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CITY_1_07

낯선이

by JbYun

7


바티칸. 이곳은 어디에도 없는 귀중한 예술품으로 가득한 곳이다. 작지만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곳의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교황은 바티칸 시국의 국가원수인 동시에 정부 수뇌자로써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초대 교회부터 이어져 오던 이러한 전통은 성좌라는 이름으로 영적 통치권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 로마 교황청이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대 교황의 수집품을 소장한 이곳. 총 24개의 미술관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만큼의 방대한 양의 미술품 속에 유독 어울리지 않는 한 낯선남자가 서 있었다. 이 남자는 좀처럼 어느 인종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늘 피곤해 보이는 눈빛에 구릿빛이지만 약간 검붉은 피부, 그리고 동양의 느낌이 들었지만, 이목구비는 뚜렷했다. 머리는 모두 뒤로 넘기고 일부만 말촉처럼 묶었으며 옷은 어두운 빛깔을 지니고 있었고 그에 반해 귀걸이는 하얀 바탕에 붉은 물감이 붓끝에 스치듯 꼬리만 물든 깃털 모양의 밝은색이었다. 이마 오른쪽에도 어떠한 무늬가 있었는데 이는 마치 무슨 흉터를 가리는 것처럼 오른쪽 눈썹으로부터 이마 위까지 붉은 선에 그 중심으로부터 꺾인 가로 선이 두 개로 이 역시 깃털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그림을 보는건지 마는건지 알수없는 발걸음으로 복도를 거닐고 다니더니 어느 한 특정 그림 앞에 멈춰서고는 한참 동안 그곳을 바라보았다.

"아이가 저처럼 간절한데 신은 그냥 하늘로 가버리는군."

그림에는 그의 조상들이 알고있던 신들과는 다른 그에겐 낯설기만한 다른종류의 신,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는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듯 빛속으로 승천하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일명 귀신들린 아이가 간절하게 그리스도를 외치고 있었다. 그가 보고 있는 그림은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인 '그리스도의 변용'으로 열병으로 세상을 떠난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라파엘로가 그린 밑그림을 바탕으로 후에 제자 줄리오 로마노가 하단 부분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17장의 두 장면을 그린 작품으로 그 내용은 그리스도가 귀신들린 아이에게서 그 악귀를 떨쳐내는 장면이었지만 그는 딱히 그러한 숨겨진 의미 따위는 알고 싶지가 않았다. 단순히 느껴지는 데로 느끼는 것일 뿐. 그에게 이 그림은 과거 그러했듯이 자신들을 버린 신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었다. 라파엘로도 그들처럼 그저 신에게 버려졌을 뿐이었다.

한동안 그렇게 단순하게 나마 그림을 감상하던 그는 이내 따분함을 느꼈는지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밖은 내부와는 다르게 공기가 선선했다. 내부는 많은 인파와 약간의 난방으로 인해 공기가 후덥지근했고 사람들간의 호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때문인지 숨쉬기가 불쾌했다. 더욱이 그는 어린 시절을 어느 지역보다도 탁 트인 드넓은 지역에서 생활했기에 이러한 곳에 오래 있을 때면 으레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곤 하였다.

그는 저멀리 분수대를 바라보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 분수대를 향해 걸어갔다.

3월의 눈부신 햇살은 무엇보다 뚜렷했고 맑았다. 하늘은 푸른색이지만 군데군데 하얗게 그을린듯한 구름이 흐르고만 있었고 이런 평화로움에 그는 잠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솔방울 분수'에 도달해서야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을 떠올렸다. 다만 이곳이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하기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고선 그는 정원의 한쪽 구석으로 몸을 옮겼다. 그러고선 그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준비해둔 먹돌 하나로 그것을 으깨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잘게 부스러진 가루를 비교적 긴, 하지만 주머니에 넣기엔 적당한 파이프 담뱃대를 하나 꺼내더니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 선선해서인지 기름이 모자라서인지 그는 몇 번의 헛손질을 시도한 끝에 지포 라이터에 불을 붙이곤 그는 입술을 담뱃대 끝에 대는가 싶더니 이내 뻐끔뻐끔 피어댔다. 분명 다른 사람이 봤다면 무언가 해로운 약을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하는 행동에는 그와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의 행동은 어떠한 의식과 같았고 자연이 주는 특별한 주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주술...마법이라기보단 주술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그의 행동은 그의 비밀스러운 조상이 해왔던 그대로의 전통을 그만의 방식으로 뒤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적으로 조금 둔갑하기는 했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의 체계를 가지고 그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면 꼭 이어가야만 될 다른 목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뚜렷했던 연기는 이내 하늘로 조금씩 퍼져 올라가는 듯 하더니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흐릿해졌다. 물론 사람들의 눈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겠지만 실은 그것은 사라지지 않고 작은 알갱이로써 바람에 실려 뿔뿔이 흩어졌을 뿐 그 존재는 분명 대기 중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그 알갱이들은 사라지지않고 자신의 목적지까지 날아가다가 결국 저 높은 곳에 다가갔을때 또 다른 낯선 검은 물체는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티칸 사도 문서고 지붕이었는데 그곳에는 사람의 발길이 닫을 수가 없었기에 낯선이의 또다른 낯선 조력자는 이곳을 택한 것 같았다. 낯선 이가 있는 곳과는 조금은 떨어진 곳이었지만 그의 후각은 거의 무한에 가까웠고 그에게 그것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조력자는 그가 보낸 연기의 향에 서려진 어떤 의미를 감지하더니 더 높은 곳으로 사람의 눈을 피해 날아갔다.

'지금쯤 도착했겠지?'

낯선 이는 이렇게 생각하고는 다시 한 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기차역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기차는 평화로운 오후의 따분한 일과처럼 낯선이를 태우고 그저 제갈길을 묵묵히 지나 달리고 있었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낯선이에게 어떠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물론 자신이 살던 곳과는 많은 지형적 차이가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다르게 보여도 자연은 하나로 연결되 있었고 결국은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솔직하며 배신하지 않았고 언제나 배풀었다. 다만 이제 그 모든것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고 점점 끝이나는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었다.

'시간이 다됐군.'

기차역에 도착해서야 그는 생각을 내려놓았다.

이곳은 매우 작은 역으로써 기껏해야 매표소와 화장실 정도만 찾아볼 수 있는 외진 역이었다. 다행이인 점은 역 좌우에 있는 역내 카페에서 버스 승차권을 살 수도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는 카페를 바라보지도 않고 그저 그냥 걸어갔다.

한적하고 기분좋은 길이었다. 물론 여러가지 종교적인 의미, 또는 관광차원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날도 딱히 다를바는 없어보였다.

그렇게 길을 따라 20분 정도 지나자 그는 아시시가든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저 멀리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다 생각하자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 피에트로 교회를 지나자 어느 한 낡은 건물이 그의 눈앞에 들어왔다. 그는 손에들린 종이에 적힌 주소와 잘 그리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는 건물의 그림을 바라보며 이곳이 자기가 와야 할 곳임을 알아챘다. 그는 손잡이를 잡고 그 문을 두드렸다.

어느 한 노파가 나와 그를 맞이했는데 얼핏 보면 힘없서 보이는 그녀는 이곳에서 거의 모든여생을 전부 보내며 이곳의 역사와 문화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말하자면 지역에서 꾀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으로써 그가 이번 일을 해결할 동안 임시 거처를 마련해줄 사람이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할 정도의 재력이 있었고 그를 도와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노파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방에 들어선 순간 그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현대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방안을 보고는 살짝 실망스러웠다. 구조는 단순하고 인테리어는 깔끔했지만 그는 그렇게 깔끔하고 현대적인게 싫었다. 가운데에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탁자가 놓여져 있었고 한쪽에는 그가 누울만한 소파가 마련돼 있었는데 벽에는 알 수 없는 작가의 그림이 두 점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조명도 하나 놓여있었는데 붉은색의 한지로 덮어진 조명에서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며 하얀 방안을 붉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는 탁자를 보았다. 그는 탁자를 딱히 음식 먹는 곳으로 쓸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탁자위에 몇가지 도구를 올려놓은 그는 이리저리 방향을 맞춰가며 그것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도구라고 해봤자 알 수 없는 병들과 현미경 하나뿐이었지만 그는 그거면 충분했다.

그는 그 작업이 마치자 몇 가지 도구를 챙기더니 이내 밖으로 나섰다. 아직 피곤한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솔직히 여유는 이제 그만 부려야 할것만 같았다. 그는 일종의 시간 싸움을 하고 있었으며 사소함을 넘어 자칫 누군가가 위태로워 질 수도 있는 무거운 일이었기에 그는 곧바로 일을 진행해야만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는 이곳 아시시로 거점을 차린 것이었다.

사건은 이 지역에서 부터 시작됐으며 이 일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또 다른 조력자가 일러준 장소또한 이곳에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그곳은 여기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대략 10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호텔과 성당 사이에 위치한 2층 높이의 건물은 문은 갈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문 위에는 동그란 창문에 십자 모양으로 창틀이 박혀있었고 벽은 하얀 벽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노크를 세 번 하였다.

"똑. 똑. 똑."

한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문이 살며시 열렸다. 안에는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오늘 처음 보았지만 그녀는 그를 보자마자 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금새 알아채고는 그를 안쪽으로 맞이했다.

남성은 그녀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방안을 둘러보았다. 간소하게 차려진 가구들에 비해 여기저기에 기념품 비슷한 것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누군가 만들다 만듯한 조각상들과 더러는 완성된 작품들이 여기저기 누여져 있었다. 벽에는 어떠한 목걸이들이 걸려있었는데 그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성은 주방에서 나오며 그에게 말하였다.

"인상을 보고 단숨에 알았어요. 레드씨 같은 인상은 흔하지 않거든요. 그 귀에 귀걸이도 그렇고."

그는 살짝 웃어 보였다.

"제 이름은 단순한 레드가 아닙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의 명함을 보여주었다.

'레드 우드 리버스(빨간 나무 환생)'.

특이한 이름이었다. 이러한 이름은 잘 들어본 적도 없고 일반사람들은 어떠한 원리로 만들어지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지금 그녀에게는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으며 그저 사라진 자신의 딸을 찾는 게 그녀에게 주워진 최우선적인 문제였다.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그녀가 말했다.

"방금처럼 그냥 레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도 그게 편하고요."

레드가 차를 한잔 마시고 나서 대답했다. 동시에 그는 잠시 자신의 이름을 지어준 그의 부족장을 떠올렸다. 언제나 온화해 보였지만 강인함을 잃지 않던 부족장은 어느순간 미래를 예감한듯 그 강인함을 잃어가더니 결국 뜻밖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아무튼간에 부족장을 비롯한 그들의 이름짓는 방식은 조상들이 늘 그래왔던것처럼 언제나 동일했다.

'레드 클라우드', '할로우 혼 베어', '호스 블랙' 그들은 그들이 어느 해에 언제 태어났는지에 따라 이름이 정해졌다. '레드 우드 리버스' 라는 이름 역시 같은 원리로 지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레드는 자신의 이름이 그다지 싫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아이는 이번에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무척 들떠있었죠. 물론 가끔 무엇때문인지 조금 우울해 보이긴 했지만 별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에 다니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자취를 감춰버릴만한 아이는 아니에요."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전 그 애를 찾아야만 해요. 지금 제 곁엔 그 애밖에 없어요."

레드는 그녀의 떨리는 손을 뒤로하고선 그녀에게 이어 말하였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래도 혹시 부인이 모르고 있던 다른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레드가 말을 끝내자 그녀는 약간은 불쾌하듯 레드를 바라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요. 전 그 애한테 최선을 다했고 그 애도 제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어요. 그런아이가 제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그렇다면 아이의 가족은 어떻게 됩니까? 실례지만 아이의 아버님은 어디 계시나요?"

"그는...도주 중이에요. 사업을 하다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해외로 도피 중으로 알고 있어요."

"경찰로부터 도피 중이란 말이군요. 그 아이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물론이죠. 하지만...그이 때문에 그 애가 힘들어하진 않았어요.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을 거라며 콧웃음을 치곤 했거든요. 그리고 그이가 도주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에요. 이제 와서 갑자기 동요되는 것도 이상하고요."

레드는 고개를 끄떡이고는 물었다.

"제가 잠시 그 아이의 방을 좀 둘러봐도 될까요?"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이자 레드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는 방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문을 열자 벌써부터 주인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듯 약간의 흙먼지향이 방안을 돌아다니며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녀가 모아둔 기념품과 액세서리들 역시 약간의 먼지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먼저 의례 하듯이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는 물건들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얼핏 봐서는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골동품 정도로만 보였다.

"그 애는 기념품 사는 걸 좋아했어요. 어디를 가든지 기념품들을 항상 하나라도 사가지고 왔죠."

불쑥 그녀가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딸아이가 모아둔 기념품들을 레드에게 건냈다.

레드는 기념품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하나씩 코에 가져다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얼핏 이상해보일수도 있는 그의 행동이었지만 그는 지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중이었다. 살펴보자면 그는 어떠한 물체를 기억할 때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인디언 시절부터 쌓아왔던 어떠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자 습관이었고 실제로도 효과가 좋았었다. 또한 그는 보통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 냄새까지도 찾아내곤 했었는데 그건 그의 타고난 혈통 또는 훈련따위와 관계가 있었고 이러한 사실은 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특성을 수사에 적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수사방식을 그는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이를 알일 없는 그녀는 한참동안 킁킁대는 그를 보며 그가 그져 이상한 성적 취향을 가진 괴짜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아이가 쓰던 향수가 있나요?"

그때였다. 갑자기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잠시 딴생각을 하다 걸린듯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하고선 방 한쪽으로 들어가 아이가 쓰던 향수병을 찾아냈다. 정사각형의 뚜껑에 8각 모양의 향수병이었는데 그는 향수병에 남겨진 향또한 마찬가지로 한참을 킁킁대더니 그것을 주머니속에 찔러넣었다. 그러고는 방안의 구석진곳들을 다시금 살피기 시작했다.

'여자아이의 방안이라면 머리카락 하나쯤은...'

생각하고 몇 발자국 옮길 때 그는 몇 가닥 뭉쳐있는 머리카락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것 역시 냄새를 확인하더니 작은 비닐에 담아 주머니에 넣었다.

그가 벽에걸린 목걸이를 가르켰다.

"저기 저 목걸이들은 뭐죠?"

"아이가 직접 만든 목걸이에요."

그는 그 목걸이에 가까이 가더니 몇 개를 살펴보고는 그녀의 허락하에 그것들을 챙겼다. 더이상 특별한 향도 단서도 남아있지 않자 그는 그녀에게 곧이어 작별인사를 건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가능하다면..."

그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어느샌가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혀있었다. 그는 차마 그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아갔다.

레드가 말했듯이 사라진 소녀의 이름은 아드리아나로. 전체이름은 '아드리아나 카타네오'였다. 이름과 생김새는 그의 친구이자 두 번째 조력자인 '아델 베네벤티'가 미리 알려준 상태였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그가 그녀의 집을 방문한 이유는 오로지 향을 인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 단서를 자신만 가지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바로 그의 날개 달린 첫 번째 조력자와 공유해야만 하였다. 그의 첫 번째 조력자는 언제나 숨어있기를 좋아하고 인간도 아니었기에 그를 찾으려면 먼저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그는 서둘러서 근처에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5분 만에 그곳에 도착한 그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발걸음을 돌려 보호구역 쪽으로 들어갔다.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간 그는 좀 더 깊숙이 발걸음을 옮겨 어느 한 죽은 나무 아래 멈춰섰다. 그러고는 손에서 그 이상한 담뱃대를 다시 꺼내더니 바티칸에서 했던 것처럼 이내 푹푹 피어대기 시작했다. 1분 정도 지났을까, 한순간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나무 위에 그의 첫 번째 조력자가 검은 자태를 뽐내며 레드를 맞이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하였다.

"반갑군요.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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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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