하기 바쁘다. 이들은 이제 막 현업에 들어섰기 때문에, 필수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이론과 기술을 만나게 되면, 학습에 몰두해 진행하던 연구개발을 멈출 수밖에 없다. 농구를 처음 배우는 이들이 피보팅을 한 체 공을 지키는데만 집중하는 모습과 흡사하게, 최종 달성 목표를 향해 학습하기보다는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데만 몰두하게 된다. 결국, 농구를 처음 배우는 이들이 공을 지키는데 익숙해지듯 주니어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는데 익숙해져야만 최종 연구개발 목표를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사실 엔지니어의 성장단계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자신의 분야에 정통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피보팅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전문분야의 새로운 개념을 학습하는데 익숙해지고 여유가 생겨야만이 시니어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엔지니어 성장단계). 언제까지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학습하는데만 모든 시간을 쓸 수는 없으며, (엔지니어 성장단계)에서도 말했듯 시니어 엔지니어란 자신의 전문분야를 통찰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시야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엔지니어들은 연차만 쌓였지 사실 테크니션으로 정체될 뿐이다. 즉, 우리가 괜찮은-, 본받을만한 시니어 엔지니어로 성장하려면 피보팅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자, 그러면 주니어 엔지니어인 우리는 어떻게 피보팅에 익숙해지고 괜찮은 시니어 엔지니어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주니어 엔지니어의 피보팅 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와 이에 대한 고찰을 통해 힌트를 얻어보자.


주니어 엔지니어들은 피보팅(새로운 개념을 학습)하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한다. 아무리 자신의 전문분야이고 학교에서 배우는 기초이론이 탄탄하더라도, 실무에 적용되는 기술을 짧은 시간 내에 습득-정복하기는 쉽지 않다. 실무에 적용될 기술은 아주 전문적이고 복잡하기 마련이고,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이론이 아닌 여러 이론과 기술을 엮어 프로젝트 실무에 적용하려면 학습해야 하는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간단한 검토와 얕은 이해만으로 실무에 적용하려 들면 큰 오산이다. 만약 이론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체 막무가내로 기술을 적용하다가 문제가 발생한다면, 원인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운 좋게 파악된다 해도 수습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즉,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꼼꼼하게 제대로! 학습해야 한다.

그렇다면, 단 한 가지 개선 방안이 있다.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주변의 시니어 엔지니어들은 이미 그 단계에 올라서 있다. 주니어 시절의 계속되는 수동적인 피보팅을 통해 전문분야의 지식이 많아진 시니어들은, 새로운 개념과 기술을 익히는데 쓰이는 에너지가 작다. 각 이론과 기술이라는 점들이 엮이고 엮여 전문분야 지식의 네트워크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의 점들이 산재되어있는 게 아니라 그 사이 간 논리가 세워져 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점이 추가된다 해도, 선으로 이을 논리와 점들이 많아 쉽게 네트워크 체계로 흡수-이해가 되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 체계의 선이 뚜렷하고 명확할수록, 그리고 많은 점들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견고하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지식체계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주니어 엔지니어를 지내는 동안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습득하는 동떨어진 이론과 기술마다 그 사이를 "의식적으로" 이어나가며 학습하는 것이다. 주니어 때 배우는 점들은 이어지지 못하고 떠돌 가능성이 높을 것인데, 최대한 명확한 논리로 연결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 이론과 기술들을 엮다 보면 어느 순간엔 새로운 지식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정한 피보팅 방향은 본 연구개발 목표와 같은 방향인지 판단하는 혜안이 부족하다. 이는 첫째 이유와 연관되어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데도 효율이 좋지 않은데, 방향 설정까지 잘못되어 엉뚱한 시간 비용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빠르게 대응하려 배우는데만 몰두해버리는 것조차도 문제가 된다.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과정을 즐기는 습성이 있어 배우는 데에만 몰두해버린다. 몰두하다 보면 로컬 옵티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부를 끝내고 고개를 들어보면 원래 보고 있던 목표가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게 되기 일수이다. 나름의 지식체계를 만들어 빠르게 새로운 개념을 익혔다고 노력한 것인데, 되려 빠르게 본 목적에서 벗어나는 꼴이 된 것이다. 천천히 가도 방향이 맞으면 된다 했는데, 빠르게 가며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희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롤백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주 다행히도 하던 연구가 개인의 프로젝트면 말이다. 하지만 혹시나 협업 프로젝트에서는, 롤백이라 함은, 아, 상상도 하기 싫은 작업이다. 인력비용, 팀 내 인간관계, 자신의 시간 허비에서 오는 공허함. 부담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당연하게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시니어 엔지니어들에게 컨펌을 받으면 된다. 스스로 최대한 고민을 하고, 많은 연구방향을 들고 시니어들에게 찾아가 방향을 지시해달라고 하는 것이 두 번 일하지 않는 방법이다. 우리는 아직 작은 지식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니, 시니어들의 큰 지식체계를 사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가능하다면 그들이 내린 판단의 배경까지도 여쭤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그 방향에 대한 지식 점들을 연결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수동적으로 시니어의 결정만 맹신하면 이론과 기술들이 논리로 연결되지 못한 체 동떨어진 점으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에게만 의존하며 성장하게 된다면 연구 방향을 설정하거나, 자가 피드백 능력이 결여될 수 있으며, 의존적인 연구 패턴으로 인해 시니어가 돼서도 낮은 책임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니어 엔지니어에게 물어보되, 최대한 능동적으로 연구방향 의사결정에 참여해 주인의식을 기를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자의건 타의건 습득하는 동떨어진 이론과 기술마다 그 사이를 "의식적으로" 이어야 한다. 최대한 연결해줘야 한다. 나만의 네트워크 체계를 만들어가며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여러 이론과 기술들을 엮다 보면 새로운 지식이라 해도 쉽게 이해되며, 그제야 최종 연구개발 목표를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타인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데만 익숙해지면 안 된다. 이런 엔지니어는 성장이라는 단어 앞에서 설 자리가 없다. 주니어 때 어쩔 수 없이 가끔 수동적일 뿐이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능동적인 피보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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