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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가 정답일까?

실물이 먼저다.

by Tolany

후분양제 이야기를 들었다. 아파트 분양을 후분양제를 통해서 해야 투기수요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선분양이 아니라 후분양제를 택하여 분양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후분양제를 통해서 투기수요를 잡고, 주택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업비 자체만 놓고보면, 명백하게 후분양제가 열위에 있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후분양제는 아파트 건설 공정이 어느정도 끝난 상황에서 분양을 하는 제도다. 따라서 현재의 선분양제 하에서처럼 건설 사업자가 주택 구매자에게 중도금 등을 통해서 사업비를 조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선분양제를 택하나 후분양제를 택하나 건설 사업자 입장에서 돈이 나가는 시기는 동일하다. 설계를 하면서 지출하고, 콘크리트를 사오고 노동력을 투입하면서 지출한다.


선분양제의 경우에는, 건설 사업자 입장에서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돈이 나가는 시점과 비슷하거나 이르기 때문에 타인자본을 조달한다고 해도 조금만 조달하면 된다.


반면에 후분양제의 경우에는, 건설 사업자 입장에서 돈이 들어오는 시점이 대부분의 지출이 이미 완료된 시점이기 때문에 타인자본을 훨씬 많이 조달해야한다. 물론 자기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는 자본력 탄탄한 건설 사업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건설 사업자 입장에서 그만큼의 자기자본을 건설에 묶어둬야 한다면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쨌건 추가적인 비용은 발생한다.


선분양제에서 후분양제로 전환할 경우, 주택 구매자 입장에서 모델하우스나 조감도만 보고 구매하던 것이 실제 물리적인 건축물이 어느정도 지어진 후 그걸 보고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에서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라는 것이 의미하듯, 그것은 공짜가 아니다. 당연히 분양가에 건설 사업자가 부담한 금융비용과 위험비용이 더해질 것이다. (전에 중급회계 공부할 때, 금융비용 자본화 회계처리를 배운 것 같은데, 이부분이 맞는지가 아리송하다.)


결국 실물경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더 효율적인 방식은 선분양제라고 생각한다. 건설 사업자가 돈을 먹고 나르거나 하는 등의 위험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건 또 신탁제도를 통해서 관리하고 있긴 하다) 불필요한 금융비용 지출이 줄기 때문이다. 후분양제로 진행을 할 경우에, 물리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아파트 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소요되는 비용이 선분양제보다 클 수 밖에 없다. 대규모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과 분양이 실패해서 그 자본이 크게 손상될 수 있는 위험을 건설 사업자가 부담하므로 당연하다.


실물에서의 효율성은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통해서 해결할 생각을 해야지. 실물 효율성을 떨어뜨리면서, 100% 해결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1&oid=003&aid=000810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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