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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

정치와 무관합니다.

by JBin

4.4 금요일

제목 : 소문난 잔치

소문난 잔치라기에
기대하며 준비했건만,
긴장 속에 쌓아 올린 시간들이
그저 공기처럼 흩어진다.

한 달, 두 달,
긴 밤을 지새우며
그날을 대비했건만,
정작 마주한 오늘은
고요한 연못처럼 잔잔하기만 하다.

휘몰아칠 줄 알았던 바람도,
요동칠 줄 알았던 땅도,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비워진 마음만 달래며
텅 빈 거리를 걸어간다.

긴장 속에서 달려온 시간,
잠 한숨 못 자고 버틴 밤들,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날지도 몰라.
어쩌면 이 허무 속에서
조금의 설렘을 찾아도 괜찮을까.




●시 설명

이 시는 대통령 탄핵 선고라는 큰 사건을 앞두고 많은 준비와 대비를 했지만, 정작 그 순간이 오자 허무한 감정이 밀려오는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마치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던 하루가 너무나 조용하게 흘러가면서 느껴지는 공허함을 표현했어요.
긴 시간 동안 긴장하며 대비했지만, 막상 현실은 기대와 달랐을 때의 허탈함이 시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그동안의 수고로움을 되돌아보며, 역설적으로 허무함 속에서 작은 해방감을 찾으려는 감정을 담아봤습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끝날지도 모른다"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예상치 못한 여유가 생겼을 때 느껴지는 묘한 설렘이 나타나죠.
이 시는 단순히 탄핵 선고에 대한 감정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면서 기대했던 일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을 때 겪는 감정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도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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