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10화. 긍정적인 사고의 힘



진로 수업을 하다보면 "저는 안 될 것 같아요"다. 아직 시도해보지도 않았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실패를 예상하고 포기를 준비한다. "제 성적으로는 그 대학 무리예요", "저 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안 될 텐데요".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학생들의 가능성을 미리 가로막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심리학계는 지난 수십 년간 이 '생각의 힘'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왔다.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키는지 밝혀낸 것이다. 특히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성장 마인드셋을 연구한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연구는 진로를 개척하는 우리에게 중요한 용기와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셀리그만의 PERMA 모델: 행복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


마틴 셀리그만은 웰빙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를 PERMA로 제시했다. 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s), 몰입(Engagement), 관계(Relationships), 의미(Meaning), 성취(Accomplishments)다. 이 요소들이 진로 개발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진로는 단순히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이 다섯 가지 요소가 충족되는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셀리그만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감사와 용서이며,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비관적인 사고를 버리고 낙관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실패를 용서하고 배운 점에 감사하며,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드웩의 성장 마인드셋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어떤 사람들이 실패하고 어떤 사람들이 성공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에서 일부 학생들은 어려운 퍼즐을 맞추는 일에 대한 실패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학습 경험으로 여겼는데, 이러한 성장 마인드셋은 지속적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드웩은 개인의 행동, 특히 실패에 대한 반응에 따라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 두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본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나는 수학을 못해"라고 말하지만,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나는 수학을 아직 잘 못해"라고 말한다. 이 작은 "아직"이라는 단어가 모든 차이를 만든다.


"안 될 거야"에서 "아직 모를 일이야"로


수진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학생은 자신을 "평범한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성적은 중위권, 특별한 재능도 없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 자기소개였다. 수진이의 꿈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미 그 꿈을 포기한 상태였다.


"선생님, 저 같은 애가 UN에서 일한다고요? 말도 안 돼요. 일단 영어도 완벽하지 않고, 외고나 국제학교 나온 것도 아니고, 유학 갈 돈도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수진이의 말은 전형적인 고정 마인드셋의 표현이었다. 능력은 정해져 있고, 환경은 바꿀 수 없으며, 자신은 이미 뒤처져 있다는 믿음. 나는 수진이에게 드웩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수진아, 네가 지금 가진 능력이 전부가 아니야. 드웩 박사의 연구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학생들은 무언가를 잘 모르거나 잘하지 못하는 것이 일시적인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작은 결과에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일에 몰두하지 않았어. 중요한 건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느냐야."


나는 수진이에게 오늘부터 한 달 동안 부정적인 자기 대화를 긍정적으로 바꿔보는 연습을 하도록 했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 "영어를 더 늘릴 수 있어"

"유학 갈 돈이 없어" → "장학금이나 교환학생 기회를 찾아볼 수 있어"

"경험이 없어" → "지금부터 경험을 쌓으면 돼"


긍정심리학의 연구에서는 수녀들이 작성한 자전적 글의 긍정적, 부정적 단어 빈도를 조사했고, 70년 후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장수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이처럼 우리의 언어와 생각은 단순하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우리 삶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수진이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학교 영자신문부에 가입했고, UN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영상들을 보며 국제기구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 공부했다.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도 계속하면서 "왜 아이들의 교육 기회가 불평등한가"라는 주제로 소논문을 작성했다.


6개월 후, 수진이는 교내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을 했다. 1년 후에는 외교부 주최 청소년 모의 유엔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수진이의 태도였다. "어차피 안 될 텐데"라고 말하던 학생이 "이것도 해볼 만한데"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수진이는 H대학교 국제학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대학 1학년 때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제네바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선생님, 셀리그만이 말한 PERMA 중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의미(Meaning)'예요. 제 진로가 의미 있다고 믿으니까 힘든 과정도 견딜 수 있더라고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방법이 보였어요."


재훈이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었고, 조리과가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해 열심히 실습에 임했다. 하지만 고2 때 학교 조리 경연대회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저는 요리에 재능이 없나 봐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예선도 못 통과했어요. 같은 반 친구들은 다 본선에 갔는데 저만 떨어졌어요. 제 능력은 여기까지인가 봐요."


재훈이도 한번의 실패로 고정 마인드셋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필수적인 기본 능력의 결여라고 해석한다.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의 전체 능력을 규정한다고 믿는 것이다.


나는 재훈이에게 드웩 교수의 다른 연구를 소개했다. 드웩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신경 가소성과 학업적 즐거움에 대한 연구에서, 뇌 기능에 대해 성장 마인드셋에 대한 지지와 격려를 받은 학생들에게서 학업에 대한 의욕과 즐거움이 현저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재훈아, 우리 뇌는 계속 발달하고 변화해. 실패는 네 능력의 한계가 아니라 뇌가 새로운 신경회로를 만들라고 보내는 신호야. 드웩 교수는 '장애물을 직면하는 것, 계속되는 도전을 받아들이는 것, 문제를 파악하고 자본화하는 것,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강조했어. 네가 이번 경험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재훈이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 요리가 왜 떨어졌는지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정확히 알고 싶어요."


그때부터 재훈이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그는 대회 심사위원이었던 한 셰프에게 용기 내어 이메일을 보냈고, 그 셰프는 재훈이를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초대했다. "기본기는 탄탄한데,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해요. 다른 사람들의 요리를 따라 하는 데 그쳤어요."


그 피드백은 재훈이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일시적이고 변화무쌍한 것으로 간주한다. 재훈이는 실패를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된 기회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재해석했다.


이후 재훈이는 다양한 요리책을 탐독하고, 주말마다 지역 맛집을 방문해 음식을 연구했다. 자신만의 레시피 노트를 만들고, 전통 한식과 서양식을 결합한 퓨전 요리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간이 너무 셌어. 다음엔 줄여봐야지", "이 재료 조합은 안 맞네. 다른 걸로 해보자".


1년 후, 재훈이는 같은 대회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메뉴로. 결과는 대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전통 한식의 맛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의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지금 재훈이는 특급호텔 한식당에서 막내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다. "선생님, 제가 작년에 떨어졌을 때 그냥 포기했다면 지금 여기 없었을 거예요. 성장 마인드셋의 소유자들은 곤경 속에서도 열심히 일할 가능성이 높고, 노력이나 연구를 투입할 경우 주어진 능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믿음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요."


수진이와 재훈이의 이야기는 긍정심리학과 성장 마인드셋 연구가 증명한 진실을 보여준다. 우리의 생각은 아무 의미없이 돌고 도는 정신적 활동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행동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이다.


긍정심리학은 개인과 사회를 번영시키는 강점과 장점을 연구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점을 한탄하기보다 강점을 발견하고 개발할 때, 불가능해 보이던 목표가 현실이 된다.


특히 드웩의 연구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학생들이 과학, 수학, 언어 등의 과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는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실제로 측정 가능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과학적 증거다.


긍정적 사고는 맹목적인 낙관주의가 아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어려움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되,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나는 이것이 부족해"를 인정하면서도 "그래서 이것을 보완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패했어"를 받아들이면서도 "그래서 이것을 배웠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는 근육과 같아서 훈련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드웩은 성장 마인드셋이 스트레스가 적고 성공 확률이 높은 삶을 살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음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긍정 사고 훈련법이다.


첫째, 자기 대화를 점검하라. "나는 못해"를 "나는 아직 못해"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 이 작은 "아직"이라는 단어가 고정된 상태를 성장 가능한 과정으로 바꾼다.


둘째, 과정을 칭찬하라. 드웩 박사는 타고난 재능과 능력을 칭찬하는 것보다 학습의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발견했다.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똑똑해"보다 "나는 열심히 노력했어"가 더 강력하다.


셋째, 실패를 재해석하라. 셀리그만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증가시키는 방법은 감사와 용서다. 실패한 경험에서 배운 점을 찾고, 그 경험에 감사하라.


넷째, PERMA 요소를 점검하라. 내 진로 선택이 긍정적 정서, 몰입, 관계, 의미, 성취 중 어떤 요소를 충족시키는지 생각해보라. 이 다섯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행복한 미래를 맞이하게 된다.


여러분이 지금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든, 기억하라. 그 상황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과학은 이미 증명했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성취하고, 더 행복하며, 더 회복력이 강하다는 것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순간, 불가능해 보이던 길이 열리고,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벽에서 손잡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고의 자아는 긍정적인 마음에서 자라난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마음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하는 강력한 도구다. 오늘부터 당신의 마음의 렌즈를 바꿔보자. "나는 안 돼"를 "나는 아직 성장 중이야"로.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2025.12.28.

진로교사 김원배