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 #2

취미 부자

by 어려운 평범함

오늘은 3시쯤 눈이 떠졌다. 잠을 푹 잔 것 같으면서도 꼭 일찍 잠자리에 들면 한 시간에 한 번씩 깨버려서 개운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근데 이러한 기분은 평소에도 줄곧 느끼는 편이라 익숙해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알람은 분명 4시와 4시 30분 두 개를 맞춰 놓았는데 눈은 아주 정직하게 3시에 떠져서 내 미라클 모닝은 4시 30분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에 그냥 일을.. 해버렸다. 어두운 하늘 아래 노란 조명과 함께 일하는 걸 즐기는 나로서 늦은 밤을 반납한 대신 꽤나 이른 하루의 시작을 맞아버렸지만 여하튼 지금은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


오늘은 특별히 기타 선율을 들으면서 글을 쓰는 중이다. 한창 기타를 잡았던 순간이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는 아니었고 베이스 기타였다. 고등학생 때 음악을 전공하면서 배웠던 악기인데 그때 손에 아릿하게 잡혀있던 물집과 그 아래 생겨난 굳은살들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고통을 동반한 성장은 늘 틀리지 않았다는 걸 그렇게 배워온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많아야 하는 걸까. 나의 손을 내어주고 배웠던 그 악기가 지금의 나와는 멀어진 상황이지만 늘 마음속으로 ‘언젠가 한 번은 다시 잡아야지’라고 다짐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어쿠스틱 기타도 연주할 줄 알지만 딱 좋아하고 아는 곡 정도만 연주할 수 있다. 한창 유행했던 Falling Slowly 정도랄까. 음.. I’m Yours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삶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시기 중 하나인데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때만큼 열정적인 내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미라클 모닝을 할 때면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이상하게도 일을 하지 않는 이상 피곤함이 몰려와 앉아있는 것보단 누워서 시간을 보내느라 이 시간에 눈을 뜨고 있어도 생산적인 일은 잘 안 했던 것 같은데 어제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이렇게 일주일이라도 이어 나가주면 참 고마울 것 같다. 일이 늘 1순위인 내가 잠깐 내려두고 여유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지루함과 피곤함이 동반된 것이 아니라 즐거움과 설렘뿐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틀 차 미라클 모닝의 포만감이 느껴진다.


1. ‘아, 일을 하지 않아도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유익한 시간으로 채워 나갈 수 있었구나’

2. ‘전처럼 올라오지 못하는 체력에 매번 눕게 되는 일상이 아니라 버틸 수 있구나’

어제의 미라클 모닝은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운동을 하려 했으나 하나씩 천천히 하고자 하는 마음에 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한 번 뛰어 보려고 한다. 아니지 걸어보려고 한다. 원래도 운동을 무리해서 하는 편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체력 유지를 위해 해왔는데 여러 가지의 핑계로 인해 잠깐 미루어 두었던 루틴이다. 공복 유산소라는 것이 마음에 좀 걸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체력이 닿는 데 까지는 하는 편이 좋으니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주변을 잠깐 걷고 들어와도 좋을 것 같다. 아침을 먹으면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밥 먹을 때는 밥만 먹는 게 좋다. 이상하게 다른 결론이 도출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차라리 밥을 먹고 소화시킬 때 아티클을 보거나 시리즈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편이 오히려 더 생산적으로 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무서운 건 가끔 불현듯이 찾아오는 식곤증이기 때문에 이 친구를 밀어낼 방법으로도 좋을 것 같다.


난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칠 예정이고, 더 없는 포만감으로 시작해 배부른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어쩌면 이미 충분히 찼을 수도 있지만 급하지 않게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남아 있는 루틴도 만족스럽게 보내야겠다. 큰 걸 바라지 않기에 자그마한 변화점 조차도 하루하루가 반가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엉망이 되어버린 것 같은 일상에, 두려움이 서리고 있던 마음에 미라클 모닝이라는 또 하나의 취미가 적절하게 맞춰서 생각나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


당신의 오늘에도 꽤나 만족스러운 마침표가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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