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큐멘터리를 본 건가, 실사화 영화를 본 건가

영화 "라이온 킹"

by 조성빈

"라이온 킹"은 1994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실사화 영화이다. 워낙 원작이 '레전설'이기도 하고 OST도 유명하니 이번 실사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이게 뭔가. 내가 다큐멘터리를 본 건가 실사화 영화를 본 건가.


스토리는 원작과 똑같다. 정말로 똑같다. 원작의 각색보단 고증을 더 우선시한 것이 보인다. 촬영 구도부터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위치까지. 이렇게까지 원작을 따라 한 영화는 처음이다. 하지만 나는 이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했듯이 원작이 워낙 뛰어나니. OST도 괜찮다. 모든 노래들이 뭔가 현대화(?) 된 느낌이 나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CG는 최고 수준이다. 정말 현실적이고 실제 사자들을 데려다 찍었다고 말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CG 기술이 발달했다니 조금 놀랐다. 이건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단점이 되었다.


영화 오프닝 부분에 "Circle of Life"가 흘러나온다. 그 순간에 빨간 해가 떠오르고 동물들이 뛰어다닌다. 그 순간의 몰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아까 말한 극사실적인 CG가 그 몰입을 1분 만에 없애버렸다. 왜 현실적인 CG가 문제냐? 너무 사실적이다. 제작진들은 사자들의 감정이 표정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전혀 감정을 알 수가 없다. 캐릭터들이 어떤 기분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봐도 알 수 없다. 이것은 관객들과 캐릭터들의 몰입과 공감을 없애버린다. "라이온 킹"은 그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역할과 스토리가 주가 되는 영화인데 그 캐릭터들과 교감을 '무표정'으로 막아버린다면 그건 무슨 영화인가. 기술력이 떨어지나? 전혀 그렇지 않다. 존 파브로 감독의 전작인 "정글북"에서는 동물들이 정말 인간들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진행해주었다.


이 말들을 정리해보면 실사화 "라이온 킹"은 관객들과의 대화를 단절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CG와 너무나도 착실한 원작 고증은 뭐라 달리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나에겐 이 영화가 그저 사자 다큐멘터리라는 것밖에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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