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엽 Feb 08. 2018

나의 소확행 (小確幸)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안녕하세요? 브런치 가족 여러분.

벌써 2018년의 한 달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간 세우신 계획들은 잘 실천하고 계신지요?


저는 작년 말부터 출퇴근 시간에

<2018 트렌드 코리아>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실 지인께서 한번 읽어보라며

본인이 보시던 책을 저에게

툭- 하고 던져주셨는데요,

조금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솔솔 합니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2018년 10대 소비 트렌드 중의 하나를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단어로

설명을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낯선 단어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입니다.


이 책을 지은

서울대 김난도 교수께서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인용하였다고 밝힙니다.


하루키는

소설만큼이나 많은

에세이를 쓴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이라고 소개된

그의 수필집

제 3권의 부제가

<랑겔한스섬의 오후>입니다.


이 책 전반을 흐르고 있는 개념이

바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

즉,

‘소확행’입니다.

 

그의 책을 뒤져보니,

작가가 말하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바로 일상 안에 있었습니다.


그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절에

한 겨울에 땔감을 살 돈이 없어

대낮에도 이불을 덮고 있었는데,

그때 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들어온

고양이의 따스한 온기가

바로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또,

랑겔한스섬에서 머물며

책을 쓰고 있는데,

아침 운동을 마친 뒤,

새로 문을 연 빵집에서 갓 구운 빵을 부엌에 서서

칼로 자르면서,

부스러기를 뜯어먹는 느낌.


아직 아무도 수영하지 않은,

파문하나 없는 아침의 풀장에 들어가

고글을 쓰고,

발로 벽을 살짝 찰 때의 감촉.


가을의 오후의 태양빛이 하얀 장지에

나뭇잎사귀의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의 실내악을 듣는 것 또한,

그의

소확행이라고 합니다.


그럼, 저의 소확행은 무엇일까요?


특히,

이번 주처럼

회사에서 이해할 수 없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저에게도

이런 ‘소확행’이 과연 있는지

아는 것 이

중요했습니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

여러분은 어떤 것이 있으신지요?


저는 회사에서 일이 있고 난 날,

딸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있더라고요.


잠시 식사를 하는 틈을 타서

딸이 보던 책을 뺏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만과 편견>읽었던 것은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였습니다.

정확한 동기는 생각이 나질 않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헐- 결혼이 뭐길래?’였습니다.


결혼에 목을 매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너무 수다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을 때 느끼는 감정은

‘아- 그래서 결혼이 중요 하구나’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들을

딸, 아들이 하듯이  

소소하게나마 투정 부리고

어리광 부릴 수 있으니까요.

 

하루키가 느꼈던 소확행은

다른데 있지 않고,

바로 제 곁에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억울한 마음을 억누르고

잠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보며

깔깔대고 웃는 일도 저에게는

소확행입니다.


“기-승-전-결혼”으로 치닫는 소설의 구성에

‘사실은 결혼 이후가 더 많은 일들이 생겨요’라고

작가인 제인 오스틴에게 쓰는

소박한 편지 속에도 행복이 배어있습니다.


그리고

<오만과 편견> 이후에

주인공 제인과 리즈가

어떤 결혼 생활을 했는지를 상상하며

그려보는 한 장의 낙서 한 편에 존재합니다.


15년 전,

결혼을 앞두고

뒤숭숭한 마음에

<오만과 편견>을 읽었던 일을 

떠올려보는 것도

저만이 느끼는 소확행입니다.


다시 읽었을 때,

전에 느끼지 못하는

인간관계의 새로운 벽이 

보이게 되는 것,


그리고,

가독성 있고

몰입하게 하는

깨끗한 번역에 놀라게 되는 것,

새로 느끼는 소확행입니다.


무라까미 하루키는

‘작지만 소박한 행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른 저녁

장어집에서 장어를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을

혼자서 맥주를 마시면서 읽는

주간지의 느낌이

바로

작지만, 소박하다고.


저도,

오늘 저녁에는

장어를 주문하고

나올 때까지 시간을

혼자서 맥주를 마시고,

바로 <오만과 편견>의 

마지막 부분을 읽겠노라고

다짐해봅니다.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수녀원에서 온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