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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빈 Aug 21. 2019

내가 다큐멘터리를 본 건가, 실사화 영화를 본 건가

영화 "라이온 킹"

"라이온 킹"은 1994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실사화 영화이다. 워낙 원작이 '레전설'이기도 하고 OST도 유명하니 이번 실사화는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하였다. 그런데 이게 뭔가. 내가 다큐멘터리를 본 건가 실사화 영화를 본 건가.


스토리는 원작과 똑같다. 정말로 똑같다. 원작의 각색보단 고증을 더 우선시한 것이 보인다. 촬영 구도부터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위치까지. 이렇게까지 원작을 따라 한 영화는 처음이다. 하지만 나는 이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했듯이 원작이 워낙 뛰어나니. OST도 괜찮다. 모든 노래들이 뭔가 현대화(?) 된 느낌이 나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CG는 최고 수준이다. 정말 현실적이고 실제 사자들을 데려다 찍었다고 말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CG 기술이 발달했다니 조금 놀랐다. 이건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단점이 되었다.


영화 오프닝 부분에 "Circle of Life"가 흘러나온다. 그 순간에 빨간 해가 떠오르고 동물들이 뛰어다닌다. 그 순간의 몰입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아까 말한 극사실적인 CG가 그 몰입을 1분 만에 없애버렸다. 왜 현실적인 CG가 문제냐? 너무 사실적이다. 제작진들은 사자들의 감정이 표정에 나오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안다. 전혀 감정을 알 수가 없다. 캐릭터들이 어떤 기분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봐도 알 수 없다. 이것은 관객들과 캐릭터들의 몰입과 공감을 없애버린다. "라이온 킹"은 그 무엇보다도 캐릭터들의 역할과 스토리가 주가 되는 영화인데 그 캐릭터들과 교감을 '무표정'으로 막아버린다면 그건 무슨 영화인가. 기술력이 떨어지나? 전혀 그렇지 않다. 존 파브로 감독의 전작인 "정글북"에서는 동물들이 정말 인간들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스토리를 진행해주었다.


이 말들을 정리해보면 실사화 "라이온 킹"은 관객들과의 대화를 단절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놀라운 CG와 너무나도 착실한 원작 고증은 뭐라 달리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나에겐 이 영화가 그저 사자 다큐멘터리라는 것밖에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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