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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비 파크 Aug 29. 2023

나도 코리안좀비가 될 수 있을까?

UFC 레전드 정찬성의 은퇴 경기를 보며


정찬성에게는 평생을 기다려온 매치였다. 페더급 최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했던 맥스 할로웨이. 그는 정찬성의 우상이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코리안 좀비와 맥스 할로웨이는 페더급 탑 컨텐더 자리에 위치 했지만 한번도 매칭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맥스는 더 높은 상대만 원했을지도 모른다. 할로웨이는 드디어 좀비의 콜아웃을 수락했다. 어쩌면 좀비의 커리어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경기였기 때문일까. 



경기는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아시아라서 좀비의 홈구장 같기도 했다. 정찬성이 입장하자 모두들 등장음악 The Cranberries 의 Zombie 를 따라부르며 환호했다. 할로웨이의 등장에도 관중들은 환호를 보냈다. 할로웨이는 경기 전 좀비에게 트래시토킹을 전혀 하지 않았고 리스펙만 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품격있는 싸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둘이었다. 이들은 MMA가 어떻게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1라운드는 막상막하의 경기였다. 스트라이커 두명답게 호쾌한 난타전을 주고 받았다. 서로 데미지를 입히며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줬다.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세계 최상위 레벨의 타격을 보여준 두 선수였다. 1라운드가 끝나고 종이 울렸고, 두 선수는 터치 글러브를 하며 브로맨스와 리스펙을 동시에 보여줬다. 



곧바로 2라운드에 접어 들었다. 역시 난타전이 진행됐다. 정찬성은 그간 누적된 브레인 데미지 때문인지 맷집이 많이 약해져 있는 듯 보였다. 관자놀이 부분을 맞고 다운을 당했다. 하지만 바로 할로웨이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며 본격적으로 좀비모드의 시동을 걸었다. 정찬성은 무의식에서도 주짓수적인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할로웨이는 때를 놓치지 않고 정찬성에게 다스 초크를 걸었다.



초크에 걸린 정찬성은 좀비처럼 스믈스믈 움직였다. 의식이 있는 듯 없는 듯 보였다. 아주 조금씩 돌면서 숨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할로웨이는 정찬성이 숨을 쉬지 않고 있다고 느껴 심판에게 어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심판은 아직 좀비가 살아있다고 판단했고, 경기는 계속됐다. 아무리 목을 세게 졸라도 정찬성은 포기하지 않았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아도 정신력으로 붙잡고 있었다. 할로웨이는 정찬성의 목이 고무를 붙잡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초크를 버티며 2라운드가 마무리 됐다.



그리고 3라운드가 시작됐다. 정찬성은 무언가를 결심한듯 가드를 풀고 달려들었다. 전쟁에서 질걸 알면서도 달려가는 군인의 모습 같았다. 평생 그에게 UFC 팬들이 붙혀준 닉네임, 코리안 좀비. 닉값을 할 시간이 왔다.정찬성은 방패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칼을 빼고 달려드는 파이터다. 맞아도 맞아도 안죽을 것 같이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 그로기 상태에서는 그는 또 달려들었다. 코리안 좀비는 결국 다시한번 관자놀이를 맞고 실신하며 KO 당했다. 좀비다운 경기를 보여주며 커리어를 마감했다. 



"그만 할게요"


"아 나 이거 눈물이 나올줄 알았는데 안나오네" 


"저는 3등, 4등 하려고 격투기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챔피언이 되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에요" 


"냉정하게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습니다"


후회와 미련이 없어보이는 인터뷰였다. 코리안 좀비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좀비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퇴장했다. UFC 레코드를 보면 정찬성보다 훨씬 더 높은 승률을 보인 선수들이 있지만, 그만큼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코리안좀비 만큼 멋있게 싸운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좀비처럼 버텨내고 버텨내서 끈질기게 타격을 이어가는 투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나도 코리안 좀비가 될 수 있을까? 진짜 후회없이 노력을 전부 쏟아 부어보고 싶다. 실신할만한 카운터 펀치를 맞고서도 몸을 굴리면서 그라운드로 들어가서 상대에게 매달리는 그 정신. 내가 질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모든걸 던져버리면서 펀치를 주고받을수가 있을까? 경기를 보며 힘들고 암울한 시기에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가진 내모습이 비쳤다. 적당한 정도의 노력만 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자기합리화를 하고 핑계를 댔던 지난 날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정찬성처럼 커리어의 끝에서 미련이 없을만큼 노력을 쏟아 부어본 사람이 되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투지를 가진 그런 사람. 어떤 분야가 되었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쏟아 붓고 그만두고 싶다. 그리고 그만두는 그 시점에 커리어에 후회가 없었으면 한다. 자신의 우상이었던 사람에게 리스펙을 받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다. 정찬성에게 영감을 받았다. 나도 코리안 좀비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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