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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Jun 05. 2022

정직한 로켓맨

어떤 한 개인 평생의 노력과 간절한 소망이 담긴 무대, 올림픽



주황색 은하수가 수놓인 복장을 입은 청년이 빙판위에 서있다. 그에게 없는 것은 딱 하나. 올림픽 금메달이다. 영화 로켓맨 OST가 흘러나온다. 어린 시절 발레로 기반을 닦은 우아한 곡선이 곁들여진 포스춰와 함께 연기를 시작한다. 현악기 연주에 맞춰 쿼드로 플릿과 트리플 콤비네이션으로 이어진다. 전세계 최고만이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을 구사하며 기술점수를 높혀간다. 모든 기술을 성공시킨 후 음악이 변주되며 힙합 비트에 맞춰 춤을 추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빙판위의 로켓맨, 피겨선수 네이선 첸은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그토록 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다. 



이제 네이선 첸의 시대가 열렸다. 해설진이 네이선 첸의 쇼트 프로그램 연기를 보고 했던 말이다. 네이선 첸은 그동안 전세계 피겨 1인자로 군림 했었다. 세계 선수권 3연패, 최연소 사대륙 선수권 우승 그리고 현재 쇼트, 프리 총점 세계 신기록 보유자. 그에게 딱 하나 없는 것은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는 보란듯이 자신의 기량을 뽐내며 2022 베이징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땄다.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시대를 스스로 열었다. 



사실 나는 지금 피겨 스케이팅을 잘 모른다. 그래도 이 글을 쓰고있다. 대한민국을 강타하던 김연아 시절에도 피겨를 보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네이선 첸의 무대로 이끌었고, 나는 그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 로켓맨 음악과 딱 맞는 무대의상. 우아한 곡선과 피겨 무대를 파격적으로 바꾼 힙합 비트의 변주. 자신의 무대를 완벽하게 즐기고 뿌듯하게 짓는 미소. 피겨를 잘 몰라도 그의 팬이 되기에 충분한 장면들이었다. 



내가 그의 무대를 보게 된 것은 올림픽 덕분이다. 내가 피겨 무대를 챙겨 볼 이유는 없었다. 나는 올림픽의 팬이다. 전세계에서 참가하는 선수들의 훌륭함을 뽐내는 축제를 사랑한다. 피,땀, 눈물 그리고 어떤 한 개인의 평생의 노력과 간절한 소망. 올림픽은 영화같은 스토리를 가득 담고 있다. 그래서 올림픽에는 늘 볼거리와 느낄거리가 가득하다. 내 버킷리스트에는 올림픽 직관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네이선 첸의 이번 무대는 나에게 느낄거리를 가득 주었다. 



네이선 첸을 응원한다. 그의 국적보다 그가 네이선 첸이라는 사실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대한민국 선수가 아니어도 나는 그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낼 수 있다. 대한민국 선수의 금메달 만큼 네이선 첸의 금메달도 소소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올림픽을 국가간의 경쟁만이 아닌, 개인의 성취를 뽐내며 모두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무대로 인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가 아니어도 응원할 수 있는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바라본다면 올림픽의 모든 무대는 더 재밌어 질 것이다.



도핑이 적발된 러시아의 발리예바 선수도 무대를 마쳤다. 아무래도 러시아는 올림픽의 등수를 GDP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한 국가의 욕심이 스포츠 축제의 장을 국가간 정치싸움으로 변질시켰다. 약물파동으로 얼룩진 무대는 팬들의 외면을 받고있다. 올림픽의 팬으로써 말하고 싶다. 러시아 정신차려! 잘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훌륭함, 위대함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모두함께 바라보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성숙한 사고가 자리잡길. 정직하게 노력한 로켓맨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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