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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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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Sep 19. 2018

가을밤




바람이 적당한 밤이었다. 너와 손을 잡고 신촌 거리를 걸었다. 시끄러운 것을 유난히도 싫어하는 우리인데, 그날은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거리에 떠다니는 흥분이 우리를 들뜨게 했다.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마주 보며 웃었고, 꼭 잡은 손은 놓을 줄 몰랐다. 어느덧 결혼 3년차. 연애 시절에는 매일이 이렇게 애틋했었나.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득한 계단을 올라 지하철 출구를 나서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냄새가 풍겼다. 참숯에 구운 닭꼬치. 잡고 있던 손을 채근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노점 앞에 섰다. 야식을 즐겨하지 않는 너지만, 그날은 너그러웠다. 아니, 너는 늘 그랬다. 나의 선택을 늘 우선하곤 했다. 사랑받을 줄 모르는 사람처럼 나는 그게 불편했다. 나는 맞춰주는 것이 편한 사람이었다. 나라고 그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항상 나는 뒷전이었으니까. 나는 상대의 것을 먼저 물어보는 편이 덜 불편했다. 내 것을 고집해 누군가에게 미움받기보다는 그 편이 나았다. 누군가에게 일부러 맞추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 알았다. 나의 선택에 거짓 없이 솔직하게 반응하면서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놀라웠다. 우리의 관계에서 나는 안전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무척 편안했다.

작은 가판대에 젊은 사장이 꼬치를 능숙하게 뒤집었다. 꼬치를 구워내는 모양새에 홀려 대화도 잊었다. 일본 노점상처럼 머리에 싸맨 두건. 머리에 꽁꽁 싸맨 두건만큼 꿈도 단단하겠지. 꼬치를 뜯으며 젊은 사장의 꿈이 주제에 올랐다. 그를 보며 한때 자영업에 도전했던 과거의 나를, 그리고 나의 부모를 떠올렸다. 하루의 수고가 결실을 맺지 못할 때의 그 허무함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하루하루 쌓이는 약간의 절망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나는 경험했었다. 그의 도전이 헛되지 않기를.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넉넉하기를. 마음대로 상상한 누군가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기분 좋은 쌀쌀함. 금요일 밤이 불러오는 달뜬 공기. 따끈하게 구워진 닭꼬치 하나. 나와 너를 오가는 적당한 대화. 그리고 내 옆의 너.


행복하다는 말이 입을 비집고 새어 나오는 밤이었다. 완벽하게 행복하다는 말이 과하지 않은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도 네가 곁에 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셈이라며 분위기에 취한 고백이 흘러나오고 닭고기를 씹으며 입을 맞춰도 달콤하기만 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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