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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Jan 23. 2018

#서평 24 바이오 사이언스의 이해

바이오스펙테이터 출간, 바이오 섹터에 대한 공부의 시발점 

 이번에 서평을 작성하는 책은 바이오스펙테이터에서 출간된 [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라는 책입니다. 아마도 제 블로그에서는 처음 다루는 바이오 섹터 관련 서적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책을 읽은 기억이 없거든요.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광고]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을 하다가 우연히 광고로 뜬 게시물을 봤습니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바이오 섹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오 사이언스 자체에 대해서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워 광고에 낚여서 얼른 구입을 했습니다. 


 사실 전 책을 아주 많이 사는 편입니다. 그리고 산 책 중 일부를 읽고, 다시 그중 일부에 대해서 서평을 씁니다. 이 말인즉슨 사놓고 안 본 책들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주문을 하긴 했지만, 한참 조선 산업에 대해서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던 시기라서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추가로 신라젠, 셀트리온 등 바이오 섹터 기업들이 한참 랠리를 펼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당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수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당장 쓸 일은 없을 테니 나중에 보자면서 미뤄뒀습니다. 그럼 지금 와서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는 이유가, 이제 바이오 섹터에 대해서 투자할 생각이냐고 되물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여전히 바이오 섹터 기업의 밸류에이션 수준에 대해서 부정적입니다. 자랑스러운 바이오시밀러 기업 셀트리온이라는 기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17년 당기순이익 추정치가 4,000억 원 수준인 기업을 36.7조 원을 주고 살래?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라고 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투자할 생각도 없는 바이오 섹터의 기반이 되는 바이오 사이언스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언젠가 혹시나 앞에 금덩어리가 굴러다닐 때 줍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라면 이 책으로 첫 발을 떼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바이오 의약품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개괄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케미컬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케미컬 의약품은 자연 속에 존재하는 화학물질을 일정한 방법을 통해서 [합성]해내는 물질 중에서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물질을 가리킵니다. 예컨대, 아스피린,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애드빌(이부프로펜) 등 가벼운 소염진통제부터 선플라주 등 항암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의약품'입니다. 이런 케미컬 의약품의 발견과 활용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은 획기적으로 진보되었습니다. 암피실린/ 나파실린/ 메치실린 등 흔히 말하는 페니실린계 항생제가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을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케미컬 의약품은 이렇게 유용하고 고마운 물질이지만 동시에 약점도 명확한 물질입니다. 케미컬 의약품은 총알 같은 물질입니다. 피아를 구분해가면서 처리하지 않습니다. '암'이라는 미쳐버린 세포를 처리하기 위해서 투약하는 항암제는 물론 암이라는 미쳐버린 세포도 처리하지만 멀쩡한 세포들도 도매급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입니다. 반면에 바이오 의약품은 자연 속이 아니라 보다 좁은 범위인 생명체 속의 단백질, 유전자, 세포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내는 물질입니다. 기본적으로 생명체 내에서 작용하던 기전을 활용하기 때문에 케미컬 의약품보다는 더 디테일한 처치가 가능하다는 획기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나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흔히 오리지널 케미컬 의약품의 복제품을 '제네릭 의약품'이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품을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바이오시밀러라는 사업에 대해서 들을 때마다, "결국 복제약 만드는 건데 왜 그걸 굳이 구분해서 부르지?"라는 의문을 떨쳐 낼 수 없던 터라 아주 반가운 기회였습니다. 이는 제조 방법의 차이에 기인합니다. 앞서 케미컬 의약품을 '총알' 같은 물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오 의약품은 '잘 훈련받은 군인' 같은 물질입니다. 총알은 피아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잘 훈련받은 군인은 피아를 구분합니다. 동시에 총알은 원재료와 제조방법만 알고 있다면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군인은 원재료인 인간과 제조방법인 훈련법을 알고 있다고 해도 이전의 양성된 군인과 완전히 동일한 군인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군인 간의 역량에는 차이가 납니다. 케미컬 의약품의 복제품을 '제네릭'이라고 하고,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품을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르는 이유도 위와 같은 차이 때문입니다. 케미컬 의약품의 경우, 화학물질과 합성법만 알고 있다면 완전히 동일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오리지널을 개발한 제약사에서 조차 모든 의약품을 완전히 동일하게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히 특허가 만료된 이후 해당 의약품을 모방하는 제약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동일한 방법으로 만들다고 해도, 생명체 속의 단백질 등을 원재료로 활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은 원재료가 완전히 동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완전히 동일한 물질이 아니라 말 그대로 "similar", 유사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당연히 똑같이 오리지널이 존재하고, 그 오리지널 물질의 특허가 만료된 이후 오리지널 물질을 따라 하는 제네릭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지만, 실제 구현 단계의 난이도는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복제약'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인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대해서 제네릭 의약품을 만드는 일반 제약회사보다 높은 평가를 해주는 것입니다.(물론 지금처럼 PBR 18배씩 주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합성하기만 하면 사실상 동일한 물질을 얻을 수 있는 제네릭의 경우와 다르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거의 신약 개발하는 수준의 기술적 난이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도입부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사항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의 작용기전과 관련이 있는 몇 가지 개념을 소개합니다. [약효지속성 플랫폼], [이중항체], [항체-약물 결합체(ADC)] 등이 그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중에서 '랩스커버리'라는 기술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랩스커버리 기술은 기본적으로 약효지속성에 관한 기술입니다. 바이오 의약품은 만들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약효 지속시간이 짧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을 활용하는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과 펩타이드 의약품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단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입니다. 단백질이기 때문에 흡수가 빨리 되어버리기 때문에 지속시간이 짧은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페길화'라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폴리에틸렌클라이콜(PEG)이라는 고분자 물질을 의약품에 뒤덮어 덩어리를 크게 만들고, 지속시간을 길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페길화라는 방법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습니다. 고분자 물질로 의약품을 뒤덮어 크기가 커져서 흡수가 빨리 안 되는 것은 좋은데, 의약품을 고분자 물질로 뒤덮어버린 까닭에 의약품과 체내 세포막 수용체의 결합에 있어서 불리해짐에 따라서 약효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을 찾은 것이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입니다.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은 기존에 의약품을 폴리에틸렌클라이콜로 뒤덮어버리는 방식과 의약품과 고분자 물질을 '끈'으로 연결함으로써 전체적인 크기를 키워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는 빈도를 줄이면서, 의약품과 세포막 수용체의 작용은 방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이런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당뇨환자의 인슐린의 경우입니다. 당뇨병 환자는 체내 인슐린 생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슐린을 투여해줘야 하는데, 인슐린이 바로 단백질을 이용한 1차 바이오 의약품이기 때문에 체내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해 약효가 짧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치료제로 사용하는 '엑센딘'이라는 펩타이드 의약품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엑센딘'이라는 의약품은 펩타이드 의약품의 약효가 짧다는 약점으로 인해 하루 2회 투여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엑센딘이라는 의약품에 한미 의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이 적용되어 개발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라는 의약품의 경우 최장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3상에서 월 1회가 아니라 주 1회 투약으로 결정한 듯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도입부를 끝내고 나면 차례로 바이오 의약품의 주요 키워드인 면역 치료, 유전자 치료 등에 대해서 다룹니다. 책에서 이 부분의 주요한 주제로 잡는 것은 바로 '항암제'입니다. 과거에 비해 공포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류에게 있어서 암은 공포의 대상입니다. 외부에서 침투한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이 아니라 체내에 있는 발생하는 암은 마치 의약품에 있어서 케미컬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이 있듯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괴롭힙니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처리하기 어렵도록 주변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고, 거짓된 신호를 줌으로써 면역세포를 속이기도 하는 등 지성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악하게 작용합니다. 사실 암세포의 이런 특성이 기존의 케미컬 의약품을 활용해서 암을 정복하기 어렵도록 만든 것일 겁니다. 그래도 이런 암에 대항한 인류의 갖은 노력들과 그 결실이 있었고, 책에서 그 결실과 노력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면역세포(NK세포)를 활용해서 암세포를 처리하도록 만드는 [면역세포치료제]부터 바이러스를 활용해서 암세포를 죽이도록 만드는 [항암 바이러스] 등 면역 치료에 대한 내용이 바로 그 내용입니다. 사실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자세한 사항이나 정확한 기전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책에서도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을 파악하는 정도로는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역치료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유전자 치료에 대해서 다룹니다. 유전자 치료는 유전병 등에 대한 인류의 노력을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모든 생명체는 DNA, RNA라는 일종의 설계도인 유전자라는 것을 갖고 태어납니다. 이 설계도에 따라서 원재료를 조합해서 적절한 기능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이 설계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사실 이런 설계도 상의 문제에 대해서 인류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설계도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인류가 해결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에 대한 노력의 결과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서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 지금까지 유전자 치료는 유전병에만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이 사실상 유전자 치료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전자 치료가 유전병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사실 유전자 치료로 유전병만 치료해야 하는 제한은 없었습니다. 


 생각보다 서평의 분량이 길어진 관계로 진단과 뇌질환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몇 차례 읽고 난 지금에 와서도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한 개념들도 사실 바이오 사이언스라는 큰 계에서 볼 때는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테니,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바이오 사이언스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을 갖출 수 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관심이 있는 기사나 공시가 떴을 때, 어느 주제에 대해서 논문을 찾아보고 책을 찾아보면 될지에 대한 방향감각 정도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투자하고 있는 조선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공부도 부족하기 때문에 아마 바이오 섹터에 대해서 당장 공부를 시작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번에 읽으면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차후 바이오 사이언스에 대해서 공부할 때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하는 수준에 따라서 책을 읽고 난 후에 느끼는 감상이 천차만별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공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개략적으로 다루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비전공자들이라면, 가볍게 첫발을 떼기에 무난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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