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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by JBin

인공지능 시대,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매년 4월 23일, 우리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이한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해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배타적이며 독점적인 권리이다.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생각과 감정이 글, 그림, 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며, 우리는 그 결과물에 ‘저작권’이라는 이름의 가치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전혀 새로운 질문 앞에 서 있다.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인공지능(AI)은 인간의 창작 행위를 일부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다. 특히 글쓰기 분야에서 챗GPT 같은 언어생성 AI는 시, 소설, 기사, 심지어 철학적 산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글을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AI가 만들어낸 창작물에는 저작권이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그 권리는 누구의 것인가?

저작권법은 인간의 창작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는 주체와 ‘창작성’이라는 개념이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표현이 있어야 비로소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창조해 낸 결과물은, 현행 법제 아래에서는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대의 수많은 창작물은 인간과 AI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고, 머릿속의 생각을 풀어내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AI는 적절한 단어를 제시하고 문장을 다듬으며, 감정의 결을 보다 분명하게 정리해 준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의 감정’과 ‘인간의 의도’가 있다. AI는 도구에 불과하며, 인간의 생각을 표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수단’ 일뿐이다.

이는 과거 우리가 도구를 발전시켜 온 역사와도 닮아 있다. 돌도끼를 쓰던 시절부터 청동기, 철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끊임없이 도구를 발명하고 활용해 왔다. 손편지에서 e메일, 스마트폰, SNS로 이어진 변화 속에서도 글을 쓰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도구는 진화했지만, 창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인공지능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글을 쓰고 싶어도 표현 능력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AI를 통해 창작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어 선택이 서툴거나, 문장 구성이 익숙하지 않거나, 표현 방식이 낯설어서 감정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이들이 AI의 도움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주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창작물의 진짜 저작자는 누구일까?

AI가 제안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든, 일부만 참고하든, 결국 최종적으로 방향을 정하고 감정을 불어넣는 건 인간이다. 그 창작물에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경험, 감정, 관점이 담겨 있다.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다르다. AI의 존재가 인간의 창작성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표현할 수 없었던 감정이 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또 하나의 창작 환경이 열린 셈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기반으로 한 AI 창작물이라면, 그 저작권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단순히 AI가 만든 결과물을 복사하듯이 사용하는 경우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인간의 창작의도가 분명히 개입되었고, 그 결과가 독창적인 감정과 생각을 담고 있다면, 그것은 하나의 창작물이자 보호받아야 할 저작물이다.

우리는 지금, 창작의 도구가 펜에서 키보드로, 다시 인공지능으로 진화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변화는 언제나 낯설고 때로는 두렵지만, 그것이 반드시 부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기준과 가치로 다뤄야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AI를 통해 확장된 창작의 세계는 새로운 기회를 품고 있다.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끌어올리고, 보이지 않던 이야기에 목소리를 주며, 더 많은 사람이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는 단지 AI가 창작에 참여한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의 가치와 주체를 판단하는 시대는 지나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창작물 안에 ‘누구의 감정’과 ‘누구의 의도’가 담겨 있는가이다.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성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데 그 본질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창작물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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