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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Mar 21. 2017

#서평 6 : 어스워스 다모다란의 투자철학

어스워스 다모다란 저, 투자철학에 대한 백과사전 

누군가 내게 Valuation에 대한 책에 대해 추천을 구한다면, 난 맥킨지에서 나온 <Valuation>이라는 책과 다모다란 교수의 <Damodaran on Valuation>을 추천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다모다란 교수의 책이 더 편했다. 좋은 학자인 동시에 좋은 교육자이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식이 학생의 이해에 유리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런 다모다란 교수의 투자철학이라는 책이다. 뭐 크게 따질 필요 없이 읽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로 심지어 번역자가 이건 선생님이시다. 어쩐지 읽으면서 눈에 걸리는 문장이 없더라니, 좋은 책이 좋은 역자를 만나니 금상첨화다. 사실 밑에 서평은 안 읽여서도 무방합니다. 그냥 이 책을 사서 읽으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이 좋아서 읽으시겠다는 분들이 계신다면, 어쩔 수 없이 또 서평을 써야겠네요. - ㅋㅋㅋㅋㅋ - <어스워스 다모다란의 투자철학>이라는 책은 제목 그대로 '투자 철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시장에 존재하는 투자철학은 다 모여 있습니다. 가치투자, 성장주 투자, 소형주 투자, 행동주의, 기술적 분석 등 정말 투자 철학이라는 철학은 다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뉴스 매매까지 다르고 있으니 테마주 투자도 다루고 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 원래 이런 백과사전식 책 별로 안 좋아합니다. 사전 편찬식 구성의 책은 읽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을 극찬하는 게 모순이라고요? 그런 단순한 사천 편찬식 책이 아니기 때문에 극찬하는 겁니다. 이 책의 요체는 바로 각 투자철학에 대한 차분한 분석입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이 책에서 학자답게 각 투자 철학을 여러 개의 개념들로 쪼개고 쪼개서 각 개념들이 무엇인지, 증거는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를 하나씩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 이런 분석이 아주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금융시장이라는 분야 자체가 '복잡계'이기 때문에 결과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보다는 과정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정을 통해 배우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각 투자 철학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정들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진짜 투자 철학이 주장하는 논리대로 투자 철학이 작용해서 좋은 성과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그저 운이 잘 맞았던 것인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다 인상적입니다. 물론 거래비용에 대한 부분에서 '세금' 관련 부분은 국내 주식 위주로 투자하시는 분들은 사실 큰 관련이 없어서 넘어가셔도 무방할 듯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전부 다 인상적이고 유익합니다. 투자 철학을 소개하고, 그 투자 철학의 기둥을 이루는 개념들을 각각 소개하고, 검증하고, 유의할 점을 일러주는 방식 정말 좋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 부분만 소개해보면서 서평을 작성하겠습니다. 


 우선 시작 부분에서 CAPM,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다모다란 교수의 분석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가치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특히 "'효율적 시장?' 그거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라면서 아예 들어보지도 않고 효율적 시장 가설이나 CAPM 등을 비판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저도 EMH, CAPM을 신뢰하지 않고, 잘 이용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 논리, 결과를 알고 비판하는 것과 그냥 덮어두고 비판하는 것은 분명 다른 것입니다. 배우고 이해한 후에 비판을 하면 뭐 하나라도 건질 수가 있을 텐데, 덮어놓고 비판하면 그런 가르침을 얻을 기회를 상실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EMH에 대해서 다모다란 교수가 책에서 말하듯이,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면 어떤 특성 때문에 비효율적인지 알아보려는 시도는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그 비효율적인 특성을 이용해서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APM에 대해서도 CAPM의 가정이 무엇이고, 왜 현실적이지 못하였는지 알아야 이후 다른 위험 척도를 고안해 낼 때 그런 문제점을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CAPM이나 EMH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은 버핏의 CAPM, EMH에 대한 강한 비판의 영향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유의할 점은 버핏은 분명 네브래스카 대학으로 학적을 옮기긴 했지만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수학을 한 적이 있고, 컬럼비아대학교의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워런 버핏은 이론적 기반을 모르고 비판한 사람이 아니라 그걸 완전히 이해하고, 오히려 너무 잘 이해해서 비판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치평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부분도 인상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실 당연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모다란 교수가 바로 가치평가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니까요. 다모다란 교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답게 아주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각종 가치평가 방법론에 대해서 설명해줍니다. 예컨대, 배수에 깔린 본질적 요소 등에 대한 설명이 그렇습니다. 흔히 DCF 방법론은 '가정이 너무 많아서 안 써'라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다모다란 교수의 분석을 보다 보면, DCF는 가정이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고 배수에 따른 가치평가 즉 상대가치 평가는 그냥 그 가정들이 '잠재적으로' 묻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이 상대가치평가 방법론을 사용한다고 해도 이걸 알고 쓰는 사람과 모르고 쓰는 사람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투자 전략 시험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말합니다. "일단 믿기 전에 검증해봐라. 어떻게 검증할지 모르겠다고? 내가 알려줄게!" 그리고 시장 효율성을 검증하는 방법론에서부터 실전 투자 전략을 검증하는 방법론까지 싹 제공합니다. 이 정도면 정말 감동스럽지 않습니까? 시장 효율성 검증은 넘기고 투자 전략을 검증하는, 정확히는 좋은 투자 전략과 나쁜 투자 전략을 구분하는 간단한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1. 투자전략을 검증하고 실행할 수 있는가? 2. 전략이 타당한 방법으로 검증되었는가? 3.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가? 4. 경제적 유의성이 있는가? 5. 과거에도 시도한 전략인가?]입니다. 물론 책에는 각 질문 별로 자세한 설명도 제공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진짜 투자하시는 분들이 전부 "데이터 줘봐" 혹은 "검증해볼게 기다려"라는 자세를 취하신다면, 최소한 얼마 전에 뉴스에 나온 청담동 뭐 사기 사건 같은 일의 피해자들이 나오는 경우가 확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에 대한 부분도 상당히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부터 던집니다. 그리고 PER, PBR 등의 단순한 지표를 기준으로 가치투자를 정의하는 것은 너무 협소한 정의이고, 그렇다고 내재가치보다 싼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을 기준으로 정의하는 것은 너무 광범위한 정의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가치투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회사가치의 원천이 2가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나는 회사가 이미 실행한 투자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예상되는 미래 투자입니다. 결국 전자는 자산가치, 후자는 수익가치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가치투자자들은 대체로 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회사를 사고 싶어 한다는 점, 따라서 성장성에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기업을 경계하며, 저성장기에 접어들어 투자자들에게 소외된 기업을 싼 값에 사려고 하는 투자자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객관적인 분석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가치투자의 본질에 따라 유형을 크게 3가지로 나눠서 각 유형마다 또 핵심 개념 - 근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할 점의 구성을 취하는데 정말 정말 좋습니다. 다 옮기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아서 넘기지만 꼭 읽어보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술적 분석에 대한 고찰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전 기술적 분석은 아예 모릅니다. 부끄럽지만 그냥 덮어놓고 무시한 편입니다. 그런 점에서 기술적 분석에 기반이 되는 가정들, 그리고 논리들, 그리고 그 경험적 증거들에 대해서 공부하는 기회가 아주 유용했습니다. 물론 공부한 후의 결론도 "기술적 분석은 안돼" 지만 말입니다. 일단 누군가가 왜 차트 보고 안 해?라고 물었을 때 "왜" 안 하는지 설명은 할 수 있으니까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지만, 정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증권분석>이 수학의 정석 같은 책이라면 <투자 철학>은 수학의 바이블 같은 책입니다. 정석을 읽고 더 공부하고 싶으면 읽었을 때 내 기본기를 한층 탄탄하게 다져줄 수 있는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전 다모다란의 책이 투자자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질문을 할 힘"을 선물해주었다는 점 같습니다. 다모다란 교수는 책에서 이건 나빠, 이건 좋아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논리를 소개하고, 증거를 보여주고, 유의할 점을 일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걸 질문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좋은 답은 좋은 질문을 하는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다모다란 교수의 책 구성은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튼! 정말 강추입니다. 꼭! 시간 내서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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