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CITY_1_02

낯선이

by Jb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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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7'은 힘찬 엔진소리와 함께 그녀를 목적지까지 안내했다. 한적한 거리는 달리는 데 있어서 그녀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다. 다만 들판을 지나 어느덧 테베레 강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주변풍경에 스스로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 강가의 평화로운 풍경은 언제봐도 질리지가 않는 풍경이었고 그녀는 도심속보단 야생을 좀더 흥미로워 했다.

'언젠간 사냥같은것도 한번 연습해 봐야겠어.'

그녀는 여유로운 마음에 잠시 흥미로운 생각을 하고는 재빨리 창문을 열어 시원한 강바람을 맞이했다. 강바람을 맞이하고 있자니 벌써부터 학업은 제처 두고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스믈스믈 솓아오르는게 오늘은 학업에 집중하기에는 글른것 같았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듯 얼마 지나지 않아 풍경은 점점 힘을 잃어가더니 결국엔 그자리를 회색빛 건물들에게 내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색건물들을 지나처 저멀리 자신의 학교의 지붕이 어느덧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늘 지정된 자신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는 학교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안쪽에는 한 조촐한 카페가 입구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가격은 저렴했지만 커피맛이 괜찮은 편이어서 그녀는 그곳을 자주 애용했다. 적당히 자리를 잡은 그녀는 늘 그렇듯 에스프레소를 한잔 주문했다. 에스프레소는 그녀가 와인 다음으로 마시는 일종의 각성제로써 그녀는 일반적인 술도 담배도 멀리하긴 했지만 에스프레소의 카페인만은 해롭긴 해도 그녀가 허락한 유일한 즐거움중 하나라 볼 수 있었다. 물론 늘 고급스런 와인이 그녀의 주 일상이긴 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대학교에 대중적인 낭만도 즐기는데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늘 고립되어서 혼자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결국 그러한 생활이 길어지다보면 외로움이란게 생길 수 있었고 그것은 어떻게보면 불행한 일일 수 있으므로 그녀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 것 역시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녀는 불행이란 단어가 싫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이러한 일상적인 순간이 잠시나마 일반인이 된듯한 사치나 마찬가지였으니깐.

그렇게 그녀가 일반적인 낭만에 잠시 취해있을때 벌써부터 다른 테이블에 앉은 까마귀 같은 남자들은 감히 넘볼수도 없는 그녀에게 자신의 위치도 모르고선 힐끗힐끗 무언의 추파를 던지고만 앉아있었다.

'남자들이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거에는 이미 신물이 날정도로 익숙해져 있었기에 일말의 눈길조차 주지 않고 커피를 한모금마시더니 다른것이 생각난 듯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아드리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에 귀를 대고 약간의 뜸을 들이고 나자 곧이어 그녀에게 익숙한 친구만의 독특한 전화벨 소리가 안쪽에서 부터 서서히 그녀에게 들려왔다.

'언제들어봐도 독특한 벨소리야.'

그녀는 그렇게 전화벨 소리를 감상하며 문득 그녀의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조금더 기다려봤지만 결국 벨 소리가 거의 끝나갈때쯤까지도 그녀의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끝내 부재중이라는 안내말과 함께 연결이 종료되 버렸다.

'바쁜가...'

전화를 끊은 뒤에도 여전히 의미 없는 남성들은 그녀쪽을 바라보며 뭐라 쓸데없는 눈길을 던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관심한 그녀는 핸드폰에 명시된 시계에 집중했다. 시간은 이제 막 9시 15분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 곧 강의시간이다.'

강의 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은근 아드리아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그냥 재미로 강의를 듣는 거에 불과했지만 아드리아나는 언제나 진지한 수강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언제나 진지했으며 그러기에 그녀는 강의가 시작하기 적어도 30분 전에는 나타나는게 일반적이었다. 그녀는 루실라와는 다르게 어려서부터 건축과 조각에도 남다른 흥미가 있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역시 건축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으며 또한 이유야 어쨌든 자신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기에 결과적으로 그녀보다는 더욱 학업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친구였다. 그런 그녀가 강의에 늦을 이유는 없었지만, 오늘은 무슨 영문인지 강의에 늦는 것 같았다.

'무언가 사정이 있겠지.'

루실라는 남은 커피를 훌쩍마셔버리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의실까지는 그리 멀진 않았지만 적어도 지금 출발해야 그곳까지 제시간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값을 계산하고 그녀는 카페를 나와 강의실로 향하였다. 강의실은 중앙에 나있는 길을 지나 길게 나열된 건물 중 2층에 위치해 있었으며 그곳에는 다른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의례적으로 독특한 동상들이 예술이란답시고 자리를 지키고선 놓여져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방패와 창을 든 형상이었는데 그녀가 보기에는 그 동작이 마치 벌을 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세가 영 힘겨워 보였다.

촘촘한 걸음으로 그렇게 동상들을 지나쳐 2층에 다다르자 여기저기 서성이는 학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헐레벌떡 뛰어오는 학생부터 미리 도착한 학생들까지 서서히 자신과 같은 강의를 듣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지만, 여전히 아드리아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보기로 결심했다.

'...'

여전히 벨 소리만이 그녀를 반길 뿐 아드리아나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얘가 늦네...전화도 안받고.'

루실라는 가끔 이러한 자신의 모습이 의외라고 생각됐다. 그녀는 딱히 다른이들을 신경쓰는 타입도 아니었고 그러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아드리아나만은 어딘지 모르게 루실라를 애타가 하는 면이 있었다. 정확한 이유는 루실라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아마도 다른의도를 품고 접근하는 일반적인 타인과는 다르게 그저 순수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그러한 아드리아나의 모습에 그녀 자신이 흔들렸을 지도 모른다. 아드리아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녀의 재산에 크게 질투를 하거나 넘보려 하지도 않았으며 아드리아나 그 자신은 크게 부자도 아니었지만, 딱히 그녀를 시기하지도 않았다. 아드리아나의 관심은 언제나 건축과 조각이었으며 그저 그녀를 같은 전공을 가진 친한 친구정도로만 생각해 주었다. 그런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아드리아나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재 연락이 닿지않고 있는 것이었다.

루실라는 다시 핸드폰을 빼들었다.

"정말이지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녀는 혹시나 해서 문자를 아드리아나에게 전송한 뒤 이번엔 전화기를 돌려 아드리아니의 집을 향해 걸었다. 전화벨이 울리고나자 곧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누구신지...?"

아드리아나의 어머니는 루실라의 목소리를 잘 기억 못했는지 되물었다. 루실라는 조금은 섭섭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어머니 저 루실라에요. 기억않나시나요? 저번에 아드리아나의 초대로 집에 인사드리러 한번 갔었는데. 그때 주신 아란치니, 해물이었나? 맛있게 잘먹었어요."

"아 그래. 이제 기억나는구나. 예쁜학생이었지? 그런데 아드리아나에게 휴대전화가 있었을텐데 이곳엔 무슨일이니?"

"그게...실은 아드리아나 전화를 받지 않아서요. 혹시 다른일이 있나 해서요. 오늘 수업에도 나오지 않았거든요."

그녀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래. 이상하네. 오늘 아침에 수업이 있다면서 학교에 갔었는데..."

그 말을 듣자 루실라는 않좋은 느낌이 들것 같아서 고개를 한번 내둘렀다.

"그래요? 그렇군요...아무튼! 어머니, 걱정 마세요. 제가 한번 찾아볼게요. 학교 어딘가에서 수다 떨고 있겠죠. 만나면 좀 혼내줘야겠어요."

"그래. 고맙구나. 딱히 별일이야 있겠니?"

"당연히 별일 없을 거예요. 그럼 다음에 봬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루실라는 전화를 끊고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물론 별거 아닌 것처럼 전화를 끊긴했지만, 자꾸만 떨쳐내려는 불길함이 엄습하는 것이 그녀를 불쾌하게 하였다.

루실라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아침의 화창했던 하늘에 어느새 조금씩 먹구름이 끼어가고 있었다.

'이거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해.'

참다못한 그녀는 아드리아나가 가볼 만한 곳을 한번 찾아보기로 하였다. 딱히 심하게 걱정될 정도는 아니었으나 가만히 있기에도 뭐해서 그녀는 먼저 가장 가까우면서도 아드리아나가 자주 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보기로 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아드리아나가 좋아하는 여러 지식들이 많았다. 특히 그녀는 보르게세미술관에 비해 한적한 이 미술관을 무슨 카페마냥 자주 들려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얼마 후 미술관앞에 도착한 그녀가 서둘러 아드리아나의 흔적을 찾으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미술관에는 많은 작품들이 있었으나 루실라는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아드리아나가 언급해왔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녀의 흔적을 찾았다. 한참을 돌아다닌 그녀는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보이질 않자 계획 변경하기로 마음먹고 안내데스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관리인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곤 CCTV 를 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건 곤란합니다. 아가씨. 대신 오늘 미술관에 온 명단 중 찾으시는 그분의 성함이 있나 확인해 보겠습니다."

관리인은 그렇게 말하고선 안쪽으로 들어가 방문객의 명단들과 방명록 등을 일일이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지나자 그는 그녀를 돌아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명단에는 없습니다. 그분이 이곳에 온 게 맞나요? 혹시 여기가 아니면 더 안쪽에 있는 보르게세미술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 그곳으로 가보시죠."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런다고 이런 식으로 모든 박물관이나 성당을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안내방송을 부탁했다. 관리인은 몰래 한숨을 쉬더니 체념하듯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아드리아나를 찾는 안내방송이었다.

그렇게 방송이 나간 지 15분이 넘었지만 관리소의 문은 아무일도 없다는듯 고요히 그저 침묵을 지켰다. 관리인은 루실라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 보르게세까지만 둘러보자.'

루실라는 결국 관리인이 말한 대로 보르게세미술관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차를 몰고 갈까 생각했지만, 왠지 가는 길에 아드리아나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더는 차는 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빠르게 지나치다간 그녀를 놓칠 수도 있고 어차피 걷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장소니깐. 물론 시간이 촉박하고 마음도 급했지만 웬지 지금같은 마음으로 차를 몰다간 지나가던 개라도 칠거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으로 차가 제대로 주차되있는것을 한번 확인하고는 보르게세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도 한적했다. 물론 길이 이렇게 한적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다름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르게세 미술관 보단 현대미술관을 보러 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보르게세미술관까지 보러오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차를 타고 지나치기 일쑤인 데다가 지금은 오후 5시가 넘어간 시간이라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처럼 애써 현실적인 이유를 대가며 불안감을 해소해갔다. 그렇게 약 10분 정도 걸어가자 저앞에 예상했던 대로 생태동물원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휘익- 휘이휙- 두두두두두- 휙-"

그때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독특한 울음소리가 그녀에게 들려왔다. 그 소리는 몇 초간 울리다가 멈췄는데 분명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니었다. 비슷하다면 새의 울음소리와 비슷했다.

'새인가? 특이하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새의 울음소리도 아니었는데 루실라는 그 소리가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소리는 철담을 넘어 루실라에게 희미하게 전달됐다. 지금처럼 바쁜 상황에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선천적인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 빠르게 확인만하고 오자.'

거부할수 없는 그 소리에 그녀는 결국 그 끌림에 이끌려 철담을 넘어 철조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그곳에서 한동한 멍하니 보이지 않는 소리의 출처를 찾으려 이리저리 눈을 굴려댔다. 그리고 몇분이 흘러갔다.

'괜한 짓을 한 거 같아.'

시간이 지나도 무엇하나 찾아낼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그녀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그 자리를 떠나려고 돌아섰다.

"휘- 휘이휙- 휘-"

그러던 그때 마치 그녀를 조롱이라도 하듯 때마침 그 소리는 다시 들려왔다. 귀를 기울이니 철조망 안쪽이었다. 호기심이 커져버린 루실라는 철조망을 올려다보았다. 철조망 끝에 어떤 특별한 위험함은 없었다. 보통 철조망 끝에 가시철을 해놓거나 그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넘어갈 수 없게 방지하는 다른 철조망에 비해 이 철조망은 그 높이가 낮은 데다가 별다른 위험요소도 보이지가 않았다. 철조망을 기어 올라가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는 순간에도 소리가 계속 그녀에게 들려오자 루실라는 잠시 고민하다 이내 마음을 굳힌 듯 철조망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곳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단 힘이든 여정이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끝을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이내 반대편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와서 들어보니 소리는 조금 더 뚜렷하고 선명해져가고만 있었다. 소리의 출처가 점점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눈을감고 귀를 기울려 소리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 다시한번 애를 썼다. 소리는 분명 건물안쪽에서 들려오는것 같았다.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는 칙칙한 건물은 무언가 불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지만 그녀는 용기를 내어 희미하게 그 모습이 감추어진 안쪽 깊은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소리는 더욱더 커져갔고 소리에 거의 가까이 접근했다 생각했을때 그것은 갑자기 지직거리다가 끊기더니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갑작스런 적막에 루실라는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 봤지만 어두워서 무엇하나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에 장착된 전등을 켜고선 가까워 보이는 다른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었다. 어둠속으로 걸으면 걸어들어갈수록 쥐라도 밟을것같다는 생각에 루실라는 자신도 모르게 종아리쪽에 힘을 가득줬다.

"투둑!"

루실라는 갑자스런 발밑의 감촉에 몸을 움츠렸다. 쥐는 아니었지만 그보다 묵직한게 그보다 큰 무언가가 분명했다. 용기를 내 핸드폰의 전등을 조심스레 그곳을 향해 비추자 몇초도 되지않아 루실라는 그 검은 물체의 정체를 확신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또한 그녀에게 역시 익숙한 인간의 실루엣이었다. 덩치가 큰것으로 보아 남성임이 분명했다. 다만 하나가 아니었다. 주변을 좀더 비춰보니 여러 실루엣이 그곳에 널부러져 있었다. 겉보기에는 그 실루엣들은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으나 약간의 숨소리가 들려오는것이 아직은 살아있는것 같았다.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저마다 귀에다가 무언가를 꽂고 있었는데 영화에서 본 장면들을 추측해보면 그것은 무슨 경비 또는 감시관들이 쓰는 물건과 비슷했다. 어쩌면 여기 관리인들일지도 몰랐다.

그녀는 재빨리 그들에게 달려가서 먼저 의식이 있는지 코 주변에 손을 대고 숨결을 확인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루실라는 본능적으로 그의 뺨을 때리며 말을 걸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

몇번을 때려가며 말을 붙여도 중언부언하던 그 실루엣는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다행히 기침을 토해내며 살며시 눈을 떳다.

루실라는 작게 환호하며 그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자초지정을 물었다. 그는 잠시 초점 없는 눈으로 천장을 한번 처다보더니 이내 곧 루실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루실라를 바라보던 동공이 놀라움으로 점점 커져가더니 힘겹게 입술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

"뭐라고요? 좀 더 크게 말해봐요."

루실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그의 중얼거림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그가 하는말에 집중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녀의 노력에 작게나마 보답이라도 받듯 간신히 어떠한 한마디를 들을 수가 있었다.

"루실라 아가씨...피하십시오."

그녀는 갑작스런 그의 말이 무슨뜻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혼란스럽던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되물었다.

"네? 그게 무슨말이죠? 절 아시나요?"

그 순간이었다. 물음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자신의 눈앞이 번쩍이며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그녀역시 그곳에 조용히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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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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