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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교사 일기 08화

타지 생활

외로움과의 싸움

by 째비의 교사일기

제 원래 고향은 부산입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랐기에 부산이 제일 살기 좋다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겨울에도 눈 한번 보기 힘든 따뜻한 날씨에, 여름도 나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너무 답답하면 해운대나 광안리, 기장에 가서 탁 트이고 넓은 바다를 보면 마음이 뻥 뚫리곤 합니다. 사람도 적당히 많아서 어디 한번 이동할 때 서울처럼 큰 맘먹고 이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울에 놀러 가보니 어디 한번 갈 때마다 지하철 손잡이 잡기도 벅찬 인파에 내가 살 곳은 아니다 싶더군요.


대학교부터는 부산에서 떨어져 살았습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쭉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처음 기숙사 들어갔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짐을 싸들고 우리 가족이 총 출동해서 기숙사로 갔었는데, 눈물 한 방울 제 앞에서 흘린 적 없던 아버지가 제가 마지막 짐을 들고 올라갈 때 우시더군요. 부끄럽게도 우리 엄마는 창문을 내리고 다른 학생이 지나가든 말든 상관없이 목놓아 우시는데 민망해가지고 후다닥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방에 올라가서도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서 전화로 엄마 다 들려하고 아빠보고 제발 출발하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발하는 모습을 보니 혼자인 게 실감이 나서 냉기와 적막이 가득한 방에서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습니다. 그만큼 가족 관계가 가깝고 애틋했습니다.


오랜 기간 가족과 떨어져 대학 시절을 보내고 졸업과 동시에 타지에 임용시험을 합격했습니다. 지역 중 부산은 서울 다음가는 높은 점수와 경쟁률을 자랑하는 접전지였기에, 겁 많고 나약한 존재인 저는 그나마 경쟁률이 낮은 지역을 택했습니다. 운 좋게도 합격을 하였고 학교에 이어 직장까지 타지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친한 동생과 친구들을 사귀며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기에 직장도 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맞닥뜨린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저는 교직에선 매우 젊은 나이였기에 학년실에 계신 선생님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제일 젊으신 선생님과는 8살 차이였고, 다른 선생님들과는 20살 이상 차이 났습니다. 게다가 평소에 선생님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같은 동료로 보이기보다는 학창 시절 선생님들로 보였습니다. 낯가림도 심한 편이라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게 아니라면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담임을 맡고, 아는 사람도 없는 타지에 간 것도 모자라 사회에 바로 내던져지니 너무 외로웠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교사가 되어 너무 좋아하시고 응원하시는데 그 앞에다 힘들다 말하기도 힘들었고, 원래도 힘든 내색을 안 하는 편이라 친구들한테도 힘들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힘듦이 쌓여 마음속에 응어리가 진 상태로 1년 정도 교사생활을 해왔습니다. 다행히 다음 연도에는 저와 고향도 같고 성격도 잘 맞는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재밌게 일 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타지 생활을 쭉 해오니 고향도 많이 그립고,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큰 결심을 해보았습니다! 다시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볼 계획입니다. 방법은 재임용이고요. 쉽지는 않겠지만 여름방학을 활용하여 열심히 준비해보려 합니다.


이 지역도 나름 정이 많이 들기도 했고, 제 제자들을 보기 힘들어지기에 떠나기에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위해서라도 부산에서 다시 출발해보고 싶습니다. 답답할 때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외로울 땐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고,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 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고 싶네요. 결정적으로는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여자친구와 부산에서 터를 잡고 살고 싶습니다. 나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더 이상의 외로움은 싫습니다! 앞으로의 행복할 그날들을 위해 열심히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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