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CITY_1_06

낯선이

by JbYun

6


세상은 지독하게 어두웠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어둡진 않을 것이다. 그가 과거 해왔던 행동들이 비록 세상에 이로운 것들은 아니었으나 이토록 어둡기만 해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그는 암울한 자신의 상황이 억울했다. 그는 한번의 빛줄기를 원했지만 모든 상황들이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그래도 이번일 만큼은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번일도 다 망처버렸다. 다시한번 그는 어둠에 잠기게될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려 할때 어디선가 신의 장난질처럼 한 줄기 빛이 그에게로 내려왔다. 그것은 서서히 그의 몸을 감싸더니 이내 뜨겁게 달궈져서는 몸 이곳저곳으로 전달되었다. 그가 그 뜨거움에 서서히 눈을 떴을 때 정말로 빛 한줄기는 그의 양쪽눈 틈새를 비집고 강하게 그에 동공을 내리쬐고 있었다. 제대로 볼 순 없었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건 어떠한 물체가 무엇보다 밝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천사 비슷한건가? 흠...그럴리가 있나? 바보인가 나는?'

그가 그것이 그저 별볼일 없는 전등이란걸 깨달았을때 그는 힘을 내어 가만히 자신의 몸을 움직여 보았다. 비록 미세했지만 손가락같은 작은것들이 자신의 명령대로 움직이려고 애쓰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정말로 조금씩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다만 몸 구석구석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며 고통스러워 하는것이 문제였다. 한동안 심하게 긴장을 했더니 온몸의 근육이 굳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자신이 이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가. 하지만 확실한 건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어떻게 되버린건진 모르지만 살아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몸에 다시 힘을 줘보았다. 그래도 조금만 힘보텐다면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위가 눌린 듯 뻣뻣하긴 매한가지였지만 계속 이대로 누워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그가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웠을 때 그는 허벅지가 유독 진하게 찌릿해 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허벅지에 총을 맞았었지.'

그는 잠시 잊고 있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몸을 다 일으켜 세우자 비로소 그의 시야에 주변 풍경이 들어왔다. 침대가 피로 흥건했다.

'많이도 흘렸군.'

그는 반쯤 자포자기하며 그제야 자신의 허벅지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새파랗게 곪아 터져있어야 할 자신의 다리였지만 어찌된일인지 붕대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치료되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리고 그가 그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자신의 손에 익숙한 무언가가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건 내 칼이잖아?'

이상했다. 자신은 언더보스에게 칼을 쓴 적이 없다. 하지만 오른쪽 손에 버젓이 자신의 잭나이프가 가만히 움켜줘 있었다. 그리고 더욱 이상한 건 그 나이프에 피로 보이는 붉은 무언가가 눌어붙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뭔가가...?'

벤자민은 어딘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특별할것 없는 평범한 공간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다만 구석에 가리워진 커튼이 이상하게도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는데 불길한 느낌은 언제나 들어맞는 법이었기에 그는 그 커튼으로 다가가 서서히 그 불길한 기운을 젖혀보았다. 커튼이 조금씩 젖혀지면서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순간 벤자민은 자신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침대에는 두 명의 여인이 왠 붉은 액체를 뒤집어쓴채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벤자민은 한동안 눈앞에 상황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갑자기 그의 혈액이 거꾸로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벤자민은 필사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갔다. 하지만 무엇하나 이 두여인에 관한 기억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물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자신은 출혈로 인해 이미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였고 마지막 순간 배에서 나는 보트 소리 같은 것을 들었었으니까. 자신이 당황해서 적으로 착각해 죽인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아무것도 기억이 않날 수 있나? 상황으로 봐서 칼에 묻은 액체나 저 붉은 액체나 분명 피가 분명했다. 벤자민은 서둘러 시체에게로 달려가 그녀들의 주머니를 뒤졌다. 시체에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로 각각 그들의 지갑이 제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지갑을 꺼내서 그 안의 있는 그녀들을 증명할만한 종이 따위를 찾았다. 그렇게 각각의 시체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는 그녀들 중 한명의 이름을 보자마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한 명의 시체에서는 '아드리아나 카타네오'라는 이름이 학생증에서 나왔고 다른 한 명에서는 '루실라 마르케시'라는 이름이 운전면허증에서 발견된것이었다.

'루실라...마르케시.'

그는 그녀의 이름을 들어본적이 있다. 그리고 그게 보스의 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옆에 있는 아드리아나는 모르는 소녀였는데 나잇대로 보아 루실라의 친구쯤 되 보였다.

벤자민은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보스의 딸을 죽인건가?'

물론 아닐 수도 있었지만, 정황상 완벽하게 자신이 죽인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이 사실을 누군가가 알고있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다만 누군가가 안다면 말이다.

'그래...누군가 안다면.'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그의 머릿속에 한순간 불빛이 번득거림을 깨닭았다. 이것은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특별한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만약 자신이 보스의 딸을 찾은 것처럼만 꾸민다면 자신은 카포로의 승진은 물론이고 어느정도의 부도 축적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하는 순간 벤자민은 불행 중 다행인지 어떠한 환희 비슷한 것을 느꼈다. 비록 누군가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울것처럼 상황을 꾸며댄 것이다 하더라도 그녀석보다 먼저 탈출해서 상황을 바꿀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래 이것은 신이 주신 기회다! 아니, 기회가 아니더라도 내가 기회로 만들꺼야!'

벤자민은 황급히 자신의 계획에 도움을 줄만한 무언가를 찾기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회색빛에 지저분했지만 유독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는 단번에 그것이 욕조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피가 엉겨붙은 칼을 다시 붙들은 그는 지친 몸을 이끌고 서서히 욕조로 다가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증거로 치부될 수 있는 칼의 붉은 기운을 씻어내기위해 욕조의 물을 틀었다. 오래된 느낌과는 다르게 다행히 욕조에서는 콸콸 소리와 함께 힘차게 물줄기가 뻗어 나왔다. 벤자민은 칼의 눌어붙은 피를 손으로 문질러가며 씻어내기 시작했다.

바닦에는 옷가지들이 몇개 나뒹굴고 있었는데 그는 그중하나가 자신의 자켓이라는 것을 알아내고선 재빠르게 자켓을 챙겨 입었다. 딱히 재킷에선 피같은 수상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다른 곳에는 문으로 보이는, 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직사각형의 철제가 벽에 붙어 있었는데 그도 역시 그것이 문일것이라는 생각에 살펴보기로 마음먹고선 그것을 밀어보았다. 다행이 조금씩 밀리는게 문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 뻑뻑하긴 했지만 못 밀어낼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게 한동안 철제와 씨름하던 그는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가면서 예상과는 다른 어두운 반대편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왠지 좀더 걸어야 빛을 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문제가 되는건 주변이 어두워서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는데 그는 그 순간 자신의 방수팩에 넣어둔 핸드폰이 생각났다. 그는 자신의 자켓속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방수팩이 찢어지지 않아 넣어둔 핸드폰이 살아있었다. 그는 핸드폰의 전등불을 켜고 앞쪽을 비췄다. 앞쪽으로는 전구가 2m 간격으로 늘어져 있었는데 아직 그것들이 작동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늘어선 방향으로 보아 또다른 입구 쪽으로 연결되는 길목처럼 보였다. 그는 전구들을 따라 길목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벤자민은 비로소 바깥세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었다.

얼마 후 밖으로 나온 벤자민은 아직 이곳이 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늘에는 차가운 달빛이 그 푸르스름을 더하고 있었다. 물론 핸드폰에 시계가 제대로 작동은 하고 있었지만 그게 오전인지 오후인지 그놈의 두 시체에 대한 생각과 장소에서 탈출하는데만 혈안이 되다보니 그는 제대로 인지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달은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하게 구름속을 떠다니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그는 다시금 자신이 해야할 일을 떠올렸다. 이곳은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곳곳의 싸움의 흔적, 파괴된 차량, 멀리 쓰러져있는 기중기가 그것을 말해 주었다. 이곳은 자신이 전쟁을 치른 곳에서 불과 1km 채 안 되는 거리였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긴 어딘가. 벤자민이 생각하기에는 이곳이 누군가의 안전가옥쯤으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도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다. 가끔 자신과 같은 마피아들은 경찰들을 따돌리고자 땅에 굴을 파서는 그 안에 여러 비밀통로를 만들어 놓고 도주로로 쓰기도 하였다.

벤자민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찰들은 더는 보이지가 않았다. 이미 뒤처리를 어느 정도 한 후인가? 주변 역시 그때 상황에 비하면 많이 호전돼 있었고 거리가 텅 빈 게 이 구역을 통제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이 여기에 얼마나 있었는지를 가늠해 보았다. 잘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거로 봐서 2, 3일 정도는 된 것 같았다.

전체 상황을 대략 파악한 벤자민은 이어서 보스에게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하면 그럴싸하게 잘 둘러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제대로 설득돼야만이 그의 목숨이 보장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당장은 어떻게든 이 지역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기에 자세한건 그 뒤해 진행하기로 마음먹고선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범한 차 한대를 발견한 벤자민은 망설일것 없이 차로 다가가 옆유리를 팔꿈치로 부셔버리고선 나이프로 열쇠구멍를 딴뒤 드러난 전선을 익숙하게 이용해 시동을 걸었다. 몇 번 시도하자 어느 순간 차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시동이 걸렸음을 그에게 알려댔다. 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이 이어 반갑게 그를 맞이하였다.

"로마."

그는 차에 있는 내비게이션에 한마디 목적지를 툭 건내고선 곧이어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지체할것 없이 자신의 보스에게로 갈 생각인 것이었다. 벤자민은 자신의 앞날에 먹구름이 걷히길 간절히 바라며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씩 올렸다. 창밖의 풍경이 점점 빠르게 그의 창문을 지나갔다. 그에따라 그의 머릿속도 여러 생각으로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에겐 지금 양날의 검이 쥐어져 있다.'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는 보스에게 상을 받을 수도 있었고 죽음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연하게도 그에게 소중한 한가지 얼굴이 머릿속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벤자민은 보스에게 가기 전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아들을 먼저 만나러 가야겠다고 계획을 살짝 변경하였다. 정말로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깐.

'경찰들이 널려있겠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다고 포기할순 없었다. 벤자민의 눈빛은 의지로 불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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