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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lany Aug 21. 2018

#서평 34 기대투자

알프레드 래퍼포트, 마이클 모부신 저, 정채진/김성웅 역


[기대투자 - 알프레드 래퍼포트, 마이클 모부신 저]
[통섭과 투자의 실천편]

 투자자는 항상 '신호'를 갈망합니다. 그게 투자자를 곤경에 빠지게 만드는 '너만 알려주는 건데...'로 시작하는 근본 없는 신호일 수도 있고, 사업보고서를 보면서 '1달러짜리가 50센트에 거래되네?'라고 찾아낸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신호의 질과 양은 상이하지만, 결국 투자자가 갈망하는 신호는 '돈을 벌 수 있는 신호'일 것입니다. 이번에 서평을 작성하는 알프레드 래퍼포트와 마이클 모부신의 기대 투자라는 저작은 바로 그 신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사실 신호가 아니라 소음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정보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신호에 대한 두 저자의 저작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는 적절한 신호의 타입은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신호의 타입은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가격에 대한 신호와 가치에 대한 신호입니다. 가격에 대한 신호는, 다른 말로 풀어내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신호를 의미합니다. 거시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위험회피도를 갖고 있는지 등이 해당할 것이고, 미시적으로는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기업의 매출 성장률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는지, 이익률에 대한 기대는 어떤 수준인지 등이 해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치에 대한 신호는, 기업이나 경제의 펀더멘탈에 대한 신호를 의미합니다. 예컨대, 실제 객관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의 미래 기댓값이 얼마인지, 특정 기업의 영업환경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변할 것인지, 현재의 수익성과 매출 성장률을 유지할 경우 기업의 BPS가 특정 수준에 이르는데 얼마나 걸릴 것인지 등이 해당할 것입니다. 

 투자자가 가치와 가격에 대한 신호를 다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투자자는 2가지 정보의 방향성 모두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가치에 대한 신호를 보고 투자를 했고, 실제 내 예상과 같이 가치 상승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해당 신호를 나뿐만 아니라 시장의 모든 참여자들이 다 알고 있어서 가격에 이미 반영이 된 상태였다면, 그 투자는 초과수익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위의 경우는 다행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가치에 대한 신호를 보고 투자를 했고, 내 예상과 같이 가치 상승이 이루어졌는데, 시장에서 기대하는 가치 상승은 훨씬 더 가파른 가치 상승이었고, 그것이 가격에 반영이 되었다면, 해당 투자자는 본인의 예상이 적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손해를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가치투자를 처음 접하고, 교조적으로 가치투자를 신봉하던 시기에는 '가격에 대한 신호',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신호'라는 단어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결국 기업은 가치를 따라가는데, 왜 굳이 변덕스러운 시장 참여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불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 특히 가치투자는 기본적인 밑바탕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낮은 기대 수준'을 깔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어떤 의미에서는 가치에 대한 신호보다 가격에 대한 신호가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예컨대, 가치투자자들이 좋아하는 저 PBR, 저 PER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이 아주 가파른 가치 상승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시장의 기대보다는 덜 나쁠 것이다'라는 것을 기대하고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호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를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고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두 저자의 저서 기대 투자는 바로 가격에 대한 신호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입니다. 오죽하면 책의 이름이 '기대'투자겠습니까. 그럼 저자들이 저서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격에 대한 신호를 다루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진지한 투자자라면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본, DCF(Discounted Cash Flow)라는 가치평가기법이 있습니다. 모든 투자자들은 DCF 가치평가가 '정확하게' 수행할 수만 있다면, 가장 탁월한 가치평가기법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DCF를 '가치평가의 왕'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하지만 DCF 기법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고, 이 책에서도 바로 그 약점에 대한 보완을 통해서 인사이트 넘치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건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기로 하고, DCF가 가치평가기법의 왕으로 취급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현금흐름' 기반의 가치평가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자들은 모두 좋은 '신호'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호는 사실 신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순이익'은 감가상각방법이나 재고가치평가방법만 살짝 바꿔도 아주 크게 요동치는 신호이고, 그나마 속이기 어렵다는 '매출액'도 종종 허위 매출 의혹이 불거지곤 합니다. 하지만 현금은 절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진짜 현금이 있는 것이 맞는지만 확인이 되면(그건 감사를 받은 보고서의 경우, 감사인인 회계사가 확인해줄 수 있습니다.) 그건 진짜 현금이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가장 확실성이 높은 신호입니다. 

 또한 모든 사업 활 동곽 투자활동은 결론적으로 '현금'에 대한 목적성을 갖습니다. 책의 서두에서 피터 번스타인이 칼 마르크스의 지혜를 빌려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경제활동은 '현금 - 자본 - 현금'의 순환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순환을 벗어나는 순간 해당 자산(자본)의 가치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0으로 수렴합니다.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없는 자산은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현금은 중요합니다. 아니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책의 저자들도 결국 잉여현금흐름을 이용한 DCF 기법에서 기대 투자라는 투자의 프레임웍을 시작합니다. 서두에서 저자들은 현금의 중요성과 DCF의 장점을 소개하면서, 실제 NOPAT를 구하고, 여기에 가감을 해서 잉여현금흐름을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본비용을 구하는 방법과 이렇게 구해진 잉여현금흐름과 자본비용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서 전합니다. 

 그리고 DCF의 결정적인 약점을 소개합니다. 거칠게 말하면, '네가 현금흐름을 진짜로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아? 안 틀릴 수 있을 것 같아?'라는 것입니다. 네, DCF의 결정적인 약점은 세상 누구도 미래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잉여현금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1~2년 앞이 아니라 길면 10년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예측해야만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DCF 가치평가에 필요한 잉여현금흐름 전체를 신뢰성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제가 두 저자들이 책에서 DCF 기법의 약점을 보완하고, 인사이트 넘치는 가르침을 전한다고 말한 거 기억하시나요? 네, 두 저자는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결국 '응, 못하니까, 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까지만 말하면, '사실이긴 한데, 아주 쓸데없는 사실'입니다. 못하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고, 해야 하니까 방법을 찾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에서 하지 말라니요. 당연히 저자들은 말을 덫붙입니다. '네가 하지 말고, 남들이 해놓은 거 보고 틀렸는지 혹은 맞았는지, 많이 틀렸는지 조금 틀렸는지만 확인해'라는 것입니다. 즉,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매출 성장률, 영업이익률 등의 영업가치 결정요소에 대한 추정을 확인해보고, 해당 추정이 아주 극단적으로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장의 예측을 저자들은 PIE라는 개념으로 정리해서 설명합니다. 

 즉, 가장 확실한 주가에서 시작해서 차근차근 그 주가가 나오게 만든 아래 가정들을 확인해보고, 그 가정들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이게 DCF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출발점이 정반대입니다. 전통적인 DCF 기법은 기업의 미래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구해서(여기부터 불가능합니다.) 현재 NOPAT에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반영하여 미래 장기간의 잉여현금흐름을 구하고, 자본비용으로 할인해서 기업가치를 구하는 논리입니다. 반면에 저자들이 말하는 것은, 시장의 주가에서 시작해서 이 주가가 나오기 위한 잉여현금흐름을 구하고, 그 잉여현금흐름이 나오기 위한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구합니다. 그리고 그 매출 성장률과 영업이익률을, 여러 가지 분석방법(과거 실적, 경쟁전략 분석 -> 매출액 민감도 분석, 터보 트리거 민감도 분석)을 통해서 '합리적인 추정인지 아닌지' 여부를 결정해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DCF 기법은 서술형 시험을 보라는 것이고, 저자들이 저서에서 말하는 기대 투자는 O/X 문제를 풀라는 것입니다. (물론 부분 점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O/X 문제가 쉽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위의 내용도 아주 유익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더 유익하다고 느낀 부분은 '재연 가능성' 부분입니다. 사실 좋은 투자방법론은 세상에 참 많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는 책을 찾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대 투자라는 해당 저서의 경우, 저자들이 말하는 모든 흐름을 엑셀 시트를 통해서 직접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현금흐름' 기반이라는 가장 Robust 한 투자 프레임워크를 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PIE로 대표되는 저자들의 아이디어 그 자체도 물론 좋지만, 투자자로 하여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의사결정의 프레임워크를 한 가지 제시해준다는 것입니다. 성실하게 엑셀 시트를 만들면서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숫자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툴'하나가 생깁니다. 사실 '통섭과 투자' 같은 책이나 버핏 옹의 책도 물론 정말 전율하도록 좋은 책입니다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갖는 가치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건 책에서 그림으로 나와있는 엑셀 시트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서 따라 해 본다는 전제 하에만 그렇습니다. 실제로 따라 하기 좋도록, 저자는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소스를, 역자는 국내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소스를 소개하고 있으니 꼭 따라 해 보시기 바랍니다. 

P.S. 사실 통섭과 투자의 실천편이라고 부제목을 붙이긴 했습니다만, 사실 출간은 Expectation Investing가 2003년, More than you know가 2013년으로 10년이나 먼저 나온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 자체의 세련됨은 아무래도 통섭과 투자보다는 조금 떨어집니다. 조금 투박 하달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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