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엽 Sep 12. 2018

우리가 빚어내는 최고의 문학은-

- 진정한 '일상에 스민 문학' 


<번개모임공지> 

오늘!!! 9월11일 화요일 저녁 7시에 번개 모임 진행합니다.

장소는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 Potluck Party입니다. 각자 나누고 싶으신 음식을 한 가지씩 가져오시면 멋진 성찬이 될 것 같습니다. 가능하신 분들은 손을 번쩍 들어주세요! 


번개모임이라 3명만 모이면 진행한다,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오늘 모임을 할 수는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평일 저녁에, 강남에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저 `얼굴보자`고 할 때 저요, 라며 손을 번쩍 들어줄 분이 몇이나 될까 저도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미리 공지를 한 것도 아닌 ‘번개’로 말이죠. 안되면 그냥 로이스만 만나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번개를 하자고 제안한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습니다. 로이스가 운영하는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를 9월 중순에 철수한다는 이야기를 다른 분을 통해서 들은 터였습니다. 우리 변경연이 운영했던 ‘살롱9’가 없어진 이후에 강남권에서 우리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그 장소가 가 없어진다니 저도 서운한데 본인은 어쩔까 싶기도 했구요. 


아티스트웨이 창조성센터가 오픈할 때가 기억납니다. 한참 회사 정리로 정신없을 때였는데, 그때 회사 근처에서 변경연 식구 얼굴을 볼 수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제가 잘 쓰지 않는 프린터와 키다리 스탠드 조명도 개장(?)기념으로 들여놓았죠.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근처에 말을 나눌 수 있는 분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폐업(?)이라니요..! 누가 올지, 모임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뒤로하고, 오늘은 주인공 로이스와 저, 그리고 수희향과 차칸양이 함께 했습니다. 참, 알렌도 소중한 자리를 해주었네요. 우리들은 모이자마자 각자의 근황에서부터 책, 그리고 구본형 선생님 이야기를 지나 동양사상에 이르러 결국 책 이야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치킨에 맥주, 그리고 와인과 꼬깔콘과 입에 살살 녹는 빵이 버무려진 국적불문의 식탁이었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한 책들, 와인, 그리고 이야기.. 


오늘의 정점은 로이스의 10대 풍광이었습니다. 그녀의 풍광은 결국 책과 여행으로 귀결되었습니다. 해외를 자주 다니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삶의 방향과 여행의 목적은 결국 내면의 책으로 향해있었습니다. 책을 내지 못해 불안한 것도, 쓸 주제가 너무 않은 것도 온전히 그녀의 몫이지만, 결국 그녀는 그녀만의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의 내면을 여행해줄 아름다운 책을 쓸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녀가 읊은 10대 풍광을 들으면서 저는, ‘10대 풍광’이야말로 우리 변경연 식구 모두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문학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잡히지 않는 미래에 대한 갈망, 과거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현재에 대한  담담한 인식과 상상으로 빚어낸 미래의 모습까지 문학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이 10대 풍광이 지니고 있습니다. 


10대 풍광을 자신 있게 읽어 내려가는 그녀의 모습과, 붉은 빛 와인, 그리고 크림이 잔뜩 차있는 시원한 맥주와 짭조름한 치킨까지. 오는 길에 둥글게 뜬 달의 모습을 뒤로 선선한 바람은 덤으로 받아들였습니다. '10대 풍광'이라는 '일상에 스민 문학'이 흐르는 가운데 우리들의 가을은 이렇게 짙어만 갔습니다. 



에크하르트 톨레와 프리초프 카프라..


정재엽 (j.chung@hanmail.net)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휴가 책 이야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