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 동안의 나
글을 연재하지 않은 시점은 약 한 달 정도입니다. 글을 접은 것은 글을 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무작정 시작했던 글쓰기는 무료했던 저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마치 중학교 때에 게임에 미쳤었던 나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자기 전에 내가 플레이했던 플레이가 머릿속에 재생이 되고, 등교 전에는 친구들에게 내가 한 플레이를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미쳤었던 나로 돌아갔습니다. 일하면서도 오늘 글을 어떻게 써볼지, 쓰고 나서도 브런치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좋아요 개수와 구독자 수의 증감을 확인했습니다. 좋아요가 많은 글은 그 이유를 분석하고 그 틀을 유지한 채 더 발전된 글을 쓰기 위해 매진하였습니다. 브런치에서 인기 많은 작가들의 글을 보며 문단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달여간을 열심히 글을 썼었는데 내가 글을 잘 적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글 읽기에 관심이 많고, 차분한 성격의 독자들이 많기에 브런치는 유입도 적고, 소통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보여주는 생생한 반응을 알긴 어려웠습니다. 내 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줄이고 싶어도 무엇이 장단점인지를 모르니.. 막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쓰기라는 활동 자체에서 큰 기쁨과 즐거움을 얻긴 하지만, 더 잘해지고 싶은 욕심이 컸기에 무작정 적기는 여기까지 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나의 글쓰기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 그리고 투자와 관련한 식견을 늘리기 위해서 안식일이 필요했습니다.
안식일 동안 글쓰기, 투자 실력 늘리기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3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글쓰기의 요소로 소위 말해 글쓰기의 고전 혹은 글쓰기의 전문가들의 책을 읽었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기술과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 글을 쓸 때의 가져야 할 자세를 배웠습니다. 내 글의 장점은 살리되 더 담백하면서도 전문성 있게 글을 적기 위한 힘을 길렀습니다. 브런치에 연재하지 않은 기간 동안 매일 20-30분 정도 책을 보고 배운 기술을 연습하고 검토하며 글쓰기 실력을 늘렸습니다. 초반에 쓴 글과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님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제가 판단하기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투자 실력과 관련해서는 계좌에 남은 잔액으로만 비교한다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식견과 관련해서는 늘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연재할 글을 위해서 경제와 관련한 기본적 지식을 연마했고 여러 독자 분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투자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서 많은 분들께 제가 가진 비루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적으면서 더 많은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제가 적고 있는 글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동네에서 제일 주먹이 맵다고 자부하던 학생이 체육관에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과 높은 수준의 독자 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보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워지기 싫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더 재밌고 몰입감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글쓰기 실력과 투자의 지혜가 쌓여가는 만큼 계좌도 두둑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반비례하는 것 같아서 슬프네요. 저의 긴 푸념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